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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6월 25일 대법원은 이주노조 설립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주노조가 2005년에 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노조 결성·가입 권리가 없다며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라며 “취업자격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이미 2007년에 2심 재판부가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고, 이번 판결에서 대법관 13인 중 12인이 위 내용에 동의한 데서 보듯 법리적 공방이 큰 사안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정책 기조를 뒤흔드는 효과를 낼 것을 우려해 차일피일하며 8년 만에 판결을 내렸다.

비록 이렇게 뒤늦게 나온 판결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주노조 합법화를 위해 투쟁한 성과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이주노조 역대 위원장과 간부 대부분이 표적 단속과 강제추방을 당하는 속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주적 결사체인 이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노동자연대 회원 중에도 이주노조를 이끌다 추방된 동지들이 여럿 있다.

이주노조의 이러한 처절한 저항은 국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많은 연대를 이끌어 냈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투쟁이 없었다면 이번 판결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근본적 한계 또한 안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조합원 지위 인정이 취업 자격 취득이나 체류의 합법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체류와 취업 권리 불인정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할 수밖에 없다. 이주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으로 커다란 고통과 불안정을 겪었다. 정부가 이주노조 지도자들을 표적 탄압한 명분도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것이었다.

또, 대법원은 정부가 이주노조의 “정치 운동”을 문제 삼아 언제든 이주노조를 불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나 고용허가제 폐지와 같은 정부 정책에 맞서는 것은 “정치 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

이것은 대법원이 비록 형식적인 노조 설립·가입 권리를 보장했지만, 실질적인 노동조합 권리와 활동은 앞으로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던져 준다.

우선, 이주노조 합법화를 이주노조 조직을 확대하고 이주노동자 운동을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벌써 이주노조에 가입 문의가 늘고 있고, 이주노동자 커뮤니티들도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쟁을 통해 큰 성과를 쟁취했다는 점이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고무하고 있다.

둘째, 이주노조 합법화를 계기로 이주노동자 조건 개선,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정부의 단속·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운동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 85만여 명 중에서 20만 명 이상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려 하면서도 통제는 더 강화하려 한다. 영주를 불허하고 단속·추방을 강화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열악한 처지로 묶어두려는 것이다.

옳게도 이주노조는 이주노조 합법화를 계기로 다시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방어 운동을 확대해 가자고 주장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방어하고 조건 개선을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연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이주노동자 운동에 연대할 것이다.

2015년 6월 26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