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환영 성명 - 증보판] 영국 국민투표 결과 : 브렉시트:
브렉시트는 영국 노동계급과 세계 노동계급의 일보 전진이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6월 24일 발표한 성명이다. 증보판에서는, 일각에서 브렉시트를 극우의 선동이 먹힌 결과로 보는 것에 대한 반박을 보강했다.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다수가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다. 이번 결과는 영국과 세계의 노동계급에 일보 전진이다. 무엇보다 유럽 전역에서 긴축 강요에 맞서 유럽연합 자체에 도전하는 좌파와 노동자들이 결코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지난해 그리스인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긴축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을 때, 각국의 지배계급들은 유럽연합 거부 정서가 그리스 같은 ‘주변국’에서나 이례적으로 벌어지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겨우 1년이 지난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중심부’ 국가 영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럽연합의 ‘권위’는 이제 더 많은 나라에서 도전받을 것이다.

△영국 지배자들의 정치 위기가 시작되다 사퇴 의사를 밝히는 보수당 총리 캐머런.

그동안 유럽연합은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채권자로서 직접 긴축을 강요해 왔을 뿐 아니라, 회원국들의 재정 지출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영국 같은 나라에도 긴축을 강요했다. 긴축이 낳은 실업과 복지 삭감, 해고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이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유럽연합 때문에 고통받아 온 것은 단지 유럽의 노동자·서민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난민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헝가리·이탈리아에서 난민을 수용소에 가뒀고 터키에 막대한 돈을 쥐어 주며 난민 단속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민들이 몰래 국경을 넘다 지중해에서 익사하거나 환기가 안 되는 냉동차에서 질식사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주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오랜 착각은 그 실체가 드러났고, 오히려 ‘유럽연합 탈퇴’가 국제주의적 요구였다.

주류 언론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마치 세대간 표 대결인 양 떠들었다. 젊은층은 유럽연합을 좋아하는 반면 50대 이상의 중년층은 보수적이므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과 긴축으로 큰 고통을 겪는 청년층이 유럽연합을 여전히 반길 것이라는 것은 지배자들의 바램에 불과했다.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노동빈곤층이 많은 도시에서 탈퇴 표가 특히 많이 나왔고, 그 중에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해온 곳들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

투표 결과를 극우의 성과로 돌릴 게 뻔한 중도 세력들

그동안 우파들 사이의 논쟁에 좌파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며 관조적으로 논평만 하던 사람들의 일부는 이번 결과가 극우의 선동이 먹힌 결과로 일축할 것이다. 이런 입장은 인종차별을 부추겨 온 당사자, 즉 권세 있는 자들과 주류 언론이 유럽연합 잔류를 강요하며 내뱉은 거짓말을 사실상 자기 입으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이번 선거의 승리자인 양 행세하는 것을 도울 뿐이다.

그러나 영국독립당(UKIP)이 최근 총선에서 얻은 표는 3백80만여 표였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사람은 1천7백만 명에 달했다. 영국 노동자·서민을 싸잡아 우매하게 여기는 엘리트주의가 아닌 이상,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극우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유럽연합 탈퇴를 바랐다고 봐야 옳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영국 국민이 인종차별적 우익의 선동에 넘어갔다는 분석을 거부해야 한다. 오히려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소로 몰려가 기존 정치 질서에 크게 한 방을 먹였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우려가 참말이라고 봐야 한다. 그 근저에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 때문에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기구임이 더는 가리기 어렵게 된 점이 있다.

△유럽연합은 난민을 막으려 국경 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리스의 난민들. ⓒ가이 스몰만

바로 이처럼 유럽연합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적 우익들이 거기에 편승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 점에서 영국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등 혁명적 좌파들이 ‘좌파적 유럽연합 탈퇴’라는 문구를 기치로 내놓은 것은 지혜로웠고, 또 향후 벌어질 정치 투쟁의 중요한 발판을 만든 것이다.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한 노동자의 상당수도 노동권을 지키고, 무슬림·이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려는 취지에서 그랬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과,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진 노동자들은 결코 서로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단결을 통해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이런 단결을 이뤄내어, 이윤에 눈멀고 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지배자들을 더욱 물러서게 만들 과제가 이제 좌파 앞에 놓여 있다. 이 길에 한국 노동계급과 사회주의자들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6월 24일

노동자연대

주제
국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