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양보를 통한 사회적 연대’는 대안이 아니다

2006년 12월 3일

최근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상대적 고소득·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로 저소득·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자는 우려스러운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국회 연설에서 권영길 원내대표는 ‘고소득 노동자의 소득세 인상과 미래 급여 인하를 통한 저소득 노동자 지원’을 제기했다. 당의 진보정치연구소가 발표한 ‘소득·임금 측면에서 노동계급 연대 전략의 모색’ 보고서도 마찬가지 주장을 담고 있다.
즉, ‘당이 조직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고, 이를 미끼로 자본과 부유층의 양보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오건호 정책전문위원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에 당 지도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악을 지지한 것도 이런 맥락인 듯 하다.
이같은 일부 노동자 양보론은 ‘부자에게 세금을, 노동자에게 복지를’이라는 주장에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은 “이게 바로 사회주의”라며 후퇴를 환영했다. ‘전진’ 같은 일부 당내 의견그룹과 일부 민주노총 지도자들도 “공감”을 표하고 있다.
저소득 빈곤층들을 위해 당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왜 일부 노동자의 양보가 돼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연금은 계속 늘어나는데 부자·기업주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게 이 나라 사회복지나 국민연금의 진정한 문제인데 말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을 봐도 소득 차이가 수천 배인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와 삼성 회장 이건희가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기성 정당들은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덜 받자”며 개악하려 해 왔다. 왜 우리가 이런 논리를 받아들여 노동자들끼리 ‘윗돌 빼서 아랫 돌 괴는’ 일을 해야 하는가.
물론 ‘우리만 양보하자는 게 아니라, 이걸 미끼로 부자·기업주들의 양보를 받아내자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멍청한 지배자가 그런 어설픈 미끼를 덥석 물고 순순히 양보한단 말인가. 임금 삭감·명예퇴직까지 양보했지만 결국 정리해고를 당해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 노동자들의 처절한 경고가 들리지 않는가.
노동자 일부의 양보는 부자·기업주들의 양보는커녕, 전체 노동자 임금과 복지 수준의 하향평준화만을 낳을 것이다. 반면, 이같은 양보 제안은 저소득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가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 탓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낼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들의 ‘연대’가 아니라 ‘분열’만 낳을 것이다. 보수 언론과 지배자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온갖 이간질로 틈을 더욱 벌려놓을 것이다. 노무현이 ‘노동귀족론’과 ‘정규직 양보론’을 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부자·기업주들의 양보를 강제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라는 우리의 진정한 무기를 무디게 할 뿐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 일각의 ‘양보를 통한 사회적 연대’론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을 위해 양보할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라 변호사비만 4백억 원을 썼다는 비리범 정몽구이다. 부동산 투기로 하루 아침에 수억 원을 번 집부자들, 4조 5천억 원을 ‘먹고 튀려’는 론스타 등이야말로 양보해야 마땅한 자들이다.
지금 당이 호소해야 할 것은 일부 노동자들의 양보가 아니라, 탐욕스런 부자·기업주들에게서 우리의 정당한 몫을 되찾기 위한 아래로부터 단결과 투쟁이다.

11월 28일(화) 민주노동당 의견그룹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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