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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연대'는 우리가 마녀사냥에 굴복하자는 것인가

’자율과 연대’는 우리가 마녀사냥에 굴복하자는 것인가

국가정보원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할 때, 당 일각에서 우리 눈을 의심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제 발표된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자율과 연대’의 성명서가 그것이다. 거기서 ’자율과 연대’는 연행된 당원들의 행위는 "정치적으로 정당한 것이 아니며, 더구나 당이 옹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이 발표한 "공안탄압 중단하고,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라는 요구"는 "위험하고 경솔한 발언"이며 "즉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무엇 때문에 ’자율과 연대’가 이번 사안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발표들을 순순히 믿어주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밀실·강압 수사와 고문·조작의 대명사인 자들이 또다시 더러운 공작을 시작한 지금, 그것을 순진하게 믿어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국가정보원의 발표대로 연행된 당원들이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에서 ’자율과 연대’가 동의하기 힘든 주장과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자율과 연대’의 입장은 틀린 것이다. 일찍이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우겠다."
다함께는 북한 체제와 관료들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인 입장이다. 다함께는 북한이 사회주의이기는커녕 자본주의의 한 변형인 관료제적 국가자본주의이고 북한 관료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계급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 차이 때문에 우리가 이 동지들을 적들의 탄압에서 방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억압자인 지배 관료와 남한에서 피억압자 운동의 일부인 ’연북’ 활동가들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자율과 연대’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연행자들은 같은 당원이고 동지들이다. 정치적 견해 차이로 논쟁하면서도 적들의 탄압에 맞서서 방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연행된 이정훈 당원은 ’삼민투’의 위원장이었고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을 주도했다. 독재정권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투사였던 것이다. 최기영 사무부총장도 바로 어제까지 한미FTA에 맞서 함께 싸웠던 동지다. 이들은 민중운동과 무관한 무슨 북한 특수 요원이 아니다.
일백보 양보해서 이들이 설사 간첩 행위를 했다손 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어떤 사회주의자들이 북한 체제가 진정한 사회주의이고 북한 관료들이 진정한 사회주의자라고 굳게 믿는다고 생각해 보자. 따라서 북한 국가와 협력을 통해 반제국주의 투쟁과 피억압 민중 해방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난관을 뚫고서라도 북한 관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적 결론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체포돼 처형당한 줄리어스 로젠버그 등 냉전 시대 서방의 일부 공산당 운동가들이 갔던 길이다. 물론 우리는 이것이 막다른 길이었다고 보지만 그들 나름으로는 일관되고 진지했던 것이다.
냉전 시대에 서방 지배자들은 이런 투사들을 마녀사냥하며 체제 유지에 이용했고, 반면 소련과 동유럽 지배자들은 이들을 이용해 먹은 다음에 내팽개치곤 했다.
한반도에서도 이런 일은 계속돼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과 모든 진보진영은 지배자들에 맞서 마녀사냥의 희생자들을 방어하는 것이 옳다.
마녀사냥에 저항하기를 기피하자는 자율과 연대의 주장이야말로 "위험하고 경솔한 발언"이며 "즉시 취소해야" 마땅하다.

2006년 10월 27일
다함께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