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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2007 연대 성명
진보 토론회 방해하는 고려대학교 당국의 행태를 규탄한다

고려대학교 당국이 국내외 저명한 진보적 지식인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70여명이 연사로 참가해 한국사회의 다양한 쟁점을 진보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진보포럼 ‘맑시즘 2007’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습니다.

우리 고려대학교 학내 단체들은 고려대학교 당국이 진보적 토론회 개최를 불허하는 것은 고려대학교의 수치라고 여기고, 토론회의 안정적 개최를 보장해야 한다는 간곡한 호소와 당부를 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 당국은 토론회 불허 방침을 번복하기는 커녕, 오히려 7월 12일자로 학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행사가 예정된 교내 전 건물의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해당건물에 대한 수도, 전기, 네트워크의 불능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물리적인 대응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당국은 ‘맑시즘 2007’ 장소대여에 도움을 주고 있는 학생들에게 징계를 시사하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과도한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중 잣대

고려대학교 당국은 ‘면학분위기 조성’과 ‘학습권 수호’를 위해서 이런 과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맑시즘 2007’은 대부분의 기간이 주말과 휴일에 치러질 예정이고 평일에 치러지는 행사조차도 강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일 뿐이므로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전혀 해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려대학교 당국이 이렇게 과도하게 행사에 대한 물리적 방해까지 운운하는 진정한 이유는 ‘맑시즘 2007’의 진보적 성격에 대한 사상적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동안 고려대학교는 우파 외부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나 ‘자유북한방송’의 행사와 기업의 홍보설명회는 허가해 왔습니다.

반면, 작년 ‘전쟁과 혁명의 시대’, 올해 ‘진보적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9가지 주제’, 학내 단체인 ‘유쾌한 정치’가 주최한 홍세화씨 초청 강연회, 고려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등 30여개 단체가 마련한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국제회의’ 등 진보적 행사들은 줄줄이 불허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언론들에서도 “진보 행사엔 빗장 ‘꽁꽁’, 보수 행사엔 빗장 ‘활짝’”(한국일보)이라며 고려대학교 당국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당국은 “이념과 무관하게 외부행사이므로 불허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강선보 학생처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마르크시즘을 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사실상 마르크시즘(맑시즘)을 다루는 행사의 이념적 성격 자체를 문제삼아 불허했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가 낳는 살상과 불평등에 반대하는 운동들이 미국과 영국, 한국 정부 등 세계 주요 정부들의 정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고 이런 운동들의 상당수가 맑시즘을 직간접적으로 계승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려대학교가 진정으로 자유· 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진리의 요람 구실을 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이런 진보적 토론회를 적극 유치하고 지원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당국은 시대착오적이고 수구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진보적 사상과 토론의 자유로운 소통 자체를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유· 정의· 진리를 위해

사실, 고려대학교 당국은 2005년 이건희 학위 수여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징계를 시도한 이후로 진보적 목소리를 계속해서 강압적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보건대 차별에 반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상 최초의 출교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조치들과 함께 강의실 대여 기준 강화, 총장 임명제 시행 발표 등 반민주적 조치들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맑시즘 2007’에 대한 과도한 방해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맑시즘 2007’이 고려대학교 당국의 방해를 받아 제대로 치러지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고려대학교에서의 민주적 토론과 진보적 의견 표명의 자유는 심각하게 후퇴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의 교류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저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맑시즘 2007’을 방해하는 고려대학교 당국의 수구적 행태에 함께 반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학교의 방해에 대한 가장 좋은 반박은 ‘맑시즘 2007’에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진보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맑시즘 2007’에 참가하려고 했던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맑시즘 2007’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정대로 참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07. 7. 12
학내 민주주의 염원하는 고려대학교 제 민주단체들

(문과대 학생회, 정경대 학생회, 사범대 학생회, 이과대 학생회, 법대 학생회, 생명대 학생회, 경제포효반 학생회, 법대 B반 학생회, 역사교육과 학생회, 한국사대동반 학생회, 행정 5반 학생회, 민주노동당 고려대 학생위원회, 고려대 학생행진, 고대문화, 여학생 위원회, 생활도서관, 법대 사회과학학회 re-1968, 다함께 고대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