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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전체를 자주파로 매도하지 말라자주파냐 평등파냐 줄세우기는 신화적 정치다

2008년 2월 5일

2월 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 이후 모든 언론은 자주파의 반발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소위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이 핵심이었던 비대위 혁신안에 자주파만이 반대한 게 아니었다. 만약 자주파들만 반대했다면, 신당파의 조승수가 주장해 온 51 대 49의 벽에 따라, 반대가 50퍼센트를 간신히 넘겼거나 자주파 일부의 흔들림으로 오히려 제명 안건이 통과됐을 것이다. 그런데 소위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반대한 대의원들은 무려 64퍼센트나 됐다. 자주파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대의원 상당수의 마음이 반대로 기울었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보안법으로 인신이 구속돼 있는 두 당원을 제명하는 것이 왜 혁신의 핵심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대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대의원들은 설사 당원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의혹이 있더라도 소명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상태에 있는 두 당원을 법원의 판결문만을 믿고 제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당대회에서 비대위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입수했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고, 토론이 진행될수록 비대위의 제명 판단이 충분한 진상조사에 기초했기보다는 간첩당·친북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두 당원을 도려내고 가자는 “정치적 판단”임이 확연해졌다. “국가보안법과는 무관”하다는 비대위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가 묻지마 혁신안을 내놓은 게 아니라면, 당원들의 고심에 찬 수시간의 토론을 간단히 무시하기보다 귀를 기울여야 했다. 당대회의 결정을 그저 소수 음모집단인 자주파의 횡포로 규정하는 것은 현 상황을 왜곡된 정파의 프리즘으로 보는 것이고 평당원을 무시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당의 결속을 바라며 심상정 비대위를 지지했던 우리 다함께도 국가 탄압에 반대한 민주주의 옹호라는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소위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반대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은 자유주의 개혁 정권 10년 동안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진정한 진보라면 국가보안법 철폐를 비롯한 민주주의를 일관되게 옹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심상정 비대위가 얘기하는 “차별화된 진보적 대안”으로 서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과연 북한과 음성적으로, 개별적으로 관계하는 것이 이 당에서 계속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지” 답하라고 했다. 최기영·이정훈 당원이 이를 부정하고 있으므로 순전한 가정이라는 것을 전제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민주노동당 안에서 활동하는 여러 정파들이 북한 지배 관료를 진보로도 동지로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다함께도 그렇다) 누군가 북한에 당원 정보를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당원들 사이의 신뢰를 해칠 것이 뻔한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어 촉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이런 문제로 국가 탄압을 당한다면, 정부의 허락을 받은 접촉은 괜찮고 무허가 민간 접촉은 문제라는 지배자들의 위선에 반대해 그를 방어할 것이다. 또, 당내에서 징계를 앞세워서도 안 되고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지난 한달 반 동안 당원들은 평등파냐 자주파냐로 줄서기를 강요당했다. 많은 당원들은 심상정 비대위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정파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결속을 다져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심상정 비대위는 이런 소임을 다하지 않았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말했듯이, “혁신안의 첫번째 판단 기준”은 탈당을 협박하는 당원들, 즉 평등파에 맞춰져 있었다.

대선이 끝나기 전부터 분당을 모의했던 이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사실 왜곡을 서슴지 않았고,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그 지도자들이 이룬 공적에 그저 흠집 내는 데만 여념이 없는 종파적 행위를 했는데도 말이다. 후보 문제는 무수한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들은 권영길 후보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음을 자주파가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정파적 이익을 앞세워 권영길 후보를 밀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평등파 친화적인 진보정치연구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민주노동당 대선전략 관련 세대별 국민여론조사’(2006. 11)를 보면, 이것이 의도적인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권영길은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1위(37,4퍼센트)로 꼽혔고(2위인 노회찬은 17.8퍼센트), 특히 20대의 지지가 가장 높았다(42.3%). 또, 권영길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할을 가장 잘 해낼 것 같은 인물”에서뿐 아니라 “사회 개혁과 정치적 진보를 위한 역할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인물”, “노동자·농민·도시 서민의 대변자 역할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인물”, “양극화 해소와 사회복지를 가장 잘 해나갈 것 같은 인물” 모두에서 1위였다.

그동안 자주파가 패권주의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면, 심상정 비대위는 ‘자주파의 패권주의’를 물리치는 수단으로 ‘평등파의 패권주의’를 집어들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는 “노선 차이에 대해 대화하기보다는 상대를 완전히 눌러버리는 방식으로 당이 운영”돼 왔다고 비판했는데, 심상정 비대위도 꼭 마찬가지였다. 비대위는 이와 다른 당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내놓고 수정안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당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 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자주파에게만 씌운 채 이때다 하며 지난 몇 년 동안 당 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던 평등파의 정책들을 관철시키려 했다.

바로 여기에 심상정 비대위의 실패 원인이 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임시지도부가 누가 되든 이 점을 곱씹어야 한다. 우리는 더는 자주파냐 평등파냐 하는 편가르기를 듣고 싶지 않다. “종북”이 문제라거나 “간첩”이 문제라거나 “민주노총”이 문제라는 식의 마녀사냥도 신물이 난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원칙 있게 소신을 밝히며 당원들의 지지를 겸허히 구하는 정파들이 서로 협력하는 느슨한 연합체로서 운영되기를 바란다.

자주파가 득세한 지도부와 평등파가 득세한 지도부 모두 이 시험에서 떨어졌다. 만약 자주파가 현 상황을 기회로 오인하고 다시 패권적 운영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자멸의 길이다. 탈당 러시가 이어진다고 해도 당장 민주노동당이 자주파의 당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당이 어떤 진로와 운영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특정 정파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 합의되는 수준에서 협력적으로 활동하는 운영 방식을 민주적으로 논의해 나가기 바란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다함께는 사상 표현의 자유권 옹호라는 원칙을 위해 소위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반대했다. 우리는 결코 당권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나설 뜻이 없음은 이미 몇 달 전에 밝혔다. 다만, 우리는 당의 운영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고, 이 논의가 개방적으로 이뤄진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여기에 협력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민주노동당이 이명박 시대에 맞서는 반전 반신자유주의 저항의 중심 세력이자 일관된 민주주의 옹호 세력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대선 이후 당의 분열 속에서 고통받아 온 당원들이 이 길에 함께하기를 충심어린 심정으로 호소한다.

2008년 2월 5일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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