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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윤효원 기자의 글에 대한 반박
노동조합이 부산 APEC 회의에 들러리 서면 안 되는 이유

2006년 12월 4일

9월 20일자 윤효원 국제담당 객원기자의 주장을 반박하며
노동조합이 부산 APEC 회의에 들러리 서면 안 되는 이유

나는 지난 9월 20일자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윤효원 국제담당 객원기자가 쓴 “부산 APEC 회의, ‘거부’와 ‘반대’만 할 것인가”라는 글에 이견을 밝히고자 한다.

윤효원 기자는 그 글에서 아펙에 반대하는 ‘거부’ 전략은 “낡은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윤 기자는“진지한 고민과 모색을 사전에 차단한 채 ‘거리’로만 나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아펙 회의에 비판적 개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기자는 그 한 예로 아시아태평양의 노동조합들이 아펙의 한 실무그룹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아예 아펙 구조 속에 ‘노동조합자문회의’(Labour Advosoy Council) 설치할 것을 주장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부-기업-국가간 협의기구에 머물고 있는 아펙의 성격을 정부-기업-노동이라는 3자 협의기구로 재편할 필요성”이 “절실한 과제”라고도 주장했다.

우선 나는 윤 기자가 언급하고 있지 않은 점, 즉 아펙 내에서 정부-기업-국가가 무엇이 협의돼 왔고 또 협의되고 있는지부터 말하고자 한다.

아펙은 친기업·반노동 협의체

APEC 정상회의뿐 아니라 각종 각료회의의 실무그룹 회의, 그리고 기업인 자문회의(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는 WTO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각종 합의뿐 아니라 기업 규제 철폐와 사유화 촉진 같은 온갖 기업의 권리장전들이 협의되는 장이다. 아펙기업자문단회의는 “더 나은 기업 환경 조성”이라는 기치 아래 움직이는데 이것은 단지 ABAC만의 구호가 아니다.

일례로 2003년 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미 상공회의소와 미국 APEC 사무국이 주관하는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시장개혁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노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고 여기서 미국 기업들한테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윤효원 기자가 바라는 대로 노동조합이 참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들러리 서거나 아니면 무시당하거나.

사실상 1년 내내 여러 부문에서 진행되는 아펙 산하의 각종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협의는 단지 추상적인 협의만도 아니다. 올해에 있었던 APEC의 한 실무회의에서는 대형 참사의 원인이었던 런던 지하철 사유화 방식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추진해 볼 것을 권유하는 협의들이 있었다. 2002년에 APEC은 규제개혁 합동회의를 열어 한국의 “발전설비 민영화, 전력 도매시장의 개혁”을 각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APEC은 ‘기업 규제 완화’ 협의를 ‘반부패행동’이라 부른다. 최근 한창 아펙의 성과로 회자되는 ‘반부패’ 구호는 공기업 사유화를 위한 아시아 기업 사냥을 위한 ‘기회의 창’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아펙 대사 Laren Moriarty이 썼고 미 대사관 홈페이지에도 실려 있는 ‘2005년 아펙에서 미국 정책’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위의 의도가 아주 솔직하게 쓰여 있다.

환경파괴·공공의료 파괴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기구

또한, 아펙은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과 삶을 위협하는 내용을 협상하고 협의한다.

아펙은 최근 기상이변을 적어도 완화할 수 있는 교토의정서를 거부할 명분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로도 ‘활약’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는 미국과 호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은 아니지만 앞으로 대상국에 포함될 아시아의 주요 나라들의 지지를 얻어 국제적 압력을 형성하고 있는데 아펙은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아펙이 전 세계 환경파괴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아펙의 에너지 실무그룹((Energy Working Group : EWG)에는 정부 관료들뿐 아니라 교토의정서 비준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환경 파괴 기업 셸 과 미국의 쉐브론 텍사코 등을 비롯해 미국의 유노칼, 도쿄가스, 일본의 대표적 그룹이자 이타이이타이 병의 원인인 카드뮴 방출로 유명한 미쯔이, 대만의 중유공사, 칠레의 석유기업, 한국전력공사 등이 포함돼 있다. 아예 대한상공회의소와 외통부 주최로 지난 4월 1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는 20개국 1백여 명의 정부관료와 CEO들은 ‘아펙과 기후변화’ 국제회의가 열어 교토의정서 무용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환경만이 아니다. 아펙은 공공 보건 의료 체계의 파괴도 노리는 기구다. 다국적 기업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아펙이 부르짖은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해 마련된 아펙 아시아 태평양 보건 정상회의 참가 리스트에는 정부 각료와 실무자들뿐 아니라 유전자조작과 생물 해적질을 통해 이윤을 노리는 다국적제약회사들의 목록이 가득하다.

아펙의 다른 실무그룹 협의가 자율성을 가질 거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만을 위한 그들의 리그’전에 노동자의 이익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윤효원 기자는 뉴질랜드 정부 대표가 아펙 논의 과정에 노조의 참여 보장을 제안했다는 점에 주목하자고 말했는데 이 점은 전혀 놀랄 만한 제안이 아니다. 이미 작년 한국에서도 열린 바 있는 대기업의 아이디어 박람회 세계경제포럼은 ‘NGO와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며 자신들이 꽤나 민주적이기라도 한 것마냥 선전한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일련의 국제기구들이 종종 노조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것이다. 나는 2002년, 기업 규제완화와 사유화 같은 정책들을 위해서는 ‘노조와 NGO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아펙과 OECD가 주최한 국제회의의 한 보고서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OECD Focus≫ 2002년 11월호) 윤효원 기자의 주장은 위와 같은 저들의 의도에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를 위협하고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지지하는 아펙

무엇보다 더 중요한 진실이 하나 있다. ‘지지부진하다’는 평을 들어왔던 APEC이 다시 부활했던 계기는 바로 2001년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도구 구실을 했던 때였다.

일찍이 미국은 동티모르 같은 아시아 내에서의 정치적 분쟁이 터졌을 때에도 APEC을 활용했다. 당시 APEC에서 호주는 동티모르에 자신들의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정당성을 거머줬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결정적 조언자 역할을 하고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바 있는 브레진스키(1997)는 일찍이 APEC이 미국의 ‘지혜로운’ 패권 전략 추진의 공간이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중동만큼이나 정치적 역동성과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아시아야말로 미국의 패권을 제대로 보여 줘야 할 공간이며 그에 비하면 APEC은 너무 느슨하다고 투덜대고 있다.

어찌보면 2001년부터 조지 W 부시는 바로 전쟁광들의 이론적 지주인 브레진스키의 주문을 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1년 상하이 회담에서, 부시는 아시아 태평양 정상들과 함께 테러에 반대하는 전쟁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는 협상에 성공했다. 윤효원 기자가 말한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주의 국제질서에 비판적인 전통 강국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 수반”들도 부시의 전쟁을 묵인했다. 그럼으로써 푸틴은 체젠 개입을, 당시 장쯔민은 아프가니스탄 옆의 신장 위구르 자치지구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졌다.

2003년 태국 정상회의에서는 ‘테러와의 전쟁’ 지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침들을 세우고 따르자는 협상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협상안을 이행하기 위한 실무그룹 논의에서는 희대의 악법인 미국의 애국자 법을 아시아태평양의 모범으로 추천되었다. 이런 기구에 과연 노동자들이 한 발 들일 이유가 무엇이며 그래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한국에서 이미 보잘 것 없었으며 파탄 난 ‘실험’인 노·사·정 협의를 아시아태평양에서 다시 실험해 보자는 윤효원 기자의 주장이 도리어 허망하고 “낡은 전술”로 느껴진다.

아펙 반대 운동과 부시 방한 반대 운동의 의미

그리고 이번 부산 APEC 회의 반대 투쟁에는 중요한 버팀목이 하나 있다.

기업 위주의 세계화나 전쟁에 대한 반감의 교집합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전 세계의 원흉 조지 W 부시다. 부시 방한에 반대하는 운동은 폭넓은 지지를 받을 여지가 있다.

특히나 지금 조지 W 부시는 미국 국내 반전 여론과 며칠 전에 있었던 수십만 명의 반전 행동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그런 부시가 국제 노동계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노동계한테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혀 망신을 당하고 돌아가길 수많은 아시아태평양의 노동자들이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부시 방한과 아펙에 왜 반대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광범한 국민적 지지를 얻는 것은 노동조합의 활동가들과 민중운동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부시 방한 반대, APEC 반대 투쟁이 노동조합이 새로운 에너지를 축적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지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9월 7일 출범한 아펙반대·부시반대 국민행동((www.antiapec.org)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일 채비를 하고 있다. 소책자 발간, 부시방한 반대·아펙 반대 거리 캠페인, 부시·아펙 고발대회…. 그리고 아펙반대·부시반대 국민행동은 11월 16일부터 17일까지 부산에서 국제민중포럼을 치르고 17일에는 전야제와 18일 범국민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많은 사회단체들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조합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아펙반대·부시반대 국민행동 선전홍보팀장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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