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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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에 부치는 다함께 성명

2009년 4월 6일

4월 5일 북한의 로켓 발사는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 행위”라며 비난했다. 오바마도 “북한이 다시 한 번 규칙을 위반했다”며 “위반은 반드시 징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30분 만에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과 함께 새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우리는 진정한 반제국주의 운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결코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의 결과이며, 따라서 미국과 그 동맹들은 북한을 비난하고 징벌할 자격이 없다.

북한의 핵 보유 잠재력이 현실화된 것은 북한을 잠재적 핵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던 부시 정부 아래서였다. 부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랴부랴 대화에 나섰지만, 6자회담은 지난해 말에 다시 결렬됐다. 미국이 핵신고 검증문제를 새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2.13 합의의 에너지 지원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예견됐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의 선택은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강행이었다. 북한 당국이 “키 리졸브 철회 여부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고 하는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로켓 실험에 대비해 최첨단 인공위성과 MD를 동원해 위협한 것만 봐도 대량살상무기 최대 보유국인 그들의 위선이 잘 드러난다.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내려 하겠지만, 제재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IMO(국제해사기구) 등에 방향과 궤도까지 미리 통보한 로켓 발사를 “징벌”하기가 군색할 뿐 아니라, 중국의 동참 없는 제재는 종이 호랑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동과 파키스탄 문제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북한을 자극해 사태가 악화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더 호들갑인 일본과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제재라도 추진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불과 며칠 전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하더니 로켓 발사 이후 다시 오락가락하며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 PSI 전면 참여를 유보해 왔던 그동안의 방침을 뒤집음으로써 군사적 충돌을 감수하는 위험천만한 도박에 뛰어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공안통치를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려 할 것이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제국주의적 압박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명박의 북한 비난과 제재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로켓 발사를 이용한 이명박 정부의 공안탄압 정당화 기도도 막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할 능력이 없는 미국의 처지 때문에 결국 북한 로켓 정국은 일시적 냉각기를 거쳐 북미 협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북미 관계는 긴장과 협상이 갈마들며 위기가 심화해 온 과정을 밟았다. 긴장이 고조되면 대화 국면이 조성되지만, 협상의 지지부진과 합의 불이행으로 다시 긴장이 증폭되는 식이었다.

이번 로켓 발사를 계기로 시작될 협상도 지난 20년처럼 난관이 많을 것이다. 중동과 파키스탄 문제에 비해 북한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협상이 질질 끌 우려가 있는데다, 검증(사찰) 같은 민감한 문제는 다시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다. 1994년 6월 전쟁 위기의 직접적 발단도 특별 사찰 문제였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빌미로 일본과 남한 정부가 추진할 군비 증강도 동북아 긴장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남한 정치권에서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화와 MD 참여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이번 로켓 발사는 북한이 사회주의 사회이기는커녕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라는 것도 보여줬다. 북한은 아이들이 굶주리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엄청난 물자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이런 비극은 제국주의와 이윤 체제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계속될 것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제국주의와 이윤 체제 주관자들의 회담이 아니라 그들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있다.

2009년 4월 6일
다함께(김하영 운영위원 대표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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