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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재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Ⅱ)

2006년 12월 4일

10.26 재선 평가
10·26 재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10·26재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Ⅱ)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거리를 둬야" 하는가?

10·26재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 (Ⅱ)

김인식

첫 번째 글(‘10·26재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주는가?’)에서는 주되게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후보 요인이 선거 패인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주된 요인이었고, 다른 요인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요인들이 선거 결과에 어떤 효과를 냈으며, 그 요인들과 후보 요인이 어떻게 관련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농소동 ― 시험대에 오른 민주노동당의 국정운영

정갑득 후보는 양정동·염포동에서 한나라당의 윤두환을 3천1백11표를 앞섰다. 그러나 농소동에서는 8천5백99표를 얻어 윤두환에게 3천4백67표 뒤졌다. 지난 총선 때 조승수 의원은 이 지역에서 1만 1천9백64표를 얻어 윤두환(9천9백72표)에게 1천9백92표 차이로 앞섰다. 상황이 반전된 까닭은 무엇인가?
농소동은 민주노동당 소속 이상범 북구청장이 음식물 자원화 시설 건립을 강행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크게 마찰을 빚은 중산동이 포함돼 있는 곳(농소2동 선거구)이다. 이 선거구에서만 정갑득 후보는 윤두환에게 1천4백26표(20퍼센트 차이) 뒤졌다. 반면, 지난해 총선에서 조승수 전 의원은 8백8표 차이로 윤두환을 앞섰다.
사실, 사정을 알 만한 사람들은 선거 전부터 민주노동당이 이 지역에서 열세라고 예상했다. 이상범 구청장은 주민들의 의사를 거슬러 시설물 건립을 추진한데다, 지난해 11월에 시설물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북구청에 항의하러 오자 경찰력을 부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대책위원장이 구속됐다.(그는 현대차 노조원 출신으로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기초의원까지 지낸 바 있다.)
음식물 자원화 시설이 친환경 시설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민주노동당 공직자라면 설득과 동의에 근거해 구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주민들이 음식물 자원화 시설을 ‘혐오 시설’로 ― 옳든 그르든 간에 ― 여겨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역 분위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 곳에서 선거 운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거의 하지 못했다. 10월 22일 이 곳에서 선거 운동을 했던 서울지역 당원들은 주민들의 냉랭한 반응을 경험했다.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은 열우당에 실망한 표를 민주노동당의 공백을 이용해 상당 부분 흡수했다. 민주노동당의 지지 표도 적잖이 빼앗아 갔다(표 참조).

 

열우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2004년 총선

5,860표(20.7%)

9,972표(35.2%)

11,964표(42.2%)

2005년 재선거

1,481표(6.7%)

12,066표(54.3%)

8,599표(38.7%)

이번 선거에서 열우당 지지율은 2004년 선거 때보다 14퍼센트 하락했다. 민주노동당의 지지율도 같은 기간에 3.5퍼센트 감소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19.1퍼센트 증가했다. 음식물 자원화 시설 건립 문제로 말미암아 민주노동당이 이 곳에서 퇴각하다시피 하자, 한나라당이 그 공백을 한껏 이용해 열우당의 인기 하락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챙긴 것이다. 이 곳과 양정동·염포동의 선거 결과를 비교해 보아도 한나라당이 이 지역에서 확실하게 독점적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정동·염포동에서도 열우당의 지지율은 약 10.6퍼센트 떨어졌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지난해보다 대략 7.4퍼센트 상승했고, 민주노동당도 4.6퍼센트 상승했다. 노동계급 밀집 지구이고 민주노동당이 활발하게 선거 운동을 한 덕분에, 열우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사이익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다. 열우당의 위기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이용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우리 민주노동당이 열우당의 개혁 실패가 자아내는 정치적 양극화의 왼쪽 진지를 잘만 구축한다면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아쉽게도, 이상범 구청장의 관료적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 때문에 우리 당은 농소동에서 열우당의 위기를 이용할 기회를 놓쳐 버렸다.

효문동과 비정규직

효문동은 현대차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고, 비정규직(또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또, 현대차 노동자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정갑득 후보는 윤두환을 7백19표(6.9퍼센트) 앞섰다. 득표율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절대 득표수는 1천1백32표가 줄었다. 반면, 윤두환은 지난해보다 13.2퍼센트(6백95표) 증가했다. 열우당의 지지율 하락분(약 11.6퍼센트 감소)을 오돗이 가로채 갔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이 곳에서 거의 선거 운동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단병호 의원과 서울지역 당원들이 한 선거 운동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것은 정갑득 후보의 비정규직 관련 전력, 선거 직전에 있었던 현대차 정규직노조 지도부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 등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 활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과 관련 있다. 후보 요인이 이 곳에서도 한몫 했던 것이다.

맺으며

김혜경 전 대표는 “울산 북구의 패배 요인 중에 [당내의] 다양한 의견들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분파 갈등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나도 김 전 대표의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울산 북구 선거 결과가 당의 향배를 당분간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자민통’ 경향과 ‘다함께’ 경향을 제외한 나머지 당내 경향들은 이 선거의 승리를 위해 결집하지 않았다.(일부 개인들이 선거 지원 활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집단으로 세력을 동원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 공장 안에서도 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현대차 내 현장조직들은 정갑득 후보를 그가 속해 있던 ‘실노회’ 후보로 초반에 인식했다. 그들이 정갑득 후보를 지지 후보로 ‘형식적으로나마’ 인정하기까지는 선거전에 돌입하고 일주일이나 걸렸다.”(정용상, <매일노동뉴스>, 11월 2일치.)
일부 현대차 노동자들은 “정갑득 씨가 당선되면 11월에 있을 현대차 노조 선거에서 실노회가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현장조직들이 지지 성명서만 내놓고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말 그대로 분파주의다.
분파의 존재와 분파 간 경쟁 자체야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분파주의는 다른 문제다. 운동의 대의가 아니라 정파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는, 그래서 계급적 대의가 아니라 그 쟁점이 자기 정파에 유리할지 아닐지에 대해 먼저 주판알을 튕기는 것은 분파주의다. 하나의 당이라면 견해가 달라도 행동은 통일할 줄 알아야 한다. 분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출발점은 서로 경쟁하는 분파들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공통점만 추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억압을 낳을 수 있다. 차이점만 강조하면 서로 다른 당으로 분열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토론과 논쟁은 자유로워야 하고, 일단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행동은 통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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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에서는 당의 진로를 둘러싼 견해들에 대해 의견을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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