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 발표
재파병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2009년 11월 1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향한 이명박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0월 30일 정부는 기자 브리핑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방한하고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이 재파병 방침을 공식화한 지 4일 만이다. 다음달 방한할 오바마에게 선물을 확실히 안겨 줄 심산인 듯하다.

정부 브리핑의 내용은 며칠 전 유명환이 외교통상부 전체회의에서 밝힌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지역재건팀(PRT)을 확대해 아프가니스탄 내 1개 주(州)를 전담할 것이고 PRT 보호를 위해 군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군 병력은 약 3백 명 규모로 특전사나 해병대 같은 정예요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실사단을 파견할 것이고 이들이 귀국하는 대로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브리핑에서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윤장호 하사와 샘물교회 교인의 죽음을 의식한 듯 “자체 방어와 자위권 행사 외 별도 전투 행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아프간 지원 확대는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며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자체 방어와 자위권 행사”가 ‘전투’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방부 장관 김태영은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구별할 수 없”으며 “불가피한 교전과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정부는 “PRT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지역”에 기지를 설치하겠다고 하지만 오늘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퍼센트를 장악한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점령군에게 ‘안전한 지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통제한다는 수도 카불도 밤에는 탈레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정부는 “우리나라가 G20 국가 중 경제규모가 13~14위이기 때문에 지위에 걸맞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G20 국가 중 추가 파병에 나선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추가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고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파병한 군대도 철수시킬 태세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파병하지 않았고, 일본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미군 수송기에 대한 공중 급유도 내년 초까지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자신이 ‘더 많은 군대’로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 추세와도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심각하다. 미군 사망자수는 지난 8월, 개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두 달 만에 그 기록이 경신됐다.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총사령관 맥크리스털은 앞으로 약 4만 명의 증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려는 이유다.

정부가 아무리 “재건”, “지원”, “보호 병력” 등 미사여구로 가리려 해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미국의 점령과 학살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질 더 큰 비극을 막으려면 당장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중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행동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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