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당 지도부는 비정규직 입법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2006년 12월 4일

당 지도부는 비정규직 입법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다함께

산업인력공단, 하이닉스 매그나칩,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앞에서는 노동자들이 연일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물대포를 맞으며 비정규직 개악안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학법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우당의 갈등 때문에 비정규직 개악안은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위험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부적절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수정안은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제출됐다고 한다.

이미 단병호 의원은 “만약 우리가 주장하는 사유 제한의 입구가 너무 좁아서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입구를 얼마나 열면 될지는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타협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리고 이것이 기간제 고용의 사유를 4가지에서 10가지로 늘리는 수정안 제출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수출 주문의 예외적 급증이 발생한 경우’, ‘일시적 업무량이 증가한 경우’ 등 추가된 사유들은 사용자와 정부가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간제 고용을 늘릴 위험이 크다.

단병호 의원도 “사유제한 조항 추가로 일시 업무와 관련해 사실상 모든 기간제가 열려 있는 것”이며 “기간제에 대한 일반적 사유까지 두었기 때문에 그 폭이 매우 넓다”고 인정했다.

그 동안 단병호 의원을 포함해 민주노동당은 기간제 사용 사유 제한을 엄격하게 해야 비정규직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사유를 이처럼 늘리게 되면 기간제 고용의 남용을 막자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객관적 조건의 어려움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후퇴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민주노총의 파업을 앞두고 한국노총 지도부가 배신을 했고,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파업이 지도부의 통제에 따른 교대식 목요 파업으로 벌어져, 원내 활동을 확실히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 의원단이 의사일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적잖이 의식했을 법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사유 제한’을 포함시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명분’을 살려 주되, 제한의 폭을 대폭 여는 방식으로 ‘실리’를 일부 포기, 여당의 거부감을 완화[하고] … 연내 입법의 가능성을 높여 한국노총의 요구에도 부응”(<매일노동뉴스> 12월 8일치)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듯하다.

그러나 의회주의적 고려가 부적절한 타협과 후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당 지도부는 ‘교섭의 덫’에 걸린 듯하다. 힘의 관계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 내 협상을 통해 최악의 안을 막으며 연내 입법을 관철하겠다는 자세가 양보안을 낳은 것이다. 사실, 이 길은 이미 한국노총 지도부가 거쳐간 길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와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만족하는 방안은 없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정안이란 노동자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말과 같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한데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일보 후퇴해서 싸워야 하는 지형을 조성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와 사용자들의 기만 살리고 노동자들에게는 실망과 분열을 안겨 주게 될 위험이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수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의원단은 국회 안에서 협상을 통해 최악의 안만은 막아 보자는 식의 계산을 해서는 안 된다. 설사 최악의 안이 강요된다 해도 노동자 대중이 저항다운 저항을 한다면, 1996년 12월 26일 날치기 통과된 노동법처럼 일정 기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으나, 노동자 대중의 저항다운 저항 없이 무기력하게 얻은 안은 아무리 그럴 듯한 개혁입법일지라도 사용자들과 정부에 의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질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노동법은 모순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계급 세력관계에 따라 적용되는 것 아닌가.

집권당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고 집권당이 강행 처리하게 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 집권당의 계급적 본질이 드러나게 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 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타협은 노동자 대중의 투쟁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다.

2005년 12월 10일
다함께

*원문을 한글 파일로 첨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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