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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천안함 사고 북한 관련 근거 없다’
북한 관련설 흘리지 말고 진정한 원인을 신속히 밝혀라

2010년 4월 2일

“이 불가사의한 나라에 이젠 정말이지 넌덜머리가 납니다.”

천안함 사고 실종자 가족인 황영수 씨가 해군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이 문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비극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실종자 구조도 진상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군부는 거듭해서 거짓말과 진실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 군 수뇌부와 우파 언론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북한 관련설을 흘리고 있다. ‘북한 관련 사실이 드러나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식의 추임새도 넣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런 압력에 타협하고 동조하고 있다.

소중한 마흔 여섯 생명이 꺼져 가는 한편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보며 실종자 가족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네 차례나 진행된 안보관계장관회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해군의 초동대응은 잘 됐다”(이명박), “초동작전은 비교적 완벽하게 이뤄졌다”(국방장관 김태영)는 말과 달리 처음부터 군과 정부의 대처는 형편없는 주먹구구였다.

해군은 사고지점에 부표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배꼬리를 발견할 때까지 이틀을 허비해야 했다. 배꼬리를 발견한 것도 해군이 아니라 어선이었다.

수색에 필요한 기뢰탐지함은 뒤늦게 출발해서 이틀 후에야 도착했다. 해상크레인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구조 작업에 필수적인 잠수병 예방 장치인 ‘감압체임버’도 달랑 한 대밖에 없고 ‘심해헬멧’이나 로봇 팔이 달린 심해잠수정 등도 준비되지 않아 구조 작업이 늦어지거나 무리한 구조 작업 속에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실종자 가족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아 뉴스를 보고서야 사고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세계에서 살상무기를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한 이 나라가 사람을 구하는 장비 마련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아시아 최대’, ‘아시아 최초’라고 자랑해 온 초대형 최첨단 군함, 잠수정 등은 전쟁 준비와 연습에만 쓸모있는 것임이 드러났다.

이처럼 사람을 살리는 데는 무능한 정부와 군 수뇌부가 실종자 가족들 속에 ‘프락치’를 심어 두거나 분향소 설치나 서두른 것은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조차 원천봉쇄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처럼 현재 상황은 정말 ‘영화 <괴물>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지금 정부와 군 수뇌부는 무엇이 두려운지 끊임없이 진실을 감추려 한다. 생존자 56명을 인근 병원이 아닌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겨서 입을 막아 놓고 취재도 가로막고 있다. 사고 당시를 찍은 40분짜리 동영상에서 처음에는 고작 80초만 공개했다. 진실을 밝힐 열쇠가 담겨 있을 교신일지는 지금까지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비밀주의

이처럼 “철저한 비밀주의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에 온갖 물음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이 노후해서 물이 새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인가? 왜 천안함은 평소에 가지 않는 육지 근처 수심이 얕은 곳까지 갔는가? 당시 서해에서 진행되고 있던 북침 예행 연습인 한미합동 독수리 훈련이 이번 사고와 관련 있지 않은가? 왜 장교들은 전부 생존했고 실종자는 전부 부사관과 사병인가? 왜 군의 사고 추정 시각은 계속 바뀌는가? 왜 속초함은 사고 직후 ‘새떼’에게 5분 동안 1백30여 발이나 함포 사격을 했는가? 북한 잠수정을 겨냥해 한국군이나 미군이 그 지역에 뿌려 논 기뢰가 폭발한 것은 아닌가?

뭔가 책임져야 할 실수와 잘못을 한 정부와 군 수뇌부가 그것을 회피하려고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는 인상을 많은 사람들이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군부와 우파 언론들은 근거도 없는 북한 관련설을 흘리고 있다. 군부와 조중동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발사설’, ‘북한 기뢰 폭발설’ 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 인간어뢰 공격설’ 같은 황당한 상상력까지 드러냈다. 국방부 장관 김태영도 “북한이 어떤 짓을 해 놓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침묵]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한 적이 없다”거나 “북한 개입 근거가 나오면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군부와 우파의 압력에 타협하고 동조한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과 미국 정부조차 북한 관련설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주한미군 사령관 월터 샤프는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포착된 바 없다”고 했고, 미 국무부 부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도 “[북한 개입이] 사고 원인이라고 믿거나 우려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한국 국방부 대변인 원태재도 “북한 잠수함, 반잠수함의 특이 활동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북한 공격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하고 “행동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전쟁 불사 선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쟁광들의 광기 어린 선동에 정말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다.

이번에도 사고 직후 속초함이 NLL 북쪽으로 5분 동안이나 함포 사격을 가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것은 ‘대북 선제공격’을 운운해 온 국방부 장관 김태영의 “즉각 격파”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남한 정부는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도 발포했다. 이 대응은 하마터면 북한과 의도치 않게 전쟁을 벌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하고 지적했다.

지금 차디찬 서해 앞바다 속에 있는 병사 46명은 바로 이런 거짓말쟁이 전쟁광들 때문에 위험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실종된 병사들은 … 애국적 병사들이고 그 가족들은 애국 가족”이라는 이명박의 말은 역겨울 뿐이다. 이명박은 진상 규명이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다. 1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진실 규명에 열의 없음을 나타냈다.

그래서 <파이낸셜타임스>의 크리스찬 올리버 서울지국장은 “2006년 히트 영화 <괴물>에서 진짜 악당은 살인 괴물이 아니라 충격과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혼돈에 빠지게 하는 한국 정부였다”며 “[한국] 정부는 비틀린 음모론과 그들이 신뢰하지 않는 대중의 커다란 저항 속에 계속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 군부는 근거도 없는 북한 관련설을 흘리지 말고 신속하게 실종자들을 구조하고, 진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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