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고 박지연 씨 관련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석방하라
“삼성이 박지연 씨를 죽였고, 정부는 살인을 방조했다”

2010년 4월 2일

오후 1시, 강남역 삼성본관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와 시민ㆍ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하려다 모두 연행됐다.

이들은 3월 31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박지연 씨의 죽음에 삼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고 박지연 씨의 발인이 오늘이었다.

고교 3학년 때인 2004년 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방사선을 다루는 업무를 했던 박 씨는 입사 32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가족 중에 백혈병이나 암에 걸렸던 사람도 없었고, 박 씨도 평소 감기도 잘 안 걸릴 정도로 건강 체질이었다.

끝없는 기업 탐욕에 희생돼 만 스무 살에 백혈병에 걸려 스물셋 나이에 죽어간 이런 기막힌 죽음이 처음은 아니다. 반올림이 파악한 것만 해도, 박 씨는 지난 10년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아홉 번째 사망자다.

이들을 포함해 백혈병 발병자 22명이 파악돼 있다. 피해 노동자들은 집단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인정을 받지 못했다. 반도체 공장 근무사실이 백혈병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관리공단 모두 그랬다.

그렇다면 왜 삼성은 피해자들에게 거액을 준다며 산재 신청을 철회하라고 회유했을까.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지난해 10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는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벤젠은 반도체공장에서 백혈병과 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1급 발암 물질이다.

자신들을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부르는 이들 피해자와 가족들은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려 한다.

올해 1월엔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다. 3월 5일엔 또 다른 사망자 고 황유미 씨의 사망 3주기 촛불추모제를 삼성본관 앞에서 경찰의 방해 속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오늘도 서초경찰서는 기자회견을 막으려 전경버스 열두 대를 동원했다. 고 박지연 씨의 빈소엔 서초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감시의 눈길로 배회했고, 심지어 오늘은 화장터로 가는 운구차까지 경찰들이 둘러싸 막기도 했다.

세금 수백억 원을 떼먹고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이건희는 지난해 연말 특별 사면됐다. 얼빠진 이건희는 뻔뻔스럽게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건희가 사면된 날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씨는 경찰에 연행됐고, 회장 복귀 일주일 뒤에 기업 탐욕에 희생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이제 한으로 가득 찬 짧은 인생을 마쳤다.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이건희의 말이 방송을 탔을 때, 역겨움과 분노를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올림의 주장처럼 “박지연 씨는 삼성이 죽였고, 정부가 삼성의 살인을 방조했다.”

진실을 감추려 고인의 가는 길마저 가로막은 경찰을 규탄한다. 연행자를 당장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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