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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범죄가 아니다. 낙태 징역형 선고를 규탄한다.

최근 울산지방법원(판사 김정민)은 낙태 시술한 의사에게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2009년에 여성의 요청에 의해 임신 10주된 태아를 낙태했다. 문제는 나중에 이 여성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낙태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졌고 남편이 의사를 고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병원이 한 또다른 낙태도 문제 삼았다. 한 청소년이 남자친구와 합의해 낙태 시술을 받았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부모가 의사를 고소한 것이다.

이번 징역형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낙태 기소 건수 자체가 적었고, 기소되더라도 선고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처벌 대상이 된 임신 10주 낙태는 세계적으로 널리 합법화됐고,한국에서도 흔히 용인되던 초기낙태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사실상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 힘든 미혼·청소년 임신의 경우 낙태 허용사유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시술 의사를 고발하고,정부가 낙태금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낙태를 범죄시하는 분위기가 강화되자 낙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이번 판결만이 아니라 올해 4월에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고발한 한 산부인과 사무장이 구속됐고 그 후 낙태 시술 의사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성운동이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 산부인과의사회,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 등도 제한적이나마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다.

김정민 판사는 판결문에서 “선고유예에 그친다면 불법 낙태가 근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했다”며 낙태금지론자들의 논리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처벌은 결코 낙태를 줄일 수 없다. 낙태가 불법화된 나라들이 합법화된 나라들보다 낙태율이 오히려 더 높다. 오히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초기에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여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유지된다면 선례로 남아 낙태 시술이 또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올해 3월처럼 낙태 비용이 치솟아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이 비싼 수술비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출산에 뛰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당사자도 여성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낙태를 결정한 여성을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여성의 결정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이번 판결을 규탄하며,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낙태 처벌이 아니라,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다함께,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여성주의의료생협(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전국여성연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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