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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16 공동대응단”, 칸쿤 기후변화총회 성명서:
수천 개의 칸쿤, 단 하나의 목소리, ‘기후정의’

2010년, 기후변화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동토의 땅 러시아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고, 중국 남부와 동북부에서는 홍수로 1억 2,0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80년 만의 대홍수로 1,500명이 사망했고, 남미에서는 혹한의 추위로 200여명이 사망했다. 그런가하면 남아공에서는 극심한 한파로 수백 마리의 펭귄이 얼어 죽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던 우리나라 역시 계절에 맞지 않는 폭염과 한파, 많은 강수량과 가뭄 등 천변만화하는 기후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나타난 이상기후는 우리가 이미 기후변화 피해를 겪기 시작했고, 그것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가를 목도했다. 가속화·광폭화·상례화되기 시작한 기후변화는 지금 당장 풀어야만 할 과제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현재 멕시코 칸쿤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제16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6, 이하 ‘칸쿤 총회’)’에 주목한다. 작년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코펜하겐 총회”)’가 완벽히 실패로 끝남에 따라 인류는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금번 칸쿤 총회는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방향을 상실한 기후변화 국제협상을 재정립하고 구속력 있는 협정을 도출해야 하는 중차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시기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칸쿤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COP16 공동대응단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칸쿤을 넘기지 말라. 그것은 폭력이다.

작년 ‘코펜하겐 총회’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각국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자리였다. 선진국들은 자신의 책임을 개발도상국들에게 전가하고,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를 오로지 경제성장의 기회로만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라던 ‘코펜하겐 총회’는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끝났다. 이는 ‘코펜하겐 총회’에서 Post-2012 논의를 끝내자던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다. 게다가 다시 재개된 실무급 협상에서도 작년에 비해 아무 진전이 없어 ‘칸쿤 총회’를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시각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Post-2012 체제 합의가 지체된 건 전적으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각국의 저열한 인식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합의를 미룬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구와 인류에 대한 폭력이다. 올해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각국 비준과 세부이행과제 논의에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더욱 좋지 않은 건 COP15의 실패로 인해 기후변화 국제 협상에 대한 기대가 저하됐고, 작년과 똑같은 의제를 다루어야 할 정도로 협상이 지지부진해 ‘칸쿤 총회’에 대한 관심 자체가 희석됐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전체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져 향후 각국이 추진해야 할 각종 정책들 역시 힘이 빠지게 됐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지구적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국 협상대표들은 ‘칸쿤 총회’에서 Post-2012 체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그것은 경제적 이해관계로 좌우되어선 안 되는 각국 협상단의 절대적 의무다.

코차밤바를 기억하라. 기후정의가 답이다.

지난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는 실패한 기후변화총회를 대신해 농민과 토착민, 노동자 등의 기층민중들과 전세계 NGO들이 중심이 된 ‘기후변화와 지구 대지의 권리를 위한 세계 민중 총회(CMPCC)(이하 ‘기후변화 세계민중총회’)’가 열렸다. ‘기후변화 세계민중총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자국의 협소한 경제적 이익 때문에 공동의 미래를 저버린 정부 협상대표단과 달리 기후변화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고, 지구 대지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전분야에 걸쳐 정의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에 명쾌하게 중지를 모았는데, 여기에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극적으로 낮춰 온도 상승을 억제하자는 내용을 포함해 농업과 식량주권의 인정, 제3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 숲에 대한 새로운 위상 부여와 보전, 탄소시장 및 기술주의적 접근방식의 철폐, 선진국의 기후부채 수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사회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사회시스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새로운 약자계층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 피해는 각국의 취약성(Vulnerability)과 형성 능력(Capacity Building)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제3세계 국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지만, 지구온난화 기여도가 높은 선진국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책임을 무마하거나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에 의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 원칙이다. 기후변화협약이 경제적 성격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post-2012 체제에 대한 합의는 더욱 요원해지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정의’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상식과 원칙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의 의제다. 우리는 코차밤바에서 도출된 ‘민중협정’정신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코차밤바와 기후정의의 원칙이 ‘칸쿤 총회’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량주권을 확립하라, 소농이 희망이다.

우리는 코차밤바 민중선언문에 제시되어있듯이 진정한 대안이 식량주권임을 지지한다. 식량주권은 지구상 수십억 인구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예측이 불가능하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

식량주권은 민중들이 식량을 둘러싼 모든 정책을 결정할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생산자는 생산을 위한 토지와 물,종자와 같은 자연 자원에 대한 권리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고유한 권리로써 민중들은 안전하고 건강하며 환경친화적인 먹거리를 먹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또한 식량주권은 세계화된 식량체인을 지역농업체계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농산물의 이동을 위한 화석연료의 소비를 감소시키며 농업과 소농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지역농업체계로의 전환에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즈니스와 이윤만을 위한 기업농과 수출농은 식량주권의 잘못된 대안이다. 우리는 생명과 지역사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소규모 농업을 보호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IPCC 4차 보고서의 권고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IPCC는 AR4를 통해 기후변화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세기 안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이하로 안정화시켜야 하고,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하로 온도 상승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는 논쟁이 끝난 과학적 사실로서,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최근 UNEP의 분석에 따르면 ‘코펜하겐 협정’을 모든 국가들이 적극 준수한다고 해도 과학적 권고치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다가 IPCC의 권고안마저 너무 보수적이고, 300~350ppm까지는 낮춰야 제3세계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크게 못미치는 노력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은 개탄스럽기만 하다.

‘칸쿤 총회’에서는 최소한 전지구적으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85% 이상을 감축하는 목표가 전세계 공유비전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각국의 경제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각국 정부대표단은 전세계인의 생명을 볼모로 한 줄다리기를 즉각 중단하라.

선진국은 기후부채를 전적으로 수용하라.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명백하다. 그간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독점하며 풍요를 누려왔다. 지구온난화는 선진국 풍요의 산물이며 따라서 선진국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우리는 환경문제 해결의 제1의 원칙이 오염자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은 자신들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것에 걸맞은 감축 목표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는 제3세계에게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해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제3세계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데 선진국들의 지원방안은 이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고 실정이다. 3년간 300억불을 긴급 지원하겠다던 선진국들의 약속은 아직도 논의만 무성하다. 선진국들은 지금 이순간도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거나, 경제적 피해를 입거나, 심지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선진국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국가와 민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은 ‘칸쿤 총회’를 통해 정의의 관점에서 제3세계 지원에 관한 명확하고 실질적인 수치와 제도를 공약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는 해답이 아니다.

지구온난화 대응 비용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미명하에 도입된 현행의 탄소 거래제는 그간 기후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막대한 배출권이 인정되어 온실가스의 실질 감축 효과는 없었고,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를 통한 투기 이익 창출에 골몰할 뿐이다. 따라서 탄소거래는 사회체제의 근본적 전환이라는 화두를 도외시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대응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본의 확대 전략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또한 탄소거래를 통한 이익은 응당 일부 기업이나 금융자본에게 편중되면서 현재의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세계 체제를 고착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각국 정부 역시 탄소 거래제도를 악용하며 사실상 거래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왔다. 기후변화대응의 핵심은 이미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자국 내에서의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 하는 것이지 배출권을 구입하여 목표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대응이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에 정말 공감한다면 감축효과도 기대할 수 없고, 사회적 공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탄소거래제도 도입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탄소 거래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 자체가 기후변화의 근본적 치유에 관심이 없다는 반증일 뿐이다.

지구온난화의 잘못된 해결책을 폐기하라

석유와 소비과잉으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이 지구온난화의 핵심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Post-2012 논의에서 몇 가지 프로그램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는 정의로운 지구온난화 대응체제로의 전환을 막고, 왜곡된 현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악의적인 의도이기 때문이다.

□ 反민중, 反정의, 反사회의 첨병, REDD

REDD(+)(개발도상국의 삼림 감소와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의 감축)제도는 열대우림을 지키자는 명목상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단일종 식재나 생물종 다양성 훼손, 유전자조작 나무의 등장 등 환경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산림에 의존해 살고 있는 지역 토착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나을 수밖에 없다. 제3세계 국가의 열대우림 보존은 기후부채 수용 차원에서 선진국들의 직접적인 재정·기술지원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 도입하는 건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 새로운 제국주의, 바이오연료

바이오연료는 이미 선진국을 위한 대규모 무역 상품으로 변질되었다. 20세기를 관통했던 경제 제국주의 문제와 환경오염산업의 제3세계 이전, 생산과 소비 주체의 극심한 불평등 문제가 고스란히 바이오연료 분야로 확장된 것이다. 게다가 자국 내 바이오연료 생산이 아닌 수입을 통한 바이오연료 소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구온난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선진국이나 경제적 강자들이 민중들의 삶을 착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바이오연료를 통한 연료 전환보다는 교통 연료 수요를 줄이는 지역화가 올바른 접근방식이다.

□ 에너지집약적 문명의 상징, 핵발전

핵발전 역시 지극히 왜곡된 대응책의 하나다. 핵발전은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하는 시점에 에너지 과잉 소비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호도한다. 또한 인류의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핵폐기물이라는 다른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고, 이 폐기물 문제는 고스란히 다음세대의 부담과 위험으로 이어진다. 핵발전이 기후변화대응에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는 것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선진국들이 중심이 된 IEA조차 2050년까지 CO2 감축 기여도에 있어 핵발전은 2~10%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전쟁무기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런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핵발전이 기후변화대응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을 반대하고, 핵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기술주의적 해결 방식

탄소 포집·저장(CCS)를 비롯하여 많은 지구공학적(Geo-Engineering) 해결책들 역시 유력한 감축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기술일뿐더러 온실가스 배출 체제의 전환과는 거리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고민되어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것이 자국 내에서의 감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거나 근본적인 변화의 발목을 잡는 수단이 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2012년 COP18 유치를 원한다면 4대강과 그린워시를 포기하라.

지난 ‘코펜하겐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기후변화협약 제18차 당사국 총회(이하 ‘COP18′)’ 를 유치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지구 논의의 장으로서 개최국은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적극적인 국제리더십을 보이고, 전인류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칸쿤 총회’와 내년의 ‘남아공 총회’에서 post-2012 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COP18은 구석에 몰린 세계 각국이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기 위한 마지노선이 되고, 올해나 내년 중에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해이자 세부이행계획을 협의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기후변화대응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을뿐더러 핵발전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이는 내용이 “녹색성장”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그린워시(greenwash) 정부다. 이런 정부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힘들다. 오히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식의 그릇된 ‘녹색성장’을 전파시키는 등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정부가 보여준 소통의 태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COP18을 유치하는 것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수만 명이 참가하는 회의이자 그 중에 상당수는 각국 협상대표단에게 올바른 판단을 종용하는 기층민중과 NGO활동가 들이다. 이들은 UN이 참가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협상 주체이며, 실제로도 기후변화협약 과정에서 많은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G20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입국 불허, 집회 방해 등 갖은 공작을 서슴치 않으며 G20대응 국제민중회의를 방해한 전력이 있다. 회의장에 장갑차까지 동원해가며 회의장과 외부를 격리시켰다. 이런 정부에게 농민, 노동자, NGO활동가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당사국총회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COP18을 유치하겠다면 4대강, 핵발전으로 대변되는 “녹색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개최국에 걸맞은 기후변화대응 공약을 내세워야 하는 게 합당한 수순이다. ‘칸쿤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은 COP18유치가 아니라 “녹색성장” 정책의 백지화 선언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COP18 유치는 전지구를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며, COP16 공동대응단 역시 COP18 유치에 단호하게 반대입장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기후정의’다.

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common)”, “차별화된(differentiated)”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해 관철을 위한 기제로만 활용되었다. 기존의 기후변화협상 과정은 각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관계의 갈등 과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환경적 권리는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제3세계, 토착민, 노동자, 농민, 여성 등의 키워드로 정리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제도적 폭력이다. 기후변화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와 기후변화대응 과정에서 소외되는 피해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자, 농민, 토착민, 여성 등 사회주체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면서도 기후변화대응 과정에서 마저 생존권을 위협받거나 사회적 피해가 집중되는, 사실상의 방치 상태에 놓여 있었다. Post-2012 체제에서는 이들의 사회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조치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평등 양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의 원칙이 새로운 합의 안에 분명하게 수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3세계의 온실가스 개발권(GDR), 선진국의 기후부채 책임, 경제적 약자들의 에너지기본권 등에 관한 내용이 협상문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각국이 자국의 기후변화대책을 수립할 때도 ‘기후정의’원칙이 명명백백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국제노총이 제안한 ‘정의로운 전환’원칙을 지지한다.

COP 16 공동대응단의 주장

1. ‘칸쿤 총회’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역사적 의무다. 이미 논의 기한을 넘긴 상태기 때문에 ‘칸쿤 총회’에서는 반드시 Post-2012체제에 대한 ‘정의롭고, 구속력 있는’ 최종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2. 전세계 공유비전은 IPCC 4차 보고서의 권고치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역사적 배출 책임과 연동하여 선진국 등 다배출 국가들의 책임을 규정해야 한다.

3. 선진국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후부채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감축목표와 제3세계 지원 계획을 공약해야 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4. 각국 협상단은 탄소거래, 기술주의적 해결방식, REDD 등 왜곡된 수단을 백지화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확대, 수요관리 정책 우선 적용 등 사회 체제를 근본 전환할 수 있는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5. Post-2012체제에서는‘기후정의’의 원칙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상문에 ‘기후정의’의 원칙과 제도를 명문화하고, 노동자·토착민·농민·여성 등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한 특별 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코차밤바 민중협정에서 명문화한 ‘기후정의’원칙과 국제노총이 제안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협상문에 포함될 것을 요구한다.

6. 한국정부는 COP18을 유치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4대강, 핵발전을 포함한 기존 “녹색성장” 정책의 실착을 인정하고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 또한 ‘칸쿤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5% 감축 이상을 공약하라.

7. 농업이 기업들의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바이오연료’, ‘기후변화 대비 콩’, ‘기업적 산림 플랜테이션’등을 통해 거대 기업들은 유전 자원의 상업화와 사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기업농 육성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소규모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역 식량 체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라. 또한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와 물, 종자와 같은 자연 자원에 대한 소농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호하라.

COP16 공동대응단은 위와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도록 ‘칸쿤 총회’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활동가들과 공동 활동을 진행할 것이며, 국제노총, 농민단체, 환경단체들과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왜곡된 “녹색성장” 정책을 분쇄하고, 진정한 기후변화 대응의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많은 민중들의 동참과 지지를 요청한다.

2010. 12. 1

COP16 공동대응단

다함께, 민주노동당, 사회진보연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시민회의(기독교환경연대, 녹색교통, 녹색연합, 부안시민발전소, 불교환경연대,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사)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정의행동,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에너지전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진보신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진보연대

* 문의 :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010-7726-0227, purevil@naver.com)
조성돈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국장(010-3229-4907, csd0816@eco.or.kr)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010-9443-9234, bulnavi@gmail.com)
곽길자 전농 정책국장(010-4135-1443, nongsa04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