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 홍익대학교
해고를 철회하고 임금을 인상하라
새해 첫 출근날 새벽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원 “살인과 같은 해고”를 당한 고령의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바닥에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홍익대 본관에서 “청국장 끓이고, 고등어 구워” 가며 “이사장이 나올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래서 연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뿐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지지 방문을 왔고, 배우 김여진 씨도 달려 왔다. 심지어 <중앙일보> 같은 보수 일간지조차 이 투쟁을 보도하며 차마 비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투쟁의 정당성과 시시비비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쥐꼬리만한 돈을 받으면서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 심지어는 7시 30분까지”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해 온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한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익대 학생들의 ‘아름다운 연대’도 늘어나고 있다. 홍익대 학생들은 농성 초기부터 라면, 쵸코파이 등을 사서 농성장에 찾아 오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동안, 조소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스런 지지 메시지들을 잔뜩 부착한 조형물이 농성장에 만들어졌다. 예술학과 학생 10명이 함께 농성장을 찾기도 했다.
학생들은 “금방 더러워지는 학내를 아침마다 치워 주는 노동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이 싸움을 지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청소, 시설 관리, 경비를 맡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야 학생들의 ‘편의’를 더 잘 돌봐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와 학생을 서로 이간질시키려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충돌한다’는 거짓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두가지 권리는 정확히 일치하고 있고, 이 투쟁은 노동자들의 생존권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게다가 홍익대 당국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듯이, 학생들에게도 열악한 교육 조건을 강요해 왔다.
홍익대 당국은 쌓아 놓은 재단적립금이 5천 억(전국 2위) 가까이 있으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을, 학생들에게는 높은 등록금을 강요해 왔다. 지난해, 홍익대 인문계열 연간 등록금은 9백12만 원으로 전국 1위였다. 높은 등록금에 반해 부족한 실습과 자치 공간은 나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홍익대 노동자와 학생 들은 ‘등록금이 아니라, 비정규직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를 하며 같이 싸워야 한다. 이런 요구와 투쟁에 도움을 주려는 학교 안팎의 모든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홍익대 당국에 맞서야 한다.
그동안 대학 청소, 시설관리, 경비 노동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으며 온갖 설움과 고통 속에 남 몰래 눈물을 삼켜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과 투쟁, 승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승리에는 사회적 연대와 학생들의 연대가 결정적이었다.
이런 승리의 행진이 홍익대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새벽부터 일하면서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해 온 수많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이 투쟁의 승리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이 승리는 그런 열악한 처지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승리가 될 것이며, 그런 노동자들을 부모, 친척, 이웃으로 두었기에 누구보다 그들을 도우려고 하는 젊은 88만 원 세대의 승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