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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무슬림을 속죄양 삼아 온 체제가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내다

2011년 7월 27일

브레이비크라는 한 노르웨이 광적인 극우 살인마가 오슬로의 집권 노동당의 정부청사를 폭탄 공격했고 노동당 청년캠프가 열리던 우퇴위아 섬에서 80명 이상의 청년들을 총기로 무차별 살해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너무나 침착해 기괴할 정도"였으며 "확신에 찬 모습으로 천천히 섬을 돌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족족 총을 쐈다"고 한다.

발생해서는 안 될 끔찍한 참사로 숨진 고인과 가족, 친지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

브레이비크는 공격 직전 인터넷에 올린 문서에서 자신이 영국의 '영국수호동맹' 같은 파시스트 단체를 존경하며, '유럽의 무슬림화'를 막고 다문화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테러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들은 서방 열강 정상들이 너도나도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한 것을 보도하면서 '무슬림 테러만이 아니라 극우 테러'도 위험한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마치 이번 사건이 그저 개인적 일탈이기만 한 것처럼 주장했다. 물론 브레이비크는 씻을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광기어린 살인마이고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천편일률적인 반응들은 이번 사건의 진정한 본질을 감추고 있다.

서방 정상들과 주류 언론, 그리고 이들이 옹호해 온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가 이번 비극을 낳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무슬림 혐오를 키운 것은 바로 지금 입에 거품을 물고 브레이비크를 비난하는 서방 열강 정부와 주류 언론 들이다.

미국 정부는 2000년대 중동 지배를 공고히하려고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고 다른 유럽 각 나라들은 여기에 동참했다. 그들은 ‘나쁜 무슬림에 억압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혹은 ‘이라크의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점령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원해 무고한 중동 민중들을 대량 학살해 왔다.

브레이비크가 "불충분하게 죽이는 것보다는 많이 죽이는 게 낫다", "잔혹했지만 필요한 일이었다"는 등의 잔혹한 태도를 과연 누구에게 배웠겠는가!

서방 지배자들은 동시에 자국 내 무슬림 이주민들을 우월한 '서방의 가치'에 동화되지 못하는 잠재적 문제 세력으로 매도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그들은 무슬림들을 속죄양으로 삼아 가혹한 긴축 정책 외에 위기 대책이 없는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려 했다.

예컨대,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국가 정체성 확립'을 내세우며 이슬람을 상징하는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은 이주민을 포용하려고 하는 ‘다문화적인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며 무슬림들을 공격했다.

반동적 절망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는 이슬람 표식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하고 모스크를 건설하는 것이 각각 금지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우익 정당이 유럽 곳곳에서 제1야당, 제2 야당으로 부상해 왔고 “2083년까지 유럽 각국을 극우 보수정권으로 정권교체한 뒤 이슬람 이민자들을 내쫓아 기독교 문화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브레이비크의 위험한 망상이 자라났던 것이다.

바로 이런 식으로 무슬림 혐오를 부추겨 극우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 자들이 이제 와서 ‘충격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괴물을 보고 놀란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 가증스러운 위선자들과 주류 언론들은 이번 테러 사건 초기에도 증거도 없이 무조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벌인 일’이라는 인종주의적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다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이슬람 극단주의가 또다른 극단주의를 낳았다’는 식으로 물타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유럽에서 벌어진 테러의 90퍼센트 이상은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저지른 것이었다.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점령군을 파병하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전후로 이주민 유입을 좀 더 엄격히 통제하면서 극우 성향의 ‘진보당’이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근래에도 리비아에 폭격기 6대를 보냈다. 노동당 지도자들도 무고한 노동당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를 더욱 더 섬뜩하게 만드는 것은 살인마 브레이비크가 "민족을 잘 보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유럽의 롤 모델"이라고 말해 왔고, 이 나라의 대통령 이명박을 ‘가장 만나고 싶은 지도자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주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나 범죄자 취급하는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은 그동안 많은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을 고통에 빠트려 왔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각국 지배자들이 갈수록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속죄양을 찾는 상황 속에서 극우 테러 대책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똑같은 괴물과 비극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진정한 대안은 수많은 이주민들과 함께 단결해 경제 위기에 맞선 투쟁을 더 가열차게 벌이면서 이번에 우퇴위아 섬을 지옥으로 만든 자들을 지옥의 불구덩이로 몰아 넣는 것이다.

이 끔찍한 체제가 얼마나 더 많은 괴물과 비극들을 만들어낼지 정말 등골이 서늘하다. 하루 빨리 이 괴물같은 체제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반혁명적 절망이 더 커지기 전에 혁명적 희망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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