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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성명 경구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에 반대한다:
사전, 사후피임약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고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라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고, '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했다.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과 안전성은 여성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의 재분류 안은 도리어 여성의 건강과 의료 접근권, 삶의 질을 저하 시킬 수밖에 없는 정책이기에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우리는 당초 사후피임약 재분류 방안을 검토하던 식약청이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대신, 지금껏 별다른 문제없이 이용되어 오던 사전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 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의-약사 간 이권 경쟁에 따른 정치적 결정은 아닌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구피임약은 지난 수십 년간 여성들의 임신과 생리 조절을 위해 이용되어 왔으며, 그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부작용을 혁신적으로 줄여오면서 이제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는 월경통 개선, 갱년기 증상의 치료, 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이 감소하고 부가적인 효과가 증대되면서 산부인과의사회에서도 높은 피임 성공률을 보이는 경구 피임약의 이용을 권장해왔다. 또한 부작용의 위험이 높은 경구피임약들의 경우에는 현재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을 통해 구입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제 와서 갑자기 일반의약품이던 경구피임약들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인 것이다.

사후피임약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 조치가 타당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정성이 입증된 사후피임약들은 해외에서도 상용화하여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며 일부 국가들은 공공병원 등에서 무료로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복용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의 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구입하여 복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약청은 현재 발표한 분류안대로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조치를 반드시 시행하고, 경구피임약 역시 일반의약품으로 유지하여 피임약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은 특히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로 인해 병원에 가기 힘든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심지어 사전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으로 인한 비용과 접근성의 문제로 수많은 여성들이 사전 피임약을 복용하는 대신 사후피임약에 의존하게 된다면 이는 여성의 건강과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낙태를 막기 위해 피임 실천과 교육을 높이겠다고 하던 정부가 정작 사전피임약에 대한 접근에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은 스스로도 모순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며, 이는 결국 정부가 여성의 실제 삶과 성적 결정권에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보여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식약청과 보건당국. 의사회, 약사회가 진정 여성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도록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 철저한 복약지도와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임에 대한 현실적 부담이 여전히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청소년 뿐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대중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 오는 7월 최종 결정을 주시할 것이며, 여성들의 건강권과 임신·출산 결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2년 6월 8일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건강과 대안, 다함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붉은몫소리,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성정치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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