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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대표 선거에 대한 다함께의 입장

2012년 6월 19일

통합진보당 지도부 선거가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선거 부정과 중앙위 폭력 사태를 거치며 통합진보당이 빠져들었던 커다란 위기와 분열을 일단락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만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위기와 분열을 이용해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진보진영을 탄압하던 우파 지배자들도 이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거 부정 등을 겪으면서 쓰디쓴 환멸과 실망감을 느꼈을 많은 진보 염원 대중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그나마 통합진보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진보의 원칙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진정한 혁신을 해 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와 우파 지배자들의 공세 속에서 노동운동의 단결과 투쟁에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종북 마녀사냥과 사상검증 공세도 막아 내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선거에서 이런 한가닥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인물과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번 선거의 핵심인 대표 선거의 구도를 보면 이것이 명확해진다. 대표 선거에는 현재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갑 전 의원과 강병기 전 경남정무부지사가 출마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자주파 진영의 부산ㆍ울산ㆍ경남연합을 기반으로 해서 출마한 강병기 후보는 사실상 ‘혁신’에 미온적이거나 저항해 온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당권파(경기동부ㆍ광주전남연합)가 사실상 강병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사퇴 등 선거 부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진보정당을 자체 정화하기 위한 조치에 대한 강병기 후보의 태도도 분명치 않다. 따라서 강병기 후보가 당선하면 선거 부정과 중앙위 폭력 사태 등 많은 진보 염원 대중을 실망시켰던 문제들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강병기 후보가 “진보적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현재의 혁신비대위와 차별성을 긋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사실, 구당권파도 이런 식으로 지금의 구도를 왜곡해 왔다. 그러나 진보적 정체성을 후퇴시키고, 참여당을 끌어들이고, 민주당과 ‘묻지마 야권연대’를 하고, ‘유연한 대중적 진보’가 돼야 한다고 앞장서 주장해 온 것이 바로 구당권파였다. 민중의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어색하게 섞은 것도 구당권파였다.

무엇을 위한 혁신인가

강병기 후보는 이런 방향의 최선두에 있었다. 강병기 후보는 김두관과 파트너를 이룬 경남정무부지사 시절에 버스비 인상을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았고, 지난 총선 때 ‘묻지마 야권연대’를 위해 심지어 새누리당 출신 후보와도 단일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결국 강병기 후보는 비(非)혁신과,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보여 준다.

반면 참여당계ㆍ진보신당계ㆍ인천연합 등을 기반으로 한 강기갑 후보는 선거 부정 등에 대한 철저한 혁신을 말하며, 패권주의를 방지하고 투명하게 당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강기갑 후보의 ‘혁신’에는 우려스러운 것들이 더 많다. 특히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방향이 진보정당을 기성체제에 더 순응시키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재벌해체론을 재검토하겠다’, ‘조직 노동이 기득권층화했다’는 주장 등이 그렇다. ‘애국가를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대표적인데, ‘국민 눈높이’와 ‘당원들의 평균적 정서’라는 논리로 이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대중의 꽁무니를 쫓는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민중의례 전통뿐 아니라 노동자 국제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도 애국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강기갑 후보가 당선하면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 심상정 비대위가 가려고 했던 길 – 기성 체제에 타협하며 당을 더욱 온건화하기 – 을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이 길을 앞장서 닦은 것도 구당권파였지만 말이다.

결국 강기갑 후보는 일부 필요한 혁신만이 아니라 나쁜 혁신을 더 많이 말하며, 온건 개혁주의의 언행일치를 보여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후보 모두 통합진보당이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에 기여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혁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진보의 원칙과 정체성을 복원하며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인지, 어떻게 ‘묻지마 야권연대’에서 벗어나 노동계급의 중심성과 투쟁성을 강화할 것인지 등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통합진보당 대표 선거에서 두 후보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게 옳은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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