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박근혜 패퇴와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한 진보정치 연합체가 필요하다

2012년 8월 18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고, 통합진보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을 넘어서 실질적 분당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에게 주된 책임이 있는 여러 불미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단결과 투쟁의 무기이기는커녕 골치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법안 하나 논평 하나 제대로 못 내는 식물정당 상태다. 에스제이엠과 만도 침탈 같은 상황에서도 어떠한 정치적 대응도 못하고 있다.
 
이런 공백을 민주당이 파고들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노동자들의 대변자인 양하고 있다. 우파 지배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틈만 나면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진보진영을 탄압하고 있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운동의 정치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보정치의 위기는 민주노총의 8월 말 정치파업 계획에도 찬물을 끼얹는 효과만 냈다. 
 
그래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 내에서도 이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백가쟁명’ 수준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로 대표되는 흐름, 신당권파의 진보정치혁신모임, 노동계 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자는 흐름, 진보신당의 ‘진보좌파정당’ 건설 프로젝트, 급진좌파들의 당 건설 추진 모임, 민주당의 ‘왼쪽 방’으로 가자는 흐름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사실상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포기하고 민주당의 ‘왼쪽 방’으로 가자는 흐름은 진보진영이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이다. 노동계급의 독자적 목소리가 사라지고 1퍼센트의 왼팔과 오른팔만이 존재하는 미국식 정치 구조는 재앙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 대안체가 필요한가? 각각의 세력들이 각개약진하는 방식으로는 반새누리당 비민주당 진보정치 대안을 대중적으로 건설하기 어렵다. 그래서 근본적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하나의 전술로서 진보대연합을 제안한다. 유시민처럼 진보가 아니고 ‘민주당 왼쪽 날개도 대안일 수 있다’는 세력들을 빼고 급진좌파부터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진보적 NGO까지 광범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서 진보진영에 끼어들어 온 참여당계는 이번 기회에 떨쳐내야 한다. 물론 참여당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여당계 평당원까지 배제의 낙인을 찍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노동자나 피억압 사회집단에 속하며 진보진영으로 견인해야 마땅하다.
 
핵심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요직을 차지하고 각종 배신과 개악을 주도했던 유시민, 천호선 등 참여당계 리더들이다.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과 결과가 보여 주듯이, 이들의 참여는 진보대연합의 대의와 명분을 훼손하며 오히려 진보의 분열만 조장한다. 지금도 참여당계와 공동행보를 지속하려는 일부 진보 인사들의 태도는 불신과 비판을 낳고 있다.
 
따라서 친자본주의적 자유주의 세력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에 기반한 다양한 세력과 정파, 단체 들이 폭넓게 합세해서 진정한 진보의 단결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진보진영 공동의 행동강령적 투쟁 과제를 중심으로 연합을 구성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보편적 무상복지, 부자 증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핵발전 폐기 등이 그런 요구다.    
 
통합진보당을 파산으로 몰아간 특정 세력의 민주주의 훼손과 패권주의를 방지하려면 진보대연합의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은 가능한 느슨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진보진영의 각 세력과 정파 들 사이에는 다양한 쟁점을 두고 정치적 이견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치와 조직 모두에서 매우 엄격한 동의 수준을 요구하는 당 모델보다는 각 정치 경향의 정치적·조직적 독자성을 보장하고, 이견에 대해서는 토론하면서도 단결을 추구할 수 있는 공동전선적 방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특정 정파가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패권을 부리는 것을 제약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 혁명적 원칙을 가진 급진좌파도 독자적 선전·선동·조직과 행동을 보장받으며 여기에 참가할 수 있다. 정치 원칙이 다른 세력들이 한 구조물 안에서 숨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진보대연합체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지배자들의 고통전가에 맞서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고무하는 중요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 경제 위기일수록 노동자들의 사기와 투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투쟁과 대안 제시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대선과 연립정부에 대한 입장
 
특히, 진보대연합체를 구성하면서 당장 다가오는 대선 국면에서부터 진보의 독자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말기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세력이 우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민주당이 워낙 지리멸렬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백 덕분에 안철수가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대연합체는 독자 후보를 준비하고 출마시켜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나 안철수 등이 결코 온전히 대변할 수 없는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보의 독자적 주장과 요구 들을 선전·선동하며 대중을 결집시키며 박근혜에 맞설 뿐 아니라 민주당 등의 한계도 비판해야 한다. 
 
물론 이 진보 독자 후보가 반드시 끝까지 완주한다고 못 박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근혜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걱정과 반감이 강력한 상황에서 진보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해서 박근혜 당선에 도움을 줬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과 안철수 등에 대한 분명한 비판을 하면서도 전술적으로 비판적 투표의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예컨대, 지난 4월 프랑스 대선 때 좌파전선의 장뤼크 멜랑숑은 1차 대선에서 좌파 후보로 출마해 급진적 선거 운동을 해 12퍼센트를 득표한 뒤 2차 결선에서는 사회당에게 비판적 투표를 했다. 결선 투표라는 제도적 차이는 있지만 응용이 가능한 전술이다.)
 
그러나 이처럼 박근혜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가진 대중과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전술적 타협을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당과의연립정부에 대한 지지로 나아가선 결코 안 된다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과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상 연립정부는 십중팔구 노동계급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정부는 두 차례 집권 경험이 있고, 집권 직후부터 온갖 신자유주의·친제국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며 자신의 지지자들과 노동계급을 공격한 바 있다.
 
이런 민주당과의 연립정부에 진보진영이 참가한다면 발목이 잡혀 그 정부가 자기 지지 기반을 공격하는 것에 동참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연립정부를 같이 만들었으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개혁을 이룰 진정한 동력인 노동계급 투쟁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대연합체는 연립정부에 대한 반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이 폭넓게 단결하면서 ‘이명박근혜’에 맞서며 민주당과도 다른 급진적 주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진보대연합이 만들어진다면, 지금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온갖 악랄한 공격을 추진하는 지배자들에 맞서서 노동운동의 정치적 대응과 단결 투쟁 건설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8월 18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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