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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 줬는가

2012년 12월 21일

 

지배계급과 우파는 결속한 데 반해 노동계급의 정치조직들은 투표 외엔 사분오열 된 결과
 
 
정치 권력을 둘러싼 첨예한 양극화가 이뤄졌던 18대 대선은 결국 박근혜의 당선이라는 불길한 결과로 끝났다. 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연대다함께를 비롯한 급진좌파들은 한동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크게 자본주의 위기의 재再격화와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과 기존 제국주의 질서의 불안정 심화라는 더 커다란 맥락 속에서 치러졌다. 즉, 세계 경제 위기로 한국 경제도 더욱 침체하고, 미국의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의 효과로 일본과 중국에서도 강경 보수 정부들이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위기 의식 속에서 한국의 지배계급 전체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할 강성 우파 정부가 필요하다는 컨센서스에 도달한 듯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들이 바라건대 한국판 마가렛 대처가 됐으면 하는 군사독재 정권의 퍼스트 레이디 출신자를 밀어준 것이다.
 
지배계급 전체와 모든 우파들이 이 전략의 시행을 위해 박근혜를 당선시키고자 주요 일간지와 방송 3사, 종편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박근혜를 칭송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도 박근혜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다.
 
김종필, 이회창, 나경원, 오세훈, 이재오 등이 모두 박근혜 지지에 나섰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온건에서 이른바 꼴통까지 보수 전체가 이렇게 일치단결해 치르는 선거는 처음이다. 조금이라도 발을 빼면 역적이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근혜는 용의주도하게 우파 결집을 유지했다. 노무현의 NLL 발언을 문제 삼으며 색깔론을 폈고 북한의 로켓 성공도 그 목적에 이용했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의 분열
 
정치 양극화의 왼쪽 그림은 이명박 5년에 대한 분노와 박근혜라는 강경 우파 집권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문재인에게 표가 결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적 개혁주의 정당인 민주당의 문재인은 독재 정권의 후예이자 재벌 친화 세력인 박근혜와 새누리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노동자와 천대받는 사람들의 위기 의식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막판의 광화문 유세에서 문재인은 “쌍용차와 용산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물론 다소 막연한 말이다)고 약속했다.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의 양자택일 구도, 진보정당들의 분열과 위기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정리해고, 비정규직,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한 반감은 문재인에 대한 투표로 나타났다.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정서가 일반적이었다. 계급간 정치투쟁은 그 지형이 다소 오른쪽으로 이동해, 박근혜 투표냐 문재인 투표냐 사이의 ‘좌ㆍ우’ 양극화로 나타났다.
 
그래서 문재인이 얻은 표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이 얻었던 표보다도 2백70만 표 더 많은 1천4백70만 표였다. 조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차악으로서 문재인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배계급과 우파의 총결집 덕분에 박근혜가 얻은 지지를 능가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정치사에서 그나마 자본주의적 개혁주의 정당이라도 집권할 수 있었던 경우는 경제나 정치의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이 분열한 반면 노동자들이나 다른 천대받는 사람들이 거대한 대중 투쟁으로 힘을 과시할 수 있었을 때였다. 김대중은 1996년 연말과97년 연초의 민주노총 총력 파업과 ‘IMF 공황’이라는 격변 속에서야 겨우 1.6퍼센트 차이로 이회창을 꺾을 수 있었다. 노무현도 40만 촛불 시위 덕분에 ‘노풍’이 일어나 겨우 2.3퍼센트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가도에서 노동운동은 그런 힘과 잠재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개혁주의 문제도 있지만, 특히 이번 경우에는 노동계급에 기반한 정치조직들이 통합진보당 사태를 포함한 심각한 반목으로 사분오열 상태였다. 따라서 계급적 대립을 내포한 이번 ‘좌ㆍ우’ 대결 구도에서 진보정당들은 전혀 왼쪽 축을 형성하지 못했다.
 
올해 총선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정치 양극화가 새누리당의 우파 결집으로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의석 수 배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곧 자책골을 넣었다. 내부 선거 부정 파문 속에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 당내 스탈린주의자들이 정치적 기득권을 한사코 포기하지 않으려 함에 따라 내분과 우파의 마녀사냥으로 통합진보당은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했고, 통합진보당은 쪼개졌다. 이 후유증 속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전현직 상층 간부들이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로 대거 이동했다. 노동운동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표현을 내놓지도 못했고, 단결된 대응을 하지도 못했다.
 
선거에 반영되는 계급세력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계급투쟁 수위도 충분치 않았다. 물론 노동운동은 2008년 촛불 운동과 경제 공황 이후 싸울 수 있다는 자신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8월 현재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73만1천528일로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그 수준은 중간계급의 다수를 견인할 만큼 강력한 힘을 보여 주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중간계급은 극단주의에 놀라 뒤로 나가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강력하고 가장 결연한 지도를 제공하는 사회 세력에 끌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지배계급 전체와 모든 우파들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힘을 보여 주는 상황은 중간계급의 다수를 견인하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확고하게 단결해서 좌파와 노동계급 단속을 기대할 만하게 하는 우파가 미덥게 여겨졌을 것이다.
 
순탄치 않을 박근혜의 앞날
 
박근혜 정부의 등장 앞에 조직 노동자들과 진보파 청년들은 한동안 사기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을 겪을 것이다. 이명박보다 더 선명한 우파인 박근혜 정부의 등장은 분명 좌절스러운 일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 5.16군사 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법살인 등이 불가피했다고 여기는 자들이 박근혜 세력의 핵심에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우파 정권 재창출은 공식 정치에서 우파의 주도권이 더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박근혜는 그 여세를 몰아서 사회의 전반적 세력균형을 더 오른쪽으로 돌리려 애쓸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 위기의 심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과 능률, 이윤율 그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계급을 더 쥐어짜고 내핍을 강요하려 할 것이다. 이미 내년 예산에서 복지비 비중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복지 지출 증가율도 낮아졌다.
 
또, 박근혜 정부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 가하는 압력 속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일 3각동맹 강화 등도 계속 추진하려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나 NGO와의 연계가 없는 박근혜가 이런 과제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수행한다는 것은 미사여구일 뿐이다. 오히려 박근혜 세력의 핵심을 이루는 김무성 같은 ‘공안’ 세력이 ‘친북좌파’와 급진좌파에 대한 탄압과 마녀사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우리는 노동계급과 좌파 정치조직들이 한동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다지 오래지 않아 반전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심각한 경제 위기가 결국 부르게 마련인 정치 위기 상황 속에서 이런 공격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는 노동운동을 통제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지배계급과의 약속은 지키려 애쓰겠지만 복지와 분배에 대한 우익 포퓰리즘적 약속은 대부분 휴지통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면 그의 중간계급 지지자들은 실망하고 이반하기 시작할 것이다.
 
부패 문제도 박근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국고로 환수돼야 할 거액의 돈을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일과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보듯이 박근혜 자신이 부패의 원조다. 부패 문제는 지배자들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것이고, 그러면 책임 전가에 급급한 지배자들은 쉽사리 내분에 빠질 수 있다. 이미 대선 가도에 부패 문제가 추문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박근혜는 현영희, 홍사덕, 송영선 등을 줄줄이 꼬리 자르기 해야 했다.
 
지배자들의 내분은 노동자들에게 저항할 자신이 생기게 해 줄 수 있다.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은 공동전선으로 단결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새 정부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고 저항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특정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미리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민주당과는 다른 진보적 정치 대안 구축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진보정치가 위기와 분열을 벗어나 중심을 잡는 것이 지금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 건설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노동계급 정치조직들은 분열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층 노동자들의 일상적 조직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치 지도부들이 분열하고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력 사상의 지지자들은 박근혜 집권을 보며 충격을 받은 노동계급 속에서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이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는 광범하고 다양한 공동전선 건설 과정에 함께해야 하며, 민주당의 왼쪽에서 진보 정당을 재건하고 성장케 하려는 움직임을 지지하고 동참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전반적인 계급 세력관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분석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기회를 과대평가하거나 장애물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견해 내놓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 21일
 
노동자연대다함께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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