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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국정조사 약속 지키고 모든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2013년 1월 15일

쌍용차 문제가 박근혜가 취임도 전에 벌써 말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1월 10일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가 무급휴직자 복귀에 합의하자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선 이후 첫 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무급휴직자 복귀 결정을 핑계 삼고 있다. 조중동도 ‘쌍용차 문제가 해결돼 박근혜가 큰 부담을 덜었다’며 거들고 있다.

물론, 이번 무급휴직자 복귀는 23명까지 이어져 온 죽음의 행진을 끝내고자 한 해고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단식과 농성 등 끈질긴 투쟁의 결과다. 폭넓게 형성된 사회적 지지와 연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쌍용차의 문제가 해결된 것인양 하는 것은 완전한 기만이다. 쌍용차의 주요한 문제들은 여전히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 무급휴직자 복귀는 이미 3년 전에 이뤄졌어야 할 문제를 질질 끌다가 이제야 이행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무급휴직자는 해고된 적이 없으므로, ‘복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번 조치를 과대포장하려는 의도를 보여 준다.

사측은 무급휴직자를 복귀시킨다던 2009년 파업 당시의 합의를 그동안 헌신짝 취급해 왔다. 그래서 무급휴직자 임무창 씨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뒤이어 임무창 씨도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져 왔다. 이것은 사측이 약속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게다가 사측은 무급휴직자와 나머지 해고자들 사이를 분열시키고 공장 안과 밖을 가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2009년 구조조정 당시에도 쌍용차 사측은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하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나누고, 정규직들은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치기했다.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다시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자와 해고자로 나눠버렸다. 이후에도 ‘해고자들이 복귀하면 일자리가 불안정해 진다’며 공장 안 노동자들과 바깥 노동자들을 이간질했다.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아 끔찍한 고통을 전가하려 한 것이다.

진정한 책임

쌍용차에서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비정규직까지 당시 쫓겨난 모든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통과 절망에 내몰려 있다. 또한 살인해고와 살인진압의 진실과 책임도 하나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측과 경찰, 정부가 손배ㆍ가압류ㆍ구상권 등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돈은 무려 4백30억 원에 이른다.

쌍용차 정리해고는 결코 불가피한 게 아니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해 기술만 빼가고 회사를 거덜 낸 상하이차는 막대한 이윤만 챙기고 ‘먹튀’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오죽하면 해고를 하겠냐”며 상하이차를 두둔했고,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ㆍ민중에게 떠넘기기 위해 쌍용차를 그 본보기로 삼았다. 구조조정과 고통전가를 거부하면 얼마나 무자비하게 짓밟히는지 보여 주려 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쉽게 무릎 꿇지 않고 77일간의 영웅적 공장 점거파업으로 맞섰다. 물과 전기와 생필품 반입이 끊기고 테이저건과 최루액이 쏟아지는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비록 실질적인 연대 투쟁이 충분치 않아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지배자들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서 얼마나 강력히 싸울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것이다.

이후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 운운했지만,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그 사이 23명의 노동자ㆍ가족 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남은 사람들의 고통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장 안에서도 실질 임금 삭감과 숨막히는 감시, 계속되는 고용 불안 속에 억울한 죽음이 이어졌다.

따라서 쌍용차의 비극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대량해고와 살인적 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 무급휴직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해고자,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등이 모두 일터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23명과 그 가족들에 대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

노동자 쥐어짜기

이미 쌍용차는 정리해고자까지 모두 복직시킬만한 여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회사 측 발표로도 쌍용차는 부도 이전 생산대수를 회복했다.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3라인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1백61퍼센트에 이른다. 잔업ㆍ특근을 계속해 물량을 맞추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1인당 생산대수는 23.6대로, 이는 쌍용차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따르면 평택공장 3라인의 연 노동시간은 2천8백30시간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자동차산업 평균보다도 무려 4백20시간이나 많다. 즉, 정리해고 이전보다 적은 수의 노동자들이 엄청난 노동시간ㆍ노동강도를 감내하며 비슷한 물량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측이 ‘아직 회사 경영이 어렵다’며 해고자 복직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생산라인에 따른 노동강도ㆍ노동시간과 소득의 격차를 조장해서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의도도 매우 불순해 보인다.

마힌드라 측은 5천2백억 원이라는 헐값에 쌍용차를 인수해 놓고 투자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계획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도의 10위, 농기구 부문 세계 1위인 기업이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마힌드라 측은 최근 4년 동안 9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마저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투자가 승인된 4천5백억 원도, 영업과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즉 자신이 직접 투입하는 돈은 한 푼도 없기에 마힌드라가 제2의 상하이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먹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해서 2009년 투쟁 당시에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쌍용차를 공기업화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당시에 만일 정부가 쌍용차를 해외매각하지 않고 공기업화했다면, 이런 비극과 불안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왜 4대강 삽질과 부자 감세와 미국산 첨단무기 수입에 쓰는 엄창난 돈을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인가.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이야말로 박근혜가 말하는 “민생, “일자리 창출”, “복지”의 첫걸음일 것이다.

지금 철탑에 오른 노동자 세 명은 무급휴직자 복귀 발표 후에도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이 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다. 노동자들이 당당히 어깨를 펴고 공장으로 돌아갈 그 날까지 투쟁과 연대를 이어나가야 한다.

2013년 1월 15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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