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독일식 공공 모델” 포장은 사기다―철도 분할 민영화 추진 중단하라

2013년 5월 24일

박근혜 정부의 철도 분할 민영화 계획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523일 이같은 방안을 발표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6월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민간 검토위원회’ 의견이라고 포장했지만, 이미 위원 네 명이 사퇴하며 폭로했듯이 “민간위원회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다.

국토부는 극구 “민영화”라는 단어를 피했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우선, 신설·적자 노선들에 사기업을 끌어들이겠다는 데서 그렇다.

뜨거운 감자인 수서발 KTX에는 코레일의 지분을 30퍼센트 미만으로 제한하고 경영권을 분리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 브리핑에서 “민간의 지분 참가 배제”를 말했다지만,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나머지 지분을 팔아넘기면 금세 민영화로 갈 수 있다. 게다가 공식 문서상에는 그런 얘기조차 없다. 최종안에선 사기업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국토부는 화물 부문부터 자회사로 전환하는 등 사업별 분리를 확대하고, 간선·지선·KTX 등에 각각 적합한 방식의 ‘경쟁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종합해 볼 때, 정부의 방안은 철도 사업 전반에 시장의 독소를 집어 넣는 것이다. , 철도를 분할해 이윤에 눈 먼 자본의 노름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꼼수를 부리며 수서발 KTX에 대해 살짝 말을 바꿔 떠 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안은 이명박 정부 안보다 더 나아간 분할 민영화다.”

국가기간산업 민영화는 “국민적 합의와 동의”에 따르겠다던 박근혜의 말은 역시 사기극이었다. 박근혜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민영화를 통해 정부 부담을 줄이고 사기업의 돈벌이를 돕는 데 골몰하고 있다. 코레일이 주도하던 용산개발 사업 부도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지렛대 구실을 했을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철도 민영화에 반발해 온 코레일 사장에게 사표까지 받아내며, ‘코드 인사’로 관료들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정부는 광범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공공성이 조화된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을 강조한다. 갈기갈기 쪼개진 민영 기업들과 자회사들을 관리·통제하는 철도 운영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분할 민영화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독일에서도 지주회사 설립은 공공성과 거리가 멀었다. 독일에선 정부가 철도 지주회사 지분을 1백 퍼센트 가졌지만, 일반 공기업과는 달리 “민간기업들이 준수하는 기업법·규제 범위 내에서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전환

 

게다가 독일에서도 지주회사 전환은 각각의 자회사들을 분할 매각하려는 계획하에 추진됐다. 아직 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지역 단거리 노선이나 화물운송 부문에는 사기업들이 여럿 진출했고, 그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10만 명이 넘는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이어졌고, 노동자들은 지금도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것이 시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지주회사 방안은 독일과 다르게 주요 간선에 사기업의 참가를 보장하는 직접 민영화로 가고 있다. 따라서 대형참사, 요금 인상 등으로 악명 높은 영국식 분할 민영화에 더 가깝다.

설사 정부가 수서발 KTX 지분의 과반을 코레일·정부 지분으로 남겨 둬 이른바 ‘관 주도의 민·관합동’으로 치장하더라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국토부는 기업 운영에서 “철도공사(코레일)의 부당한 간섭이 없도록” 회계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심지어 “민간이 주도하는 방안”까지 열어 둔 듯하다.

게다가 지금은 완전히 민영화된 KT의 경우, 일부 지분 매각이 시작됐을 때부터 이미 주주 배당이 경영의 최우선 목표였다. 사기업 지분이 30퍼센트 정도였던 1997년엔 당해 당기순이익 전액이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당연히 공공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시설 투자비는 대폭 삭감됐고 대량해고도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KT 지분을 야금야금 매각해 전부를 팔아 치웠다. 수서발 KTX도 이처럼 완전히 민영화하는 길을 밟을 것이다.

정부는 “코레일 독점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고 하지만, 저들이 진정 없애려는 것은 바로 국가가 운영하는 안전하고 값싸고 질 높은 공공 철도다. 그동안 각종 시장화 조처로 상처내 온 철도 사업을 아예 돈벌이 상품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공격하는 악랄한 시도다. 반드시 철도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2013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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