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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사태
북한 관료 지배 체제의 모순과 위기를 드러내다

2013년 12월 16일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이 12월 12일에 처형됐다. 이것은 지난 8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혐위”로 장성택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었다.

이렇게 급작스런 처형 과정은 매우 경악스런 일이다. 누가 봐도 장성택 처형 사태는 북한 정권의 잔학성과 비민주성을 여과 없이 보여 준 일이다. (물론 북한 지배 관료의 최상층 인물이 처형된 것에 우리가 동정까지 보낼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미국 정부는 신속하게 논평을 내며 북한을 비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대변인 패트릭 벤트렐은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 잔혹성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오바마 정부도 잔학성과 비민주성에서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많은 사람들을 “테러 혐의”로 재판도 없이 관타나모 감옥에 장기간 가두는 게 오바마 정부다. 오바마의 주특기 중에 하나는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ㆍ예멘 등지에서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성택이 처형된 12일에도 미국은 드론을 동원해 예멘에서 결혼식에 참가한 차량들을 공격해 민간인을 최소 14명 살해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잔혹하다”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장성택 사태가 보여 준 바

장성택 사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처한 어려움의 깊이를 보여 준다.

김정은은 제 아버지 김정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 속에 권력을 잡았다. 심각한 경제 위기와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북미 관계가 그가 헤쳐 나가야 할 난제들이었다.

북한은 국제 금융 기구들한테 경제 회복에 필요한 자금을 받고 싶었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로 가로막혀 있었다. 20년 넘게 지속된 북미 간 갈등은 전혀 풀릴 기미가 없다. 미국이 북한을 악마화하고, 그것을 핑계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북한 관료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확신 결여와 냉소가 확산돼 왔다. 북한 인민은 오랜 위기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처럼 김정은은 지난 20년 동안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나라를 물려 받았다. 3대 세습은 북한 체제의 강력함이 아니라 불안정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 3대 세습은 불안정을 더 키울 만한 일이었다. 북한 당국이 거듭거듭 “유일 영도 체계”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정은이 이런 누적된 문제들을 풀어 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체제가 안정을 찾을지, 심각한 불안정에 처할지가 결정될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집권 2년 동안 북한 체제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 당국이 장성택 처형을 정당화하려고 내놓은 발표문들을 봐도, 무엇이 북한 관료들을 그토록 동요하게 했는지가 드러난다. “나라의 경제 사업과 인민 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 “국가 재정 관리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 행위”, “2009년 [화폐 개혁 실패로] 엄청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게 [했음]” 등 북한 당국은 경제와 인민 생활이 파국에 이르렀음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 이 모든 책임을 장성택 등 “종파분자들”한테 전가한 것이다.

사회주의가 아닌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김정은이든 장성택이든 북한 관료들 사이의 갈등에서 북한 인민 대중이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세력은 전혀 없다. 북한 관료들은 지속적인 자본 축적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방식과 체제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 이 자들은 바로 이 방법을 두고 갈등하거나 분열하곤 하는 것이다. 관료들은 노동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 북한이 처한 위기를 “사회주의의 위기”라고 여긴다. 그러나 북한은 진정한 사회주의와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 1인 독재, 권력 세습, 강제 수용소, 공개 처형 따위는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사상인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무관한 것들이다.

북한 사회는 당ㆍ관료가 국가를 통해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남한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북한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일말의 환상조차 가질 이유가 없다. 또한 북한 지배 관료의 일부가 인민 대중을 위한 “개혁”에 나설 것이란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

사회주의는 누군가가 위에서 선사하는 선물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계급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북한 노동계급이 스스로 일어서서 계급 착취 구조를 무너뜨릴 때만,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12월 16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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