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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예비대선후보 비교 평가

2007년 9월 3일

이 글은 2007년 8월 14일에 처음 씌어졌고, 15일 전원회의 때 나온 토론 내용 등을 반영해 21일에 개정했다. 당의 예비대선후보들이 대선 가도에서 자신의 기존 공약과 입장을 바꿀 ― 좋게든 나쁘게든 ― 수도 있으므로 이 글이 씌어진 시점은 중요하다. 존칭은 모두 생략하기로 한다

1. 주요 정책 비교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진보정당의 후보답게 여러 진보적 정책들을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보의 가장 중요한 잣대라 할 수 있는 반신자유주의를 표방했다.

셋은 모두 한미FTA, 비정규직 확대, 금융시장 규제 완화, 감세 등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철폐, 해외투기자본 규제(토빈세 도입 등), 기간산업 국유화 또는 공공성 강화, 조세개혁 등을 요구했다. 또, 무상의료·무상교육, 공공보육 확대, 공공주택 확대 등 복지 확대를 요구했다.

이것들은 신자유주의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기성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요구와 사뭇 다른 것으로, 이 점에서 세 후보 모두 시장 정책에 환멸을 느끼는 대중에게 지지를 받을 만하다.

이들은 또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도 공통으로 내걸었는데, 셋은 모두 한미동맹을 비판하고,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군축,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을 요구했다. 이것은 냉전 우파인 한나라당 정치인들과 커다란 차이일 뿐 아니라, 열우당 출신의 자유주의 정치인들과도 구분되는 입장이다.

전쟁 문제에서도 이들은 올바른 입장을 취했다. 비록 이번 경선에서 세 후보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비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과 한국군 파병 문제를 주요 정책으로 부각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셋 모두 미국의 점령과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 밖에도 교육·주택·환경·여성 정책 등에서도 대체로 기존의 당 공약에서 제시한 진보적 요소를 따랐다. 세 후보의 정책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노회찬이 다른 후보가 다루지 않은 쟁점들(특히 이주노동자 공약과 성소수자 공약)을 꽤 다룬 것이 눈에 띈다. 그는 이주노동자 공약으로 ‘이주노동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모든 차별 금지, 노동3권 완전보장, 고용허가제 폐지 및 노동허가제 도입,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가족결합권 보장’을 다뤘고, 성소수자 공약으로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등 다양한 생활동반자 공동체 법률로 보장,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 전환 제도적 보장’을 제기했다.

세 후보의 공약은 모두 대체로 민주노동당 현 강령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세 후보가 자신의 공약에서 부각하는 쟁점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하다. 권영길의 공약은 당내 최대 정파인 자민통 경향의 지지를 겨냥한 듯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공약은 아주 간단하다. 심상정은 ‘정책전문가’를 자임하면서 많은 공약을 제시했는데, 주로 세 영역(금융, 주택, 여성)에 대한 공약을 자세히 제시했다. 노회찬은 ‘7공화국 11테제’(반신자유주의, 4대기본권, 통일, 평화, 차별철폐, 사회화, 노동, 농업, 성평등, 녹색국가, 국민주권)라는 형식으로 세 후보 중 가장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는데, 그는 ‘반신자유주의 7공화국’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후보간 입장 차이가 크진 않지만 유세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를 놓고 후보간 논쟁(주로 노회찬과 심상정 사이에)이 벌어졌다. 아래에서 그 논쟁들을 살펴보겠다.

1) 대안경제/체제 논쟁

심상정 후보의 ‘세박자 경제론’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세박자 경제론’은 ‘서민경제-한반도평화경제-동아시아 호혜경제’라는 세 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권영길과 노회찬은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이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구상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에서 일했던 정태인이 심상정 후보 캠프에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심상정의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은 노무현 정부의 구상과 기본에서 차이가 있다. 그녀는 FTA에 반대하고 노무현의 구상을 “미국 주도의 동북아 개편 전략”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동아시아 호혜경제론’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에 맞서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심상정은 자신의 안을 종종 남미의 민중무역협정과 유사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모호함과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의 구상은 “아세안, 러시아, 인도와 전략적 연계를 형성”해 이를 토대로 중국, 일본과 관계를 맺는 “4+1+1 전략”이다. 그런데 아세안·러시아·인도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넘어설 수 있을까?

심 후보가 전략적 연계 대상으로 꼽은 아세안·러시아·인도는 현재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를 맹렬히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무역질서에 따른 피해를 자국 민중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할 뿐 아니라 미국과 군사 동맹도 맺고 있는데, 이런 인도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맞설 전략적 협력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한편, 러시아의 경우는 미국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마찰을 일으키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만, 러시아 역시 제국주의 열강이다. 러시아는 체첸을 침공하는 등 소수민족을 억압하며, 군비 경쟁을 벌여 불안정을 고조시키는 데 한몫 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이다. 한국이 러시아와 인도 같은 제국주의 또는 아류 제국주의 국가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에게 진정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그 자체가 진보적이 될 수는 없다. EU나 NAFTA가 보여 주듯, 지역 경제협력체 구축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늘어나는 경제협력 때문에(2004년 동아시아 지역내 무역의존도는 38퍼센트로 나프타의 43퍼센트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 정부와 많은 기업들도 역내 경제협력체 형성 전망에 주목해 왔다. 심상정이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아시아통화기금(AMF)은 사실 1997년에 일본이 최초로 제안한 것이다.(AMF 창설은 자신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본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지금도 미국은 AMF 등 아시아지역 단일 화폐 창설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권영길은 ‘세박자 경제론’이 노무현 정부의 구상과 “개념이 거의 비슷”하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그의 동북아 구상도 심상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영길도 심상정처럼 동아시아 지역 경제협력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다만 그 형태가 “러시아-중국-남과 북-일본을 잇는 북방대륙 경제권”이라는 차이가 있다. 심상정은 권영길의 동북아 구상이 한중일 중심론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구상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형태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권과 심의 구상은 모두 국제 경쟁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 점은 권영길의 경우 두드러지는데, 권영길은 자신의 경제 정책을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한국경제의 기본전략”(권영길 의원 홈페이지)이라고 소개한다.

권영길의 경제정책은 과거 두 차례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내놓았던 정책보다 상당 정도 후퇴했다. 과거 그는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인 ‘분배를 통한 성장’론을 주장했지만, 이제 그는 ‘진보적 성장’론을 말하고 있다. 여전히 부유세나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이전 당 정책의 핵심 요소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강조점은 ‘성장’에 가 있다.(노회찬은 이를 겨냥해 “성장에 콤플렉스를 가져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 보니 권영길이 제시한 비정규직 철폐, 사유화 중단,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도입 등의 공약은 현실에서 그의 ‘성장론’과 충돌할 수 있다. 자본가들이 경제 성장에 이러한 정책이 걸림돌이 된다고 반대할 때, 성장론으로 이것을 반박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국제경쟁력 강화 논리까지 받아들인다면, 자본가들이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대중의 생활수준을 공격할 때 제대로 맞서기 힘들다. 또, 국제경쟁력 강화론은 계급 간 투쟁보다는 계급 간 공생에 더 주목하기 십상인데, 이것은 그가 ‘노동중심 혁신 클러스트’라고 부르는 데서 잘 드러난다. 여기서 그는 기존의 지역단위 노사정위에다 금융과 대학 (당국)까지 참가시켜 ‘지역경제발전협의체’를 가동하고, “대기업-중소기업-노동-지역경제의 ‘공동번영’ 전략”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계급 사회에서 자본과 노동의 ‘공동번영’은 언제나 노동계급의 요구를 자제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심상정과 권영길이 이처럼 동아시아 지역 경제공동체 형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반면, 노회찬은 “블록경제가 동아시아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외환보유액 순위가 중국 1위, 일본 2위, 한국 5위라서 한국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주도할 수 없다며 그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설사 현실성이 있다 해도 “한국 대자본의 입장에서 상대적 우위성을 가지고 주변지역으로 진출해서 자본을 재창출하려는 구상과 다르지 않다”(7월 24일 대선예비후보 정책 토론회)고 비판했다. 노회찬은 자신의 대안을 “전 세계적 차원의 진보적 사회경제체제”(진보정치 334호)라고 주장했는데, 그가 이 점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한편, ‘세박자경제론’ 등 대안경제에 대한 논쟁은 심상정과 노회찬 사이의 ‘7공화국 구상’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심상정은 노회찬의 ‘7공화국’ 구상을 “발달한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를 수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노회찬은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한 번 집권해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며 ‘7공화국’ 구상은 자신이 집권한 첫 5년 동안 시행할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통해 민주적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확립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심상정이 노회찬의 7공화국 구상을 자본주의 내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서 그녀가 근본적 사회 변혁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심은 ‘세박자 경제’에서 “시장만능의 경제도, 과거의 일국사회주의도 아닌” “사회공공적 경제 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그 상은 노회찬의 ‘민주적 사회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모델이다.

2) 택지국유화 논쟁

앞의 쟁점보다는 작은 쟁점이지만 심상정과 노회찬 선본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진 논쟁으로는 택지국유화 논쟁이 있다. 택지국유화는 심상정이 주택정책의 일부로 제시한 것으로, 투기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소유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기한 것이다. 심 후보의 안은 다주택 보유자들의 택지를 국가가 유상매입해 20년 안에 50퍼센트의 택지를 국유화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면 투기가 근절되고, 집값이 떨어지고, 내 집 마련이 쉬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 선본은 택지 국유화의 혜택이 무주택자 중 상위계층에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간다는 점, 토지는 무료이지만 건물값은 내는 대지임대부 방식이라 서민들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점, 건물은 여전히 판매·양도·상속이 가능하므로 투기도 근절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노회찬 선본이 자신의 주택 정책을 체계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반론을 펼쳐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두 선본 사이의 주된 논쟁점은 택지국유화와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 정책 중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노회찬은 고가 아파트들의 택지를 국유화할 돈이 있으면 저소득층의 주택구입이나 공공주택, 임대주택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입장이고, 심상정은 택지국유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은 서로 대립되지 않고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이다. 택지국유화의 재원은 영구채권이라 경비성 예산이 아니고, 오히려 택지국유화를 병행 실시하면 집값과 택지비 하락을 가능케 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심상정의 주장이다.

물론 택지국유화와 공공임대주택을 병행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택지국유화를 통해 얻을 효과는 미지수이다. 심 선본은 주택정책에서 사실상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보다 택지국유화를 더 부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택지국유화가 더 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 물론 택지국유화 정책에서 소유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올바르다. 하지만, 택지를 유상 매입한다는 점, 건물은 여전히 사고 파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사실, 공공주택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택지국유화 정책에 대한 강조보다는 보유세 대폭 강화를 강조하는 것이 더 나을 텐데, 심은 이 문제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3) 통일 방안 논쟁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공약에서 세 후보의 공통점은 남북 주도 평화 건설,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한미동맹 재편이다. 세 후보 모두 흡수통일을 반대하고, 체제공존형 통일방안을 제시했다.

통일 공약에서 논쟁은 주로 통일 방안을 둘러싸고 벌어져 왔다. 권영길의 통일 방안은 코리아연방공화국(1국가-2체제-2정부)이고, 심상정은 한반도 평화경제연합(1국가-2체제-2정부), 노회찬은 1단계 코리아연합(2국가-2체제-2정부) 건설 → 2단계 코리아연방(1국가-2체제-2정부)을 거쳐 완전한 체제 통합을 이루는 경로를 제시했다.

노회찬이 연방제 이전에 국가연합을 거치는 단계론을 제시한 것에 대해, 권영길과 심상정은 ‘흡수통일론 아니냐, 분단고착화의 우려가 있다, 6.15 공동 선언의 후퇴다’ 하고 비판했다. 심상정은 노회찬의 코리아연합이 2005년에 채택된 “민주노동당 강령보다도 후퇴했다”고 비판했고, 권영길도 노회찬이 이미 얘기가 끝난 연합제 얘기를 꺼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강령은 “연방제만을 해야 하고 연방제 전에 국가연합 같은 것을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한 바가 없”다고 지적하며, 자기 안은 “연방을 빨리 실현하기 위한 방도이지 연방을 배제한 국가연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세 후보간 통일 방안에는 차이가 있지만, 통일 경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통일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통일은 사회 변혁의 관점에서 볼 때 전략적 과제이기보다 전술적인 과제이다. 남과 북 각각에서 근본적 사회 변혁을 통해 통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전에 제기되는 통일은 모두 자본주의적 통일이다. 애초에 분단 자체가 남북한 민중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이므로 남북한 민중이 통일을 바란다면 사회주의자들은 그것이 비록 자본주의적 통일일지라도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 방식은 무력 통일이 아니라면, 통일이 당면 정치 일정에 오를 때 다수의 민중이 지지하는 방식을 지지하면 될 것이다.(흡수통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원칙상 지지할 수는 없지만, 그것 역시 압도적 대중이 지지한다면 타협할 수도 있다.)

4) 11월 100만 총궐기

엄밀하게 말해 ‘11월 100만 총궐기’ 논쟁이 정책 논쟁은 아니다. 이 문제가 논쟁된 것은 권영길이 제안한 11월 100만 총궐기에 대해 노회찬과 심상정이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 11월 100만 총궐기로 FTA 비준을 저지하고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권영길의 제안에 대해 노회찬은 “우리끼리 100만 명 모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고, 심상정은 “일회성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11월 총궐기’ 그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11월 총궐기’가 특정 후보의 전유물처럼 되는 것에 대한 두 후보의 불편함이 반영된 듯하다.

다른 한편, 이 논쟁은 권영길과 노회찬 간의 선거운동 전술 상의 차이를 언뜻 드러냈다. TV 토론회에서 노회찬은 미디어 선거를 강조한 반면, 권영길은 미디어 선거에 치중하기보다 대중 투쟁과 미디어 선거운동의 결합을 주장했다.

이 쟁점에서는 권영길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대중 투쟁은 그것을 통해 대중의 조직과 의식이 성장하므로 좋은 것이고, 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이 좌경화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선거 도전에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미디어 중심이 아니라 거리에서 노동자·민중과 직접 만나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진보정당에게는 더 효과적인 선거운동이기 때문이다.

2. 과거 정치 행보(민주노동당 정치인이 된 뒤부터만 살펴볼 것임)

심상정, 권영길, 노회찬은 모두 1980년대부터 노동운동을 한 경력을 갖고 있고, 이 중 권영길과 노회찬은 국민승리21 건설부터 참가해 민주노동당 창당에 중요한 구실을 했고 심은 민주노동당이 창당한 뒤 합류했다.

세 후보는 모두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한 이래,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한미FTA와 비정규직 확대 등)과 부패, 파병 정책을 비판하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서 기성 체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폭로하는 구실을 해 변화를 바라는 노동자, 민중의 정서를 대변하는 구실을 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모두 검찰의 탄압을 받았다.

다른 한편, 그들은 종종 대중 투쟁보다는 의회 활동을 더 중시하곤 했는데, 이 때문에 기성 체제가 가하는 압력을 수용하곤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서는 그 동안 세 후보가 민주노동당 정치인으로서 해 온 활동을 몇 가지 기준에서 평가해 본다.

1) 자본가 정치세력에 대한 태도

세 후보는 모두 한나라당과 열우당이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노동자, 서민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을 통쾌하게 폭로해 왔다. 한미FTA와 파병, 비정규직 법안 통과 등에서 보인 이들의 반노동자·민중적 본질을 폭로하고,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려 애썼다.

그런데 세 후보의 자본가 정치세력에 대한 태도가 (특히 의회 활동에서) 일관되지는 않았다. 보통 냉전 우파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해 온 데 비해 자유주의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독립적이지 못한 태도를 자주 보였다. 물론 더 많은 경우에 세 후보는 부르주아 정치로부터 독립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헌신했지만, 아쉽게도 일부 의회 활동에서 의회적 계산법 때문에 일관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 준 바 있다.

한 예로, 2004년 9월 민주노동당은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과 함께 ‘개혁입법 정책조정회의’ 구성을 합의했다. 국가보안법, 과거사 진상 규명, 언론개혁 등 6대 개혁 과제를 세 당이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개혁적’인 다른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개인적인 협조를 얻어내려 했던 초기 공조를 넘어 ‘당 대 당’ 수준에서 맺은 공조였다.

물론, 특정 법안 통과를 위한 제한적인 공조이기는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런 ‘개혁 공조’를 맺은 것은 부적절했다. 세 당은 개혁 과제들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한 예로, 세 당이 ‘개혁입법 정책조정회의’ 구성을 합의한 바로 그 날, 당시 민주당 대표 한화갑은 “국보법 폐지 논의 이전에 대체입법 마련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이종걸은 “개혁입법에는 여러 입장이 있고 이를 정리해서 공통 분모를 추출”(<프레시안> 9월 21일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서 세 당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공통 분모”는 분명 우리 민주노동당이 요구하는 것과는 한참 멀 것이었다(당시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열린우리당이 국보법상 찬양고무 조항 존속으로 가거나, 선대체입법-후폐지로 간다면 민주노동당과 공조할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뒤 사태전개 과정 ― 집권당은 비정규직 양산 법안을 내놓았고 급기야 12월에 국가보안법 폐지는 고사하고 한 줄도 손대지 않았다 ― 에서 드러났듯이, ‘개혁입법 정책조정회의’ 구성은 몇몇 정치적 쟁점들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난처한 처지에 내몰린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문화일보> 2004년 9월 24일치)의 일환으로 민주노동당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두번째 사례는 2005년 7월 한나라당이 발의한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그 예다. 당시 권영길과 심상정은 다른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열우당과 공조해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것은 옳지 못한 입장이었다. 물론 냉전 우익적 근거에서 제출한 한나라당 해임건의안에 찬성 표결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열우당과 공조해서는 안 됐다. 오히려 좌파적 근거에서(이라크 파병, 군비 확대 등) 독립적인 해임건의안을 내거나 기권하는 게 바람직했다.

노회찬은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중 유일하게 당론에 반대해 표결에서 기권했다. 하지만, 그가 한나라당의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처음에 찬성 주장을 편 것은 아쉬운 일이다. 냉전 우파가 추진하는 해임건의안을 찬성하는 것은 의도치 않게 냉전 우파에 힘을 실어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노회찬은 노무현 정부가 민주노동당에 연정을 제안한 것에 대해 비록 조건부(“국가보안법 철폐, 비정규직 차별 해소 입법,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실시, 노동부 장관직 보장 등”)였지만 지지 입장을 밝혔는데, 이것 역시 적절치 않았다. 당시 심상정과 권영길은 연정 불가 입장을 취했는데, 결국 당론은 연정을 거부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일에 열우당이 6개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킬 때 세 후보가 다른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이를 도왔던 것은 아쉽다. 당시 통과한 법률에 주민소환제 같은 진보적 법률이 포함돼 있긴 했지만, 열우당의 시도는 당시 선거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책략이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손을 들어줘서는 안 됐다. 게다가 당시는 정부가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위해 군 부대를 투입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상황이기도 했다.

세 후보가 한나라당과 열우당을 정치적으로 날카롭게 폭로하는 일을 많이 한 것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몇몇 중요한 순간에 열우당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아 노무현 정부의 위기를 민주노동당의 성장으로 이끄는 기회로 이용하지 못한 것은 과오라 할 수 있다.

2) 전쟁과 제국주의

2001년 9.11 이후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은 오늘날 국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 종식과 철군을 요구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과 국제 운동에서 핵심적인 과제다. 세 후보 모두 이라크 점령과 아프가니스탄 점령과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옳은 태도를 취해 왔다. 권영길과 노회찬은 레바논 파병에 대해서도 반대했는데, 심상정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난해 12월 국회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에서도 셋은 모두 대체로 올바른 입장을 취했다. 권영길과 노회찬은 집회 연설에서 미국의 점령을 비판하고 한국군 철군을 주장했다. 심상정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크게 띄운 ‘아프간 피랍사태 해결을 위한 5대 제안’에서 두 후보와 비슷하게 옳은 얘기를 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영길 의원이 첫 인질 사망 직후인 7월 26일에 탈레반을 주로 비난하고 “22명의 무사귀환을 위해 정부의 모든 노력에 적극 협력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미국의 점령과 한국군 파병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비판했던 이전 입장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

세 후보가 평소 전쟁과 제국주의 문제에서 보여 준 태도에 약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반전 운동에 대해 좀더 열의를 갖지 않은 것은 크게 아쉽다. 여론의 관심이 고양되는 시기가 아닐 때도 반전 운동에 관심을 갖고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반전 여론을 모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때 권영길과 노회찬이 반전 집회 때 한 연설들을 그 간의 많은 반전 집회에서 들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둘째, 미국 제국주의를 제외한 다른 제국주의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도 약점이다. 권영길과 노회찬이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크게 아쉬운 일이다(2004년 6월 중국공산당 방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권영길은 “중국 공산당은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이해와 애정은 세 당을 합친 것을 뛰어넘는다”고 말했고, 노회찬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소수 민족을 학살하고 대만에 무력 통일 위협을 가하고, 아프리카에서도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여 그 지역 민중의 반감을 사고 있다. ‘세박자경제론’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협력 상대로 꼽은 것을 보면, 심상정도 미국 제국주의 이외의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모호한 듯하다.

3)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 반대 운동은 지난해 말과 올해 민주노동당의 당력을 걸고 집중했던 투쟁이니만큼, 세 후보 모두 한미FTA 반대에 열의를 보였다. 세 후보 모두 한미FTA 반대 강연의 주요 연설자들로 나섰고, 국회뿐 아니라 방송과 거리에서도 반FTA 선동을 했다. 여기서는 국회 재경위원으로 활동하는 심상정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졌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비정규직 확대에 반대하고 정규직화, 차별 철폐를 요구한다. 세 후보 모두 열우당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에 반대했고, 이번 뉴코아-이랜드 투쟁에서 적극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의 당이 돼야 한다고 셋 모두 옳게 주장했다.

4) 억압과 민주주의

세 후보는 모두 민주주의 문제에서 핵심적인 이슈인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다. 냉전입법이자 사상통제법인 국가보안법은 오늘날 자유주의 정치인들조차 (완전) 폐지 입장을 채택하기를 꺼리고 있는데, 세 후보 모두 국가보안법 폐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세 후보가 지난해 ‘일심회’ 사건 때 국가 탄압과 언론의 마녀사냥에 맞서 관련자 방어를 꺼린 것은 크게 아쉬운 일이다. 권영길이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인정했듯이, ‘일심회’ 사건의 본질은 당원 정보 유출이 아니었는데도 당시 셋은 검찰이 최기영 사무부총장이 당원 정보를 유출했다고 발표한 뒤부터는 침묵으로 거의 일관하는 매우 수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심상정은 당원 정보 유출을 “인권 침해이며 일탈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하며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책임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당 지도부에 압박했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마녀사냥에 반대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와 무관한 것이다. 북한을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은 우리 운동 속에서 논쟁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국가의 탄압을 통해 억눌려야 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가보안법 반대 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는 사람들을 단호하게 방어하는 일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주자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방어 문제도 오늘날 한국과 세계 사회운동에서 중요한 과제다. 이 쟁점에서는 노회찬이 다른 후보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이번 경선에서 두 후보와 달리 이주노동자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쉽게도, 탈북자 문제에서는 셋 모두 탈북자 억압에 침묵하는 잘못을 범해 왔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노무현 정부의 탈북자 지원금 삭감에 대해 지지하는 잘못된 입장을 내놨을 때 이것을 비판하지 않았던 것은 크게 아쉽다.


민주노동당 예비대선후보 평가를 위한 다함께 특별조사팀(운영위원회를 대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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