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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에 즈음한 ‘다함께’의 투표 방침

2007년 9월 3일

이번 주부터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시작된다. 20일 제주에서 시작해 9월 9일 서울에서 마무리된다(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9월 15일까지 연장된다).

심상정·노회찬·권영길 세 후보가 이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장은 국가 권력의 부당한 권리 박탈로 인해 경선 참여 기회 자체가 봉쇄당했다(당 중앙선관위가 이갑용 씨의 등록 접수마저 거부한 것은 지나치게 합법주의에 경도된 부적절한 처사였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가? 보통, 민주노동당 경선에서 우리의 투표 전술은 종파주의자나 미미한 지지만을 받는 후보가 아닌 한에서 상대적인 좌파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좌파 후보에게 투표함으로써 당이 조금이라도 더 진보성을 유지하게 애쓰고, 또 좌파적인 당원들에 대한 우리의 연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 누가 상대적으로 좌파인가? 그리고, 누가 좌파적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여기에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은 당직 선거가 아니라 공직 후보,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가장 권력 있는 직위에 도전하는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이므로 계급 전체의 이익과 정서라는 점이 전의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해야 한다.

우리는 이 점들을 주로 염두에 두고 지난 두 달 동안 세 후보의 정책들과 과거 정치 행보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리고 8월 15일 회원 전원회의를 통해 투표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논의 결과, 일관된 좌파의 눈에 비쳐진 세 후보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을지라도 현재의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진보의 기준과 현재의 한국 정치 지형에 비춰볼 때 세 후보 모두 합격점에 들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령, 기성 정치가 빚어낸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함께’가 내놓았던 진보 선거연합의 세 가지 기준, 즉 전쟁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주류 정치 반대에 대해 세 후보 모두 합격권에 들었다.

그리고 세 후보가 내놓은 정책과 과거 행적을 놓고 볼 때,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더 좌파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현재 좌파 성향 당원들의 표심이 하나로 모아지는 추세도 아닌 듯하다.

끝으로, 세 후보 모두 노동자 운동의 지도자 출신이다. 노동자 운동이 단순히 노동조합 운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노동자 운동에는 노동조합 운동만이 아니라 정치적 노동운동(노동자 정당 운동)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세 후보의 사회적 기반에서도 변별력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세 후보의 공통된 사회적 배경은 민주노동당의 주된 사회적 기반이 노동계급임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조직적 방침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경선에서 우리는 ‘상대적 자유투표’, 즉 회원 개인들이 세 후보 중 아무에게나 투표하기로 했다.

상대적 자유투표

‘자유투표’ 앞에 ‘상대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이 방침을 회의(8월 15일 전원회의)를 거쳐 정했다. 단순히 개별 회원들의 의사에 맡긴 것이 아니라 사전에 집단적 논의를 통해 최종 투표 방침을 정했다. 즉, 개인들의 자유투표 자체가 집단적 논의와 결정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전진’의 자유투표와는 다르다 할 수 있다. 물론 ‘전진’도 중앙위원회를 통해 자유투표를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상당수 ‘전진’ 회원들이 이미 세 후보 선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반영한 것이다.

둘째, 투표에 기권하는 것이나, 투표에는 참가하되 특정 후보에 기표하지 않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다. 투표에 기권하거나 아무도 안 찍는 것은 자칫 세 후보를 모두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후보들 간에 좌파적 변별력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민주노동당 후보로서의 자격 미달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세 후보 모두 민주노동당 후보가 될 만한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해 세 후보 중 한 명에게 반드시 기표하기로 했다.

셋째, 투표할 때 자기 주변의 좌파적 당원들과의 연대를 고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변의 좌파적 당원들 사이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갈린다해도, 세 후보 중 한명에게 반드시 기표한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세 후보 중 누가 당선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우리는 그 후보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열성적으로 할 것이다. 그(그녀)가 지배계급의 후보들과 맞붙어 진보 염원 대중의 정치적 대변자 구실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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