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금속노조 지도부는 대대 결정 인정하라

2015년 1월 15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최근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8ㆍ18 신규채용 합의’를 인정하는 평가서를 통과시켰다. 전규석 위원장은 1월 13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장이 직접 교섭에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 합의를 인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의 결정, 즉 ‘8ㆍ18 합의 폐기’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매우 고약한 조처다. 당시 대의원대회는 ‘8ㆍ18 합의가 신규채용을 수용하고, 소송 취하를 전제하고, 불법파견 인멸에 동의하는 등 문제 있는 합의’라고 규정하고, “합의 내용을 승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비록 8.18 합의가 이미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지만, 법원 판결도 있는 마당에 합의에 발목 잡히지 말고 투쟁하라고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애초 금속노조 지도부는 현대차 이경훈 우파 지도부의 압박에 타협해, 사실상 8ㆍ18 합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유감스런 안을 대의원대회에 내놓았다. 그러나 올바르게도 이에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출했고 논란 끝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이로써 8ㆍ18 합의를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등 노동자들은 큰 용기를 얻었다. 이들은 “우리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우리가 투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줬다”고 기뻐했다.

반면, 자신이 체결한 합의에 흠집이 생기고 정치적 명분을 잃은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크게 반발했다. 그는 ‘금속노조에 대한 특단의 조치’ 운운하며 어떻게든 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집으려고 안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규석 집행부는 결국 이경훈 지부장의 압박에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으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 대의원들의 뒤통수를 치는 평가서를 내놓은 것이다.

중집 평가서, 위원장 담화문의 문제점

전규석 집행부는 이번 조처가 ‘합의의 법적 실효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 뿐’이라며, 대의원대회 결정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위원장의 동의 절차 없이 지부ㆍ지회별 합의가 이뤄져 왔다’며 8ㆍ18 합의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지도부가 8ㆍ18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이상, 그것은 단지 법리적 실효성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대의원대회 결정이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금속노조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의 정치적 정당성을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8ㆍ18 합의는 현대차뿐 아니라 많은 불법파견 작업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8ㆍ18 합의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8ㆍ18 합의 이후 기아차 사측이 유사한 신규채용 합의안을 관철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의 뒤를 봐주려고 불법파견의 기준을 정비(개악)하려 한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형식적 논리를 앞세워 눙치는 것은 부정직한 태도다.

더구나 전규석 집행부가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 결정을 사실상 번복한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금속노조 중집은 대의원대회에서 왜 집행부 안이 부결됐는지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투쟁 조직에 힘쓰지는 않고, 반대로 여러 중앙 단위의 논의 속에서 “어렵게 확정된 안을 [대의원대회에] 관철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대의원들은 노조 지도부의 입장을 그대로 통과시켜주는 거수기가 아닌데도 말이다.

요컨대, 이번 사태는 전규석 집행부의 무기력을 다시금 보여 줬다. 전규석 집행부는 좌파로서의 면모는 보여 주지 못한 채, 맥 없이 이경훈 지부장에 꼬리를 내렸다. ‘금속노조의 주인은 조합원이 아니라 현대차지부장이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일부 금속노조 임원들은 ‘미워도 현대차지부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우파 관료에 굴복해 투쟁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는 지도부라면, 그 자리를 지키는 의미는 뭘까?

전규석 집행부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투쟁의 동력은 이경훈 같은 우파 관료들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에서 나온다. 전규석 위원장은 ‘이제 더는 갈등을 지속하지 말고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지만, 도대체 누가 이 지도부를 믿고 투쟁에 나서겠는가. 8ㆍ18 합의에 대한 태도 문제에서 우파 관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투쟁으로 모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집 결정 폐기, 담화문이 실린 <금속노동자> 전면 수거와 폐기, 집행부 사과 등을 요구하며 금속노조 1층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이는 전규석 집행부가 자초한 결과다. 비정규직 동지들의 항의는 정당하다. 금속노조의 대의원들, 투사들은 곧 시작될 중집 평가서-위원장 담화문 폐기 연서명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2015년 1월 15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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