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구조에는 무능, 진실은 모르쇠, 진압에는 최선, 탄압에는 신속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투쟁은 정당하다
적반하장식 경찰 탄압 중단하라

2015년 4월 20일

4월 18일 집회와 행진의 요구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확실히 규명해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이윤보다 안전이 더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다. 유가족과 집회 참가자들은 반쪽짜리 특별조사위원회마저 무력화시킬 정부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행진이 경찰의 6중 차벽에 막히고, 방패 날에 두들겨 맞고, 몸이 쓰러질 정도의 근접 거리에서 머리와 가슴을 조준해 발사하는 최루액 물대포를 맞아야 할 죄인가.

그런데도 경찰은 이날 집회에 폭력적인 봉쇄·진압 작전을 폈다. 경찰은 행진을 막으려고 전국에서 경찰 1만 3천7백여 명을 동원했고, 차벽으로만 무려 차량 4백77대와 (트럭 18대를 동원해) 차단벽 1백여 개를 설치했다. 인권침해 감시단이 현장에서 차벽은 위헌(불법)이라고 지적해도 경찰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또한 광화문을 수영장 만들 기세로 최루액 물대포를 쏘아댔다. 심지어는 위법적으로 소화전의 물까지 끌어다 썼다. 이에 종로소방서의 허가 여부를 확인하고 항의한 기자가 도리어 연행됐다. 심지어 영장도 없이 핸드폰을 뺏기도 했다. 막무가내 폭력과 불법은 경찰이 저지른 것이다.

경찰의 선제적 과잉 봉쇄와 진압 작전이야말로 명백히 폭력이었다. 이날 유가족 스무 명 포함 1백여 명이 연행됐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현장 의료진에 따르면, 부상 현황이 모두 취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많은 부상자들이 나왔다. 물대포를 맞아 넘어져 무릎 뼈가 부서져 응급 수술을 받은 시민, 허벅지를 밟히거나 다리가 찢어지고 코가 부러진 사람들, 경찰 폭력에 단기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인 사람들도 있었다. 직사한 최루액 때문에 각결막염, 피부 손상,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한 사람들이 많았다. 16일에는 유가족 한 분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이런 경찰 폭력에 대응해 집회 참가자들이 한 것은 빈 버스 흔들고 경찰을 밀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행동은 경찰 폭력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태극기를 태운 경우도 그렇다. 진의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약속’(에 대한 믿음)이 눈 앞에서 허물어진 상황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항의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적반하장 격으로 경찰은 집회 다음날인 4월 19일에 “불법 폭력행위 … 주동자 및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전원 사법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수사본부를, 나머지 지방청 15곳에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심지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측에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강도 높은 보복성 협박을 한 것이다.

진도 앞 바다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진실 규명을 요구한 참가자들의 불법 행위(?)를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가증스런 짓인가.

죽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는 이들이 이윤 경쟁 체제의 희생양이 돼 진도 앞바다에서 죽게 만든 것이 진짜 폭력이다. 이 이윤 경쟁 체제의 수혜자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1년을 넘긴 것이 바로 폭력이다. 구조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할 국가가 도리어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증거를 조작·왜곡해 면죄부를 받는 것이야말로 폭력이다.

경찰이 이렇게 보복성 탄압으로 나오는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부 시행령(안) 기습 입법 예고가 무리수가 됐다. 과반수 여론이 유가족들의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인양 결정’ 요구를 지지했다. 박근혜의 기습 공격은 오히려 정부가 진실 은폐 주범이라는 인상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부패 스캔들이 터져,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현직 국무총리, 현직 도지사 등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 나왔다.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정권 핵심부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불만과 분노가 짧게는 민주노총의 4·24 총파업과 만나거나 4·29 재·보선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권으로서는 더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을 결코 보고 싶지 않은 박근혜 정부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일들을 빌미 삼아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을 위축시키고, 대중에게서 유가족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경찰이 정당한 행진을 불법 폭력으로 매도하고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집회 참가자 개인들에게 탄압의 칼날을 겨누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보여 준 것은 구조에는 무능, 진실에는 모르쇠, 진압에는 최선, 탄압에는 신속 뿐이었다. 이토록 자격 없는 정부는 물러나야 한다.

연행자를 당장 석방해야 한다.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구속·탄압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해경 지도부가 구조 당시 교신 기록을 조작한 것도 묵인해 처벌하지 않은 정부에게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사람들을 처벌할 자격이 없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이런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야비한 정부에 맞서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해 내려면, 조직 노동운동의 힘과 연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노동운동이 제기해 온 ‘이윤보다 안전’을 위한 투쟁의 일부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가를 물러서게 할 힘이 있다.

아울러, 4월 24일 파업 집회와 25일 집회 등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경찰 당국의 협박과 탄압 시도에 대한 가장 좋은 응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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