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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확산보다 병원 이윤을 더 걱정하는 박근혜 정부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6월 2일에 발표한 성명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들 중 두 명이 사망하고 3차 감염자도 생겼다. 3차 감염자란 최초 환자로부터 전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 경우로 3차 감염자 발생은 환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다. 보건복지부도 현재 7백50명인 격리 대상자가 앞으로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처음 병에 걸린 환자를 메르스로 확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또 처음부터 전염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메르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번 상황을 보면 제한된 상황에서 공기를 통해 전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첫째, 많은 대형참사가 그렇듯이 자연재해나 전염병을 재앙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다.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최초의 수단은 스스로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첫 환자가 확진된 이후에도 해당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 2차 감염자들과 접촉한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첫 환자가 4번째로 찾은 병원에서야 확진이 돼 그만큼 전염 가능성이 컸는데도 정부는 쉬쉬하며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첫 환자가 확진된 뒤에 퇴원한 환자들도 별 경계심 없이 증상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다른 병원을 찾기도 했다.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한 이유다.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는 아직도 병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추측컨대 문형표는 대형병원들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병원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을 걱정하는 듯하다. 전염병 확산보다 병원 이윤만 생각하는 문형표는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이 없다. 이 자는 즉각 해임돼야 한다.

둘째, 세계보건기구WHO가 제공하는 기본 매뉴얼만 따랐어도 더 일찍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환자 대부분은 첫 환자와 접촉했거나 같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이었다. 불과 며칠 만에 그것도 병원 내에서만 20여 명이 전염된 상황은 병원 내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근본에서는 한국 의료체계가 극도로 민간병원 중심이고 이들 병원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 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병원이 보건소에 직접 보고하기 전까지 정부는 상황을 파악할 길이 없다. 동시에 정부나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권고들이 병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는 기능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염병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다. 진주의료원 폐쇄 등 공공병원 축소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셋째, 생활비 등을 충분히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격리’하겠다고 하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격리 대상자들이 자택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효과적으로 전염을 막을 수 없다.(정부의 지침을 보면 집 안에서 가족과 2미터 거리를 유지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소독을 하라는데, 헛소리다.) 전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약속해 격리 대상자들이 안심하고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당장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자와 격리 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더 큰 전염병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2015년 6월 2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