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일부 언론이 과장 선전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대체복무제안은 문제다

2018년 11월 5일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대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부는 대체복무제안(이하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안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곧 발표될 정부안의 핵심은 현역 복무기간의 2배(36개월), 교정시설 복무, 국방부 산하에 대체복무 심사기구 설치 등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국방부가 낸 대체복무제안(2007년)에 견줘도 명백히 후퇴했다.

정부안대로 대체복무제가 실시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사실상 또 다른 처벌을 받는 셈이다. 첫째,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초과하는 것은 처벌적 성격을 갖는다고 오랫동안 유엔 등이 지적해 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민간대체 복무기간이 군 복무기간을 초과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와 제26조를 위반한 것이다.”[1]

둘째, 교도소와 구치소 같은 곳에서의 합숙 복무로 대체복무 영역과 형식을 국한하는 것도 문제적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주요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했듯이, 교정시설 복무는 “이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감옥에 수감돼 해 왔던 업무와 동일하다.”

대체복무를 도입한 국가들 대부분이 사회복지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하도록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다수도 중증장애인 돕기와 같은 봉사를 통해 대체복무를 이행하기를 원한다.

셋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인정 여부를 다루는 심사기구를 국방부 산하에 두는 것도 문제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대체복무제를 반대해 온 국방부가 심사기구를 맡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심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공산이 더 커진다. 2011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이렇게 권고했다. “대체복무는 군 관할 지역 밖의 것이고 군 지휘 하에 있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내놓으려는 대체복무제안은 징벌적 성격이 매우 강한 문제투성이 안이다.

정부안이 이대로 발표되고 국회에 제출되면, 안 그래도 문제적인 정부안이 입법 과정에서 더 나쁘게 바뀔 수 있다. 의원 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된 대체복무제안 중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뢰 제거에 투입하는 안(자유한국당 의원 이종명)도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매년 500~600명의 청년들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병역을 거부해 감옥에 가야 했다. 그중 다수는 여호와의 증인들로, 일부 교리를 둘러싼 극심한 편견 때문에 차별받고 천대받아 왔다.

정부가 이대로 문제투성이 대체복무제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포용국가”에서 “포용”이 거짓이고 위선적인 말일 뿐임을 또다시 드러낼 뿐이다.

2018년 11월 5일
김영익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된 적 있음. 노동자연대를 대신해 성명서 작성)


[1] 2017년 5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양심적 병역거부 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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