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명]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국회 통과

‘김용균법’이라 부르기엔 너무 미미한 개정이다

남겨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자

2018년 12월 28일

12월 27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여야 기성 정당들(교섭단체들)이 산안법 쟁점 사항들을 타결했다.

통과된 산안법은 기존 법보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처벌을 좀 더 강화했다. 산재 보호 대상이 조금 늘었고 작업중지권이 원칙적으로 인정됐다. 기존 법보다는 다소 나아졌다는 점에서 기성 정당들이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법을 ‘김용균법’이라고 부르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사고 발생 업무는 적용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으로도 김용균 씨 사망을 막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위험 작업의 외주화가 금지되지 않았다. 원청의 책임 범위(작업 과정과 장소)도 여전히 협소하다. 삼성의 반도체 공정 산재 입증 책임 문제로 쟁점이 됐던 화학물질 등의 공개 의무도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일명 ‘기업살인법’)은 아예 심의 대상도 되지 못했다.

최소한 작업 전반에 걸친 책임과 재해 발생 후 책임이라도 강력하게 규율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에 비해 매우 불충분하다.

노동계는 처벌의 하한형을 도입하라고 요구해 왔다.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성 정당들은 원청의 책임 범위와 처벌 수준을 계속 완화하는 협상을 했다.

한국당은 산안법 개정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요란을 떨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안 그래도 실속이 떨어진 정부 개정안을 더 후퇴시키는 쪽으로 협상했다.

결국 처벌의 하한선은 없어지고 상한선은 낮춰졌다.

민주당과 한국당 등이 노동자의 안전보다 기업주의 이익을 더 고려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당은 대통령이 산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임종석과 조국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지시했다며, 마치 산안법을 위해 큰 결단을 한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진실은 민간인 사찰로 군색한 처지에 몰린 청와대가 산안법 개정으로 숨통을 틔우고자 한 것으로, 불쾌한 일이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은 유가족의 만남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아 김용균 씨가 위험 노동을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막은 것은 문재인의 책임이다.

여야 기성 정당들이 쥐꼬리만한 법 개선에라도 합의한 것은 노동자들의 저항이 확산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제대로 된 정규직화, 기업살인법 제정, 대통령의 사과와 정부 책임 인정, 서부발전 사측 처벌 등 과제들이 남아 있다. 12월 29일에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해 이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자.

2018년 12월 28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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