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탄력근로제 개악 저지하자

민주노총은 총파업 일정을 당기고 실질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

2019년 2월 20일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에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개악에 합의했다.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하는 척했지만,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이번 개악에도 합의해 줌으로써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구실을 했다.

이번 개악으로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무력화됐을 뿐 아니라 1년에 절반은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연장근무를 하게 됐다. 결국 문재인의 “노동시간 단축” 약속은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났다. 최저임금에서도 ‘줬다 뺏기’ 공격을 하더니 노동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첫째, 이번 개악으로 사용자는 주 52시간제와 관계 없이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됐다. 일감이 몰릴 때는 법정 노동시간의 한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 최대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탄력근로 기간의 앞뒤 3개월을 붙이는 식으로 6개월 연속 주당 64시간도 일을 시킬 수 있다. 노동부의 만성 과로 인정 기준인 ‘12주(3개월) 연속 주당 60시간 노동’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이번 개악으로 “합법 과로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둘째, 연장근무 수당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 손실도 크다. 시급 1만 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임금이 평균 78만 원 깎일 것으로 전망된다(양대 노총). 이번 개악이 임금 삭감 공격이기도 한 것이다.

청와대는 경사노위 합의 직후 “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 논평을 내놨다. 그러나 하루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사용자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해지는데, 노동자들이 삶을 안정적으로 계획하거나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기간에는 임금도 더 떨어져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도 불안정해진다.

보완책은 기만일 뿐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과 ‘임금 보전’ 방안도 들어가 있다며, 보완책이 마련돼 있다고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으로 과로를 막을 수 없다.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더라도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이 허용되는 것일 뿐 아니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이조차 무시할 수 있게 해 놨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노동시간 확정을 일별이 아닌 주별로 늘린 점이다. 기존에는 탄력근로를 하려면 사측이 일별로 노동시간을 정해 놔야 했으나, 이번 개악으로 사측은 주별 노동시간만 정해 놓은 뒤 그때그때 일별 노동시간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게다가 ‘기계 고장,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급증’ 등을 핑계로 사측이 주별 노동시간도 마음대로 변경할 수도 있도록 열어 놨다.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협의’는 합의가 아니다. 즉, 사측이 공문 한 장만 보내면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임금 보전 방안도 사실상 사용자에게 백지위임했다.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해 놨지만, 구체 내용과 기준이 불분명해 사용자가 대충 만들어도 된다. 설사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만 물면 된다. 이 역시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만 하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조직 노동자들을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며 ‘취약 계층을 위한다’던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경사노위 본질이 드러나다

정부와 주류 언론들은 이번 합의로 ‘사회적 합의’가 첫발을 떼었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개악은 이른바 ‘사회적 합의’가 ‘답정너’(답은 정해 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강요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지난해에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이 결정됐을 때부터 정부와 사용자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정부는 올해 2월 중으로 이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시기를 정해 놓고 합의를 압박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정부 정책의 추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점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대안을 갖고 보완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보완책들에서 보듯, 이런 방식은 개악은 막지 못하면서 오히려 정부와 사용자들의 개악 추진에 정당성만 주는 꼴이 됐을 것이다.

이번 합의를 발판으로 여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도 조만간 개악을 위한 법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이미 의원들이 내놓은 법 개악안이 올라가 있어서 절차에 돌입하면 일사천리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저들의 야합을 막으려면, 국회에서 개악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탄력근로 확대 개악 합의를 비판하면서, 2월 20일 확대간부 상경 결의대회와 3월 6일 “총파업‧총력투쟁”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파업으로는 개악을 막을 수 없다. 법 개악안 처리가 임박한 현 상황은 ‘경고’가 아니라 실질적 ‘저지’를 위한 투쟁에 즉각 나서야 할 때다.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총파업으로 제 힘을 보여 줄 때, 저들의 개악 시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2019년 2월 20일
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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