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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무력화 강행한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금 즉시 총파업을 명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오늘(11월 18일) 주 52시간제 “보완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재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행정명령을 단행한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률 개정 이전에 직권 취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더니, 기업주들을 위해서는 행정명령에 주저함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1일 주 52시간제의 시행을 코앞에 두고 위반시 처벌을 6개월 연기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시행을 지연시킨 바 있다. 정부는 이것이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화”를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실상은 정부와 사용자들이 여러 편법과 조건 후퇴 등으로 주 52시간제를 누더기로 만들 기간을 준 것이었다.

그 기간 동안 정부는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업들에게 탄력근로제 도입을 적극 권장했다. 사용자들은 정부의 뒷받침 속에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확대, 근태관리 강화와 현장 통제, 업체 쪼개기 등을 시도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내년 1월부터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보완책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주52시간제 법 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첫째,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서 특별연장근로 허용 기준을 완화해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크게 넓히겠다는 것이다.(내년 1월 시행)

그동안 현행법은 자연재난 등의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왔다. 정부는 이 예외 사유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로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특별근로 연장의 적용 범위를 거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비록 시행시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했지만, 현 정부의 기조와 개악 취지에 비춰 볼 때, 노동시간 연장의 제약 장치가 될 리는 없어 보인다.

이렇게 바뀌면, 주당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해지므로 주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 받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시행을 연기한 것이다.

셋째, 기업의 부담 최소화를 위한 행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재계는 이 같은 정부 발표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특별연장근로가 여전히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또한 탄력근로제 확대와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개악 법안들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더 확실한 개악이 되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부도 이 보완책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여야 정당들에게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집권 민주당과 한국당 등 여야 논의도 한창이다. 11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 민영화와 각종 규제 완화를 담은 데이터 3법의 통과가 확실해지고 있다.

노동개악 문제에서는 개악 수준을 놓고 여야 간 협상 중이다. 정부·여당이 한국당의 ‘더 개악’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다. 탄력근로제 개악에 더해 특별연장근로 확대를 수용했고, 선택근로제 확대도 협상 의제에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상황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실질적 총파업을 명령해야 한다.

주 52시간 상한제 무력화는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려 임금과 노동 조건을 후퇴시키는 공격이다. 일자리 확대에도 불리하다.

정부와 사용자들의 개악 촉구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무노조·미조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조직 노동자들도 겨누고 있다. 금속노조 등 유노조·대기업 노동자들이 공격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게 아니다.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8만여 명이 참가해 노동개악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한국노총 집회에도 1만여 명이 모였다. 노동개악에 대한 반감과 저항 의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즉각 단호하게 실질적 파업에 나서야 한다.

2019년 11월 18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