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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망 항의 운동 연대, 미국 정부 규탄 주한 미국대사관 앞 기자회견:
“인종차별 반대한다! 미국 정부는 탄압 중단하라!”

“인종차별 반대한다! 미국 정부는 탄압 중단하라!” 6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 연대 미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조승진

6월 5일 오전 11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흑인 사망 항의 운동 연대, 미국 정부 규탄 주한 미국대사관 앞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노총·민중공동행동·한국진보연대·이주노동자노동조합·노동자연대 등이 주최해 미국의 플로이드 사망 규탄 운동에 연대했다.

(기자회견 영상 보기)

기자회견이 급하게 제안됐고 평일 오전에 열렸음에도, 70여 명이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지금 미국을 휩쓰는 저항에 대한 지지가 뜨거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네 명에게 살해당한 후 미국 200여 곳으로 번진 항의 운동에 국제적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스페인, 네덜란드,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국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와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규탄 시위를 국내 테러로 규정하고 연방군을 동원해 진압하겠다(폭동진압법)고 나선 지금, 이런 연대는 중요하다.

트럼프와 권력자들은 이번 규탄 운동 참가자들을 “폭도”라고 비난한다. 일각에서는 시위를 지지하면서도 ‘평화적 시위’와 ‘약탈’·‘폭력 시위’를 구분하며 항의는 평화적으로 해야만 의미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폭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를 비롯해 차별과 양극화로 이득을 얻는 정치·경제 권력자들이야말로 폭력을 일삼고 옹호하는 진짜 폭도다.”

기자회견문에서 참가자들은 “[미국에서] 가진 것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 불평등과 불의로 가득 찬 현실에 맞서 자신의 삶과 안전을 지키려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고 지적하는 한편, 트럼프 정부의 위선을 꼬집었다. “한 달 전 극우 시위대가 중화기로 무장하고 주의회 건물을 점거했을 때 … 트럼프는 이들을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추켜세웠다.”

ⓒ조승진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인권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 문재인이 트럼프의 운동 탄압에 일절 침묵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입 뻥긋 못 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는 탄압을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라.”

엄 부위원장은 정당한 운동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탄압도 강력 비판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리더십’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민주노총은 평등·평화가 온 세상에 실현되는 그날까지 세계 민중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진짜 “폭도”는 트럼프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인종차별은 사회의 억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미국의 인종차별 현실을 비판했다. “인종분리 정책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은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유색인종은 부당하게 검문검색 받고 체포돼 감옥에 가는 비율이 백인보다 높고 … 건강 문제와 불평등이 이어져 있어서, 10만 명 넘게 죽어간 미국 코로나19 희생자 중 유색인종 비율이 높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인종차별에 맞서는 미국인들에 한국 이주노동자도 연대를 보내”는 한편,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온 지 30년이 흘렀지만 [한국 국가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곳곳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도 전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발언에서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과 천대를 소상히 폭로하며 지금 벌어지는 규탄 행동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김지윤 활동가는 “이미 미국에는 여러 명의 플로이드가 있다. 20대 남성 사망 원인 2위가 ‘경찰의 무력 사용’이다. … 플로이드의 목을 조른 끔찍한 인종차별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빈곤과 차별, 감염병의 고통이 이번 격렬한 시위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트럼프는 코로나19 의료진에 대한 보호장비 지급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으면서 무장력을 동원해 정당한 목소리를 짓밟는 데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무고한 이를 살해한 경찰을 처벌하라는 지극히 정당하고 정의로운 요구”를 지지하며 “이 끔찍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와 절박함”을 함께 나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여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체제에 맞선 이번 플로이드 사망 규탄 운동에 대해 한국에서도 오늘과 같은 연대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조승진

기자회견문

미국 정부는 흑인 사망 항의 운동 탄압 중단하라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에게 살해됐다. 플로이드 씨가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절규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8분 46초 동안 그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그를 숨지게 했다.

이 잔혹한 인종차별적 살인에 분노한 시위대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코앞까지 진입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 벙커로 잠시 숨기도 했다. 워싱턴 DC뿐 아니라 뉴욕,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200여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을 벌이고 소요를 일으켰다.

처음에 관계 당국들은 살인범들을 감싸려 했다. 사건 직후에는 살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 4명 중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는 그제서야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른 데릭 쇼빈을 3급 살인과 과실치사로 기소했다. 최근 부검결과가 밝혀진 뒤 데릭 쇼빈에게 2급 살인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고, 체포에 가담했던 나머지 전직 경찰관 3명은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사실 자국 패권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생명·인권·민주주의를 위협해 왔다. 인종차별은 미국 정치인들이 자국의 패권적 대외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그에 따른 폭력을 묵인하고 있다.

경찰의 흑인 살해는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인종차별의 단면일 뿐이다. 미국에서 흑인은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모든 인종을 통틀어 가장 높다. 흑인은 미국 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는 불평등과 빈곤으로 가장 고통받는 집단이다.

그래서 흑인뿐 아니라 라틴계·백인 등 인종을 불문하고 가진 것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항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불평등과 불의로 가득 찬 현실에 맞서 이들은 자신의 삶과 안전을 지키려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금 미국 경찰이 시위대에 휘두르는 폭력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미 진압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사망 소식이 계속 추가되고 있기도 하다. 경찰이 쏜 고무탄에 한쪽 눈을 실명한 기자도 있다.

반면, 한 달 전 극우 시위대가 중화기로 무장하고 주의회 건물을 점거했을 때, 미국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들을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추켜세웠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미국 연방군까지 투입하겠다고 한다.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셈이다.

인종차별과 전쟁에 반대하는 우리는 미국 정부의 이런 행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이미 영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등지에서도 대규모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우리도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에 연대하며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바다. 미국 정부는 탄압을 중단하고, 플로이드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 모두를 처벌하라.

인종차별 반대한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미국 정부는 탄압 중단하라!

2020년 6월 5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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