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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전국 사제 시국 기도회

사진출처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시국 미사 성명서> 

12차 천주교전국사제시국기도회를 마치며

“너희가 비참하게 되리라. 나쁜 것을 좋다, 좋은 것을 나쁘다,

어둠을 빛이라, 빛을 어둠이라, 쓴 것을 달다, 단 것을 쓰다 하는 자들아!”

(이사야 5,20)

1. 참사 266일째

용산의 희생자들은 여전히 냉동고에, 망루에 올랐던 사람들은 감옥에 그리고 유가족들은 상복을 입고 괴로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노상천막에서 120일 내내 우리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에 대해서 묻고 또 물으며 기도를 바쳤다.

2. 용산참사는 어제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일이며 내일의 일이다.

특정 소수에게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 너와 나, 우리 모두 특히 서민중산층에게 닥칠 무서운 재앙이다.

만일 누군가 헌법에 보장된 주거, 생존권이라고 해서 대기업건설사가 내세운 철거용역업체와 조합 그리고 이들의 배후 구실을 하는 공권력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게 되면 그 순간 무자비한 강제진압과 동시에 화염 속에 던져질 것이다. 함께 살자는 외침도, 살려달라는 아우성도 불순한 선동이 된다. 야만의 폭력에 대한 이른바 정당방위 차원의 대응이라 할지라도 언론은 난동 혹은 도심 테러로 낙인찍을 것이며, 검찰은 새총을 쏘았다는 이유로 철거민들을 때리고, 죽이고, 불에 태운 경찰의 ‘작전’을 흠잡을 데 없는 공무집행이라며 두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악이 너무나 평범해진 그야말로 무서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3. 참혹한 일은 참사 후에도 거듭 이어졌다.

첫째, 국가가 나서서 한 일은 참사의 책임을 죽은 자들에게 돌리고, 폭도의 죄를 씌워 철거민들을 감옥에 가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어째서 재개발 바람이 부는 곳마다 망루가 세워지며, 세입자들은 왜 목숨을 걸고 거기에 오르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이로써 권력자들은 본때를 보여준 셈이고, 국민 일반은 침묵으로 이를 승인해 버린 꼴이다.

둘째, 여섯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나 사과는커녕 오히려 법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자는 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최근 신임총리가 방문했지만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관할 타령만 늘어놓고 갔다.

그 다음날 새총을 쏘는 바람에 경찰이 투입됐다는 총리실장의 대답이야말로 총리가 흘린 눈물의 본심이었을 것이다.

셋째, 검찰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수사기록 3천 쪽을 감추고 내놓지 않는다.

법질서를 관장하는 검찰이 법의 명령을 어기고 있으니 역사상 이보다 무소불위의 타락한 권력은 없었다.

4. 검찰은 미공개 수사기록이 화재사고 입증과 관련이 없으며 진술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궤변에서 참사의 근본 원인이 철거민들의 화염병이 아니라 경찰의 과격진압에 있었음을 우리는 추측하게 된다.

부디 늦기 전에 감추거나 빼는 일 없이 나머지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여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마땅하다.

5. 아울러 검찰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도 대답해야 한다.

정말 화염병이 참사의 원인이었다면 불에 타고 말았어야 할 시신이 어째서 그토록 무참하게 훼손되었나?

시신의 치아 상당수가 부서지고 두개골이 처참하게 함몰이 되었으며, 불에 타죽었다는 사람의 손목과 발목이 잘려나간 이유가 무엇인가?

왜 경찰은 부검을 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살점과 내장을 다 들어냈는가?

어째서 불타는 망루에서 내려와 동료 부상자를 도왔던 사람이 주검이 되어 돌아왔는가? 의문은 헤아릴 수 없이 무수하다.

만일 검찰이 끝까지 진실을 감춘다면 그 점만으로도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는 셈이니 법원이라도 시비를 가리는 일에서 엄정해야 할 것이다.

6. 우리의 요구

1) 대통령은 정중하게 사과하고 중앙정부가 용산문제를 해결하라.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사리에도, 본분에도 맞지 않는다. 용산참사 해결 없는 서민 행보는 일체가 거짓이다.

2) 유가족뿐 아니라 용산4구역 철거민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하나는 들어주고 다른 하나는 밀쳐둘 일이 아니다. 철거민의 생계보장이 참사 희생자들의 한결같은 요구였다.

3) 종교인들에게 당부한다. 사랑 없는 진리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약자들을 위하는 것이 사랑의 으뜸이다. 희생 없는 종교 또한 무익이다. 빈자를 위한 배려야말로 종교의 기본 덕목임을 명심하자.

4) 복음은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라고 호소한다.

우리는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해결을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할 것이다. 각계의 동참 특히 종교인들의 기도를 호소한다.

제12차전국사제시국기도회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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