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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신문 지지자들 앞에 놓인 당면 전망

이스라엘이 라파흐를 글자 그대로 초토화하고 있는 동안 미국과 영국은 예멘을 폭격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이스라엘을 통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량 학살하며 무력으로 중동에서 패권을 분명히 해 두려 하지만, 정치적으로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있어서 무력 사용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게다가 동유럽 전선인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에 확연히 밀리고 있다. 전쟁 개전 이래 2년간 약 5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했고, 10만 명의 러시아인이 사망했다.

제국주의 충돌에서는 “민주공화정 부르주아지와 반동 군주정 부르주아지 사이의 차이가 없어진다”(레닌)는 말이 갈수록 중요한 시대이다 ⓒ출처 미 해군

일부 좌파 단체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식의 서방 프레임에 공명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승리를 바랐지만, 그들은 좌파를 자처하기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비록 그들이 최근 민주노총 관료 기구 안에서 꽤 세를 늘렸을지라도 그것은 민주노총 관료 다수의 보수화를 반영하는 것일 뿐이다.

레닌은 제국주의가 “전면적인 반동”이므로 제국주의간 충돌에서는 “민주공화정 지지 부르주아지와 반동 군주정 지지 부르주아지 사이의 차이가 없어진다. 둘 다 산 채로 썩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지적했다.

국제적인 전략 분석가들은 차기 격전지가 대만해협이 될 것이냐, 한반도가 될 것이냐, 중국과 인도의 접경지역이 될 것이냐, 남아시아가 될 것이냐를 놓고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가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전망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분명히 협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국주의적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응해 한미일 3자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모호한 외교 전략을 비판하며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에 한미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놓고 미국 측과 여러 차례 협의를 했지만, 미국 측은 종전선언 추진에 동의하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안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분명하게 전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제국주의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세력이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지난해 8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명확히 했다.

스탈린주의자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이 기존의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다극화된 질서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대외정책들에 진보적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반미 자주파도 이런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신실크로드전략, 즉 일대일로는 자본주의적 토대 위에서 실행되고 있고 기존의 글로벌 세력균형의 재편을 목표로 하는 것일 뿐이다.

스탈린주의자들은 미국 반대가 제국주의 반대의 전부인 것으로 제국주의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자연스럽게 진영논리와 융합된다.

바이든과 윤석열이 ‘자유’를 입버릇처럼 말하며, 냉전 시대에 미국이 ‘자유진영’ 어쩌고 하며 펴던 진영논리를 재생하고 있는 것의 거울 영상이다.

그러므로 반미 자주파의 입장은 나름 급진적인 사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진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헤게모니에 수반되는 문제들을 새로운 중국ᆞ러시아ᆞ브라질ᆞ인도 등의 다극화된 자본주의 국가 연합으로 상쇄하지 못한다. 갈등과 충돌은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된다. 제국주의적 경쟁은 더 심화되고 더 격화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세계 질서의 혼란으로부터 누가 득을 얻을 것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글로벌 차원의 계급투쟁의 향방이 결정적이다. 제1차세계대전 전야에 독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국주의와 전쟁, 다른 나라를 강탈하는 것, 다른 나라를 놓고 흥정을 하는 것, 국제법 위반, 폭력 정책 등에 맞서 싸우는 것은 오직 자본주의와 싸우는 것에 의해, 곧 세계적인 인종학살을 사회 혁명으로 맞서는 것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다.”

요컨대, 기존의 국제적 국가 체계를 개선ᆞ개량하는 것은 공상이고 오직 그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만이 현실적이다. 오직 반제국주의 투쟁만이 유일한 선택지이다.

억압적이고 우익적인 정치에 맞서

한편, 세계 도처에서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준동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세계의 수십 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한편, 일본과 한국도 총선을 치른다. 유럽의회와 인도, 멕시코 등지에서도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 극우의 국회 습격 겨우 3년여 만에 트럼프가 재선될 수 있다 ⓒ출처 Team Trump

저발전국 일부에서는 말 그대로 “실패한 국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아이티나 일부 필리핀 지역, 일부 엘살바도르 지역 등지에서는 갱단들이 준동해 말 그대로 무정부 상태가 펼쳐지고 있다.

적잖은 주요국들에서 극우가 전진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그렇다. 미국에서는 2021년 1월 6일 극우의 국회의사당 습격 이후 겨우 3년여 만에 선거가 열리고 트럼프가 재선될지도 모른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프랑스 르펜의 국민연합과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이 3등이나 4등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극우가 부상하는 나라들에서 극우는 (1930년대 초와 달리)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에 힘입어 부상하기보다는 지배계급의 우경화를 자극하고 촉진시키는 식으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런 나라의 지배자들은 여전히 재정 긴축을 시행하고 있는 데다 새로 군비 증강, 우크라이나 지원, 이스라엘 지원 등을 추가하고 있다. 게다가 기성 자본가 정당 자신이 이민자와 난민 억제와 억압 등 극우 정치 세력들의 강령과 정책을 갈수록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

소위 좌파 정당이라는 곳들도 – 가령 그리스 시리자와 영국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 바겐크네히트의 독일 좌파당 – 이민자와 난민 정책들에서 똑같이 차별적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극우가 득을 보기가 쉽다. 그러나 극우의 득세가 전반적인 추세라든가 하물며 불가피한 추세인 것은 아니다. 가령 정치의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부와 여당 바깥에서 주목할 만한 극우나 파시스트가 준동하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지난해 정부와 여당 자신이 급속히 우익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우익 본색이 드러난 결과 윤석열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중의 경고를 받고 총선 전략을 수정해 지금은 한동훈을 내세워 ‘젊은 합리적 보수’인 척하고 있다.

이것이 총선을 앞둔 착한 사람 코스프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 때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민주당 집권이 바로 얼마 전이었고(한 지역의 보궐선거와 달리 총선은 전국적이다), 국회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대통령 윤석열이 총선 국면에서 ‘한동훈 현상’ 덕분에 전면에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ᆞ국내적으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세계 질서와 국내 정치 질서는 여전히 불안정할 것이다. 한국에서 모든 문제를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밀어붙이는 이른바 ‘법치의 과잉’ 또는 ‘정치의 사법화’도 변함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경기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채 인플레도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처럼 일부 나라들에서는 노조 지도층의 개혁주의적 한계가 노동계급의 가장 선진적인 활동가들에게는 입증되기 시작할 만큼 노동자 투쟁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노동계급 국제주의를 향하여

한국에서도 총선 이후 윤석열 정부의 공격이 다시 두드러지면 노동자 투쟁의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단지 경제적 투쟁뿐 아니라 정치적(즉, 전면적) 계급 투쟁이 분출할 수도 있다.

노동계급의 생계비 고통과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올해에도 생계비 고통에 맞선 저항, 윤석열의 노동개혁과 법치를 앞세운 공격에 대한 대응, 이주 노동자 배척 시도에 맞선 연대 건설 등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능동적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과 작업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에도 나서야 한다.

지난해 늦여름 서이초 교사 사망 여파 속에서 일어난 교사 운동은 정치적 효과를 내면서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여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 것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불황기에는 상이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하고, 이를 실현하려면 혁명적 좌파의 단결 정치가 중요하다 ⓒ이미진

특히 경제 불황기 노동자 투쟁의 성패는 상이한 불만과 투쟁을 서로 연결시켜 투쟁을 계급적으로 전면화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적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통제력을 강하게 발휘하면서 부문주의(따라서 연대 훼손)와 전투성ᆞ급진성 결여 등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등장 이래 노조 지도자들이 비정규직 방어를 외면하면서(가령 전교조 집행부가 기간제 교사 정규교사화 외면) 노동운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반제국주의뿐 아니라 노동조합 운동에서도 혁명적 좌파의 단결 정치(국제주의를 비롯한)가 중요하다. 다른 누구보다 본지 지지자들이 단결과 연대를 구현하고자 애써야 한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이주민 유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 이제 이주민의 구성도 이주 노동자, 난민, 유학생, 결혼이주민, 이주민 2세대(청소년) 등으로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이주민이 한국 노동계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이주민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살펴볼 때 본지 지지자들은 이주민·난민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난민 운동 건설이 그 출발점이다.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 운동에 이주민·난민들의 참가는 운동에 급진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본지 지지자들은 이집트인 난민 인정 운동에 연대해 상호 신뢰를 형성한 바 있고, 이것이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 운동 건설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정부가 이 운동에 참가하는 이주민·난민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그로부터 이주민·난민들을 방어해야 한다. 정치적 권리를 지키고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려는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 유입 확대를 반대해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자는 좌파가 흔해졌다. 이런 입장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등장 초에 본지 지지자들은 전설적인 흑인 복서이자 급진적 무슬림이었던 무함마드 알리의 유명한 말을 빌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활동 기조를 정했다.

그리고 택배 노동자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 서이초 교사 사망 항의 교사 집회 등에 동참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열었고, 지금 5개월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구축하고 있다.

당분간 이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다만, ‘벌처럼 쏘기’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나비처럼 나는’ 것을 잘 해야, 즉 판에 박힌 일상을 잘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가 순발력 있게 팔레스타인 연대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은 제국주의와 중동 정세, 시온주의와 유대인 혐오, 이슬람과 이슬람주의 등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