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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계급을 초월한) 국민적 연합의 한계를 드러낸 더불어민주연합 공천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가 결성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후보 명단이 17일 확정됐다.

명단과 명단 확정 과정은 좌파가 더불어민주연합 같은 초계급적 국민 연합(역사적 용어로 인민전선)에 참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 준다.

더불어민주연합 공천 명단은 계급협조적 좌우합작 선거연합의 모순과 한계를 드러냈다. 사진은 부당하게 후보에서 탈락한 전지예(왼쪽 첫 번째), 정영이(왼쪽 두 번째), 임태훈(오른쪽 첫 번째) 후보들이 국민후보에 선출됐을 때 모습 ⓒ출처 최혁진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페이스북

앞 순번에 들어야 할 후보들이 후보 선정 과정에서 민주당의 요구로 아예 공천에서 탈락해 버렸다.

전지예, 정영이, 장진숙, 임태훈 후보가 그들이다. 자진 사퇴한 전지예·정영이 두 후보는 금융 소비자 운동과 농민회 활동 경력으로 국민 후보에 선정됐는데, 민주당 안팎의 우파는 한미연합훈련, 경북 상주 사드 배치 반대 등 미국 제국주의 반대 활동을 문제삼았다.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문제가 됐다. 민주당 측은 평화주의 신념을 지키려고 징역형을 감수한 양심적 병역 거부를 권력자 자녀들의 병역 기피와 똑같이 취급하며 그와 평화주의 활동가들을 모욕했다.

임 후보는 군의문사 해결에 앞장서 왔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 대한 군부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폭로했으며, 지난해 수해 지원 과정에서 사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의 진실 규명에도 앞장서 왔다.

최종 단계에선, 진보당 내 비례후보 경선에서 1위를 해 더불어민주연합에 추천된 장진숙 후보가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 전력을 이유로 탈락했다. 진보당 측은 다른 후보를 긴급하게 전략 후보 형식으로 추천했다.

결국 탈락한 후보 면면을 보면, 국가 안보 문제에서 민주당 안팎 우파의 강경한 비방 공세를 배경으로 민주당이 압력을 가해 배제한 것이다. 안보 논리는 지배계급의 지정학에 대한 반대를 내부의 적으로 취급하며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한다.

민주당은 선거에선 국힘에 이기고 싶어 하지만, 한미동맹 반대나 군부 비리 폭로 등을 해 온 후보들을 제외함으로써 지배계급의 이익에 해를 끼칠 생각은 없음을 입증하려 하는 것이다.

진보당의 침묵과 타협

이런 배제는 레드라인으로 작용해 지배계급이 경계하는 일, 즉 자민통계 활동가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장벽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양보와 후퇴가 반복되면 우파의 자신감은 더 오르기 마련이다.

진보당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 비판 목소리는 냈지만, “단결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라고 덧붙여 운신의 폭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다. 심지어 규칙도 바꿔 자당 장진숙 후보의 교체 요구를 수용했다. 반윤석열 국민 연합 유지와 의회 진출이라는 목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일 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것과 국회에 진출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국회의원으로서 하려는 활동이 정확히 무엇인지 진보당 측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일본의 서방 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지 모르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에 반대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 아닌가.

벌써부터 민주당의 우경적 압력에 침묵하고 타협하면 당선 후에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 이런 타협은 반제국주의적 활동가들에게 앞으로 공직에 진출하려면 좌파적 주장을 꺼려야 한다는 압력을 조장할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의 공천 명단은 계급협조적·좌우합작 선거연합의 모순과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진보당의 군색함은 좌파가 계급 연합, 좌우합작에 목맬수록 오히려 절충과 타협으로 기울 것임을 보여 준다.

진보당이 울산 동구에서 맺은 이중 합의도 문제다. 울산 동구에서 진보당은 녹색정의당·노동당과 함께 노동당 이장우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동참했는데, 더불어민주연합 참여와 함께 진보당은 민주당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주로 이 배신 때문에 범PD계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진보당을 민주노총의 정치적 지지 대상에서 배제하자는 운동까지 벌인 것 아닐까? 비록 그런 요구가 지나쳤지만 말이다.

진보당 하는 짓이 꾀죄죄해도 개혁주의적 노동자 정당이라는 그 당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진보당 지지 철회 수정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필요했다.(이와 관련해서는 본지에 실린 ‘민주노총 일각의 진보당 총선 지지 대상 배제 운동을 지지할 수 없다’ 기사를 보시오.)

진보당의 사회적 기반 때문에 혁명적 좌파는 진보당에도(녹색정의당 등 외에도) 투표할 수 있다.(그에 따라 불가피하게도, 진보당이 포함된 더불어민주연합에도 투표를 할 수 있다.) 진보당·민주연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말이다.

중요한 것은 광범한 노동 대중의 자신감과 사기를 높여 그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