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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반년

1948년 나크바 때의 곱절인 난민

“파괴는 엄청났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누구도 돌아올 곳이 없습니다. … 마치 좀비가 공격하는 장면 같았습니다. 그곳은 전쟁 지역이 아닙니다. 할리우드에서 나올 것 같은 재난 지역입니다.”(〈가디언〉 2월 8일 자)

가자지구에서 두 달 동안 보병 부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스라엘 부사관이 한 말이다.

2023년 10월 7일 공격 이후 179일이 지났다(4월 2일 현재). 개전 이후 3만 2552명이 죽었고, 7만 4980명이 부상당했고, 수천 명이 실종됐다(3월 28일 가자 보건 당국의 발표).

가자지구 인구의 80퍼센트가 넘는 190만 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살 집이나 사회기반시설이 없다.

이스라엘군의 표적은 팔레스타인인 민간인이다 완전히 파괴된 가자지구 북부의 알시파 병원 ⓒ출처 The Palestinian Information Center

이스라엘군은 전쟁 석 달 동안 6만 5000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의 세 배와 맞먹는 파괴력이다.

가자지구의 전기·물 공급, 하수도 시설이 완전히 파괴돼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진흙·잔해·쓰레기로 만든 판잣집이나 텐트에서 겨울을 났다. 들풀이나 동물 사료가 식사 대용식이었다.

이스라엘군의 표적은 팔레스타인인 민간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은 모든 대피소를 겨냥했다. 병원, 교회, 학교, 유엔 난민촌, 밀가루를 얻으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등등.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디에 있든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겁먹게 하려고 집단 학살하고 있다.

80만 명을 쫓아낸 1948년 나크바의 곱절인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 난민이 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 땅에서 쫓아내거나 인종 학살하는 것 말고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이스라엘군은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린 저항 세력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대량 파괴는 전능함이 아니라 취약함의 증거다.

미국과 그 동맹들이 전폭 지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굴복시키지도, 가자지구를 통제하지도, 서안지구를 침묵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타이마 씨가 본지에 보내 온 시위 영상(3월 30일) “민중은 알카삼여단을 원한다” 구호 외치는 서안지구 시위대 영상 ⓒ제공 타이마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올해 1월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1개 사단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최근 2주 동안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인 전사들이 군사 능력과 통치 역량을 재건하는 초기 국면에 있는 듯하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 소재 병원들에서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2월 2일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한 곳이다.

이스라엘군의 분석가들과 장교들은 이렇게 시인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이 거둔 군사적 성취는 전략적이기보다 전술적이다.”(〈파이낸셜 타임스〉, 1월 30일 자)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의 3분의 1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쟁을 수행하는 저항 세력을 결코 근절하지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 예비군들은 겨우 “1000분의 1초 동안 보이는” 적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섬뜩해요. ... 우리는 요청할 수 있는 공격용 헬리콥터, 탱크, 대포 등 엄청난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전능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취약하다고 느낍니다.”(〈가디언〉 2월 8일 자)

3월 17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대원의 4분의 1이 라파흐에 피신 중이며 이스라엘이 라파흐를 침공해야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취약성은 저항 세력이 팔레스타인인들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 지지를 받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군사적으로 패퇴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군은 매우 파괴적이고 악랄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을 말살하고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식적이고 조직적으로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랄한 파괴 행위가 이스라엘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인질 교환 협상과 네타냐후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월 31일 예루살렘에서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10만 명)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군 전(前) 소장 이츠하크 바릭은 3월 17일자 〈마리브〉 신문에 이렇게 썼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미 패배했고, 전 세계에서 동맹을 잃고 있다.”

3월 25일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 채택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패배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다음 날 다시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타이마 씨가 본지에 보내 온 시위 사진(3월 30일) “서안지구는 저항 세력의 선택을 지지한다”(왼쪽 현수막) ⓒ제공 타이마

이스라엘의 고집으로 인한 국제 정치의 위기

이스라엘 안팎에서 겪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정부는 2월 마지막 주에 세 가지 공격 구상을 밝혔다.

첫째,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가 서안지구 정착촌에 주택 3300채를 새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 계획이 부를 중동 정세의 불안정을 우려해 반대했다.(윤석열 정부도 바이든 정부와 코드를 맞춰 반대 성명을 냈다.)

둘째,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비무장화’와 ‘이집트와의 국경 봉쇄’ 등이 담긴 전후 구상을 공개했다. 이집트 국경과 맞대고 있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는 것이다.

셋째, 라파흐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 내 극우파는 라파흐 지상전을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쫓아낼 “역사적 기회”라고 본다.

그러나 라파흐 지상전 계획은 만만찮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13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로 쫓아내겠다는 것은 엘시시 정권을 경악시킬 일이다.

반면 엘시시는 이미 군대를 국경에 배치했고 장벽을 더 높게 세우고 있다.

여러 해 동안 탄압으로 억눌려 있던 시위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으로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집트를 크게 불안정하게 만들 폭발의 기폭제가 될까 봐 엘시시는 노심초사한다.

이집트만이 그런 게 아니다. 비슷한 위험이 요르단과 레바논에도 존재한다.

난관에 빠진 미국의 중동 통제 전략

미국은 아랍 대중의 반란 가능성을 자국 군대의 중동 주둔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이스라엘의 경쟁국들(특히 이란)을 중립화하고, 유럽·중동의 동맹국들을 자국의 어젠다 중심으로 결집시키는 데 이용해 왔다.

이를 위해 10월 7일 이후 “정당방위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지지했다. 그리고 수백억 달러의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란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자신이 그 지역을 통제하고 있음을 과시하려고 동지중해에 항공모함 두 척을 배치했다.

미국은 공군과 해군을 보내 예멘 후티 정부군을 폭격했다. 미국이 홍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에 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과 유럽연합)은 석 달 동안 공동 군사 작전을 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3월 15일부터 24일까지 상선 70척 이상이 후티의 공격을 받았다(해양 위험 관리 기업 엠브리 애널리틱스).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목표물도 폭격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와 총회에서 휴전 결의안에 한 번도 찬성하지 않았다(3월 25일 안보리에서도 기권했다).

또, 가자지구에서 난민을 지원하고 있는 유엔 단체들에 재정 지원을 중단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기아 위기에 빠뜨렸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이 주도해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중동을 통제 불능의 불안정에 빠뜨릴지도 모를 이스라엘의 학살을 마냥 오냐오냐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중동 “경비견”의 목줄을 죄었다. 미국은 인질 교환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조건으로 하는 6주 간 임시 휴전 결의안을 제출하고(3월 22일),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기권했다(3월 25일).

이는 미국과 서방이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압력과 역풍을 받고 있음과 동시에, 네타냐후의 실패한 전쟁이 중동 전역에서 반란을 촉발하고 더 광범한 불안정을 낳을까 봐 두려워하는 동료 권력자들로부터의 압력도 반영한다.

미국이 “두 국가” 방안을 띄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위선적인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두 국가” 방안은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계획을 허용하고 점령을 영속화하려는 술책일 뿐이다.

미국은 하마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미국과 이스라엘에 고분고분한 무함마드 압바스조차 없는 “다른 팔레스타인 당국”을 말한다. 미국은 파괴된 땅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니라 자신이 “뽑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박해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통치할 것을 원한다.

2월 26일 미국의 압력이 첫 결과물을 냈다. 무함마드 아슈타이야 팔레스타인 당국 총리를 비롯해 내각이 총사퇴했다. 후임 총리에 세계은행 관료였던 무함마드 무스타파가 임명됐다.

미국의 이런 계획이 관철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굴종하는 더 나쁜 관료 당국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두 국가” 방안의 또 다른 난점은 이스라엘과 관련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자신의 “전후 구상”을 지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나크바가 절반쯤 끝낸 채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그 과제를 완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재를 결코 허용하지 않고 점령과 인종청소를 지속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 외에,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전쟁이 부딪힌 가장 큰 난관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다.

중동 지역 외에 서방에서는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계속 지지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든에 등을 돌리고 있다.

무슬림 시민, 청년, 유대인 공동체 등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이제 그들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반대해 항의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70퍼센트가 휴전을 지지한다.

영국에서는 서방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지난주 말 런던에서만 20만 명). 운동의 압력으로 리시 수낙 정부의 장관들이 쫓겨났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 때문에 노동당도 소속 지방의원들이 40여 명(지금까지) 탈당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스페인·벨기에 정부는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들을 소환했다.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립이 더 심하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 “나홀로 이스라엘”을 표제로 뽑았다.

시온주의를 반대하는 유대인 학자 일란 파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회에서 정부까지 변화 압력을 받는 새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는 반인도적 범죄를 실제 막을 수 없다. 물론 팔레스타인인들의 필사적인 저항 그리고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힘을 이데올로기 수준에서 반영한다.

팔레스타인인의 저항과 글로벌 연대 운동이 더 커지면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에 실질적 균열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