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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네타냐후 반대 시위:
시온주의의 모순과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지만, 그것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제국주의자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기도 한다.

영국의 언론인 닉 클라크가 쓴 이 기사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부상하던 2023년 4월 17일에 쓰였지만, 현재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스라엘 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주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말한 “미래로 나아가는” 이스라엘 정부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정부가 이끄는 국가가 위기로 분열돼 있다. 위기가 어찌나 깊었던지, 그 갈등의 한 측은 그 위기가 “민주적인” 유대인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 그 위기는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정치 체제 개혁안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부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대법원의 권한을, 서안지구에 대한 자신의 야심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보고 제거하려 한다.

이것을 관철시킨다면 예컨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불법 정착촌 초소들을 “합법화”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에 따라 정착촌을 더 많이 짓기도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는 정부의 사법 개혁안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법적·민주적으로 정당화하는 장치를 파괴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을 미국과 충돌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이 의존하고, 이스라엘이 충실하게 그 이익을 옹호하고자 해 왔던 미국을 말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사회이고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보장해 주려 한다는 환상을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 ⓒ출처 Oren Rozen/ Wikimedia Commons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가 다른 일부를 상대로 승리해서 벤그비르 같은 자들이 패배하는 편이 더 낫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더 큰 물음도 있다. 이스라엘이라는 인종 분리 국가가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는 것이다. 결국 이 위기를 낳은 모순은 이스라엘 건국의 토대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건국자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유럽의 끔찍한 유대인 박해를 목도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배타적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열망을 품게 됐다. 그런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시온주의라는 정치적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 프로젝트를 실현하려면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을 빼앗아서 새로운 국가를 세워야 했다.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만드려던 시온주의 운동가들은 아랍인들을 몰아내려고 초기부터 폭력을 사용했고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아랍인들의 권리를 부정하려고 인종차별적인 거짓말을 퍼뜨렸다. 또, 시온주의 운동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국가를 세우려면 제국주의 강대국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시온주의 운동 지도자의 한 명인 카임 와이츠만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인을 단속하는 것을 돕겠다는 제안으로 영국 정부의 환심을 사려했다.

영국은 제1차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영국은 아랍 정치 지도자들을 달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반란을 방지할 필요도 있었다. 영국은 영국 제국과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와 독립 국가 수립 열망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17년 벨푸어 선언에 담긴 모순이다. 벨푸어 선언에서 영국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의 민족적 고향을 설립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벨푸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 있는 비유대인 사회의 시민적·종교적 권리를 악화시킬 어떠한 일도 일어나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벨푸어 선언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유대인들과 달리 국가를 약속하지 않았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땅과 집을 잃게 될 것임을 뜻했다.

이후 수십 년간 시온주의 운동은 팔레스타인에서 영국 제국의 도구 구실을 했다. 시온주의 운동의 공식 무장 조직인 하가나는 영국 군인들과 함께 아랍 주민들을 탄압했고, 1936년 아랍인들의 반란을 진압했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세운다는 자신들의 야심이 영국 제국주의의 필요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갈수록 커졌다.

‘6일 전쟁’

시온주의 운동의 공식 지도부는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제한하려는 영국의 시도를 배신이라고 맹비난했다. 1948년 영국은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해야 했고, 팔레스타인 땅 대부분을 신생 이스라엘 국가에 할애하는 분할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은 그 분할안조차 거부하고 무력과 인종 청소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 했다.

이런 상황은 오늘날 이스라엘의 위기와 유사성이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시온주의자들의 야심이, 이스라엘이 의존하는 제국주의 강대국의 필요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국가, 사회, 정치의 모든 것이 미국 주도 제국주의 질서로의 완전한 통합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부터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최고 집행자 구실을 하는 것에 그들의 미래가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이 그런 구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1967년 ‘6일 전쟁’에서 입증했다.

그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또,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도전한 아랍 민족주의 정권들의 군대를 패퇴시켰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어느 동맹국보다 막대한 액수의 군사 원조를 보상으로 제공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서 이스라엘을 어찌나 중시했던지, 미국에는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군사적 우위를 지키는 것을 행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다.

“유대인이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

미국이 지원하는 돈은 오늘날 이스라엘 경제의 핵심 부문인 무기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으로 직·간접적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스라엘은 그 산업의 생산물을 다시 미국과 세계 곳곳에 수출한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긴장은 여전하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유대인 시민들은 팔레스타인인에게서 강탈한 땅 위에 살고 있고,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없는 특권을 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과 독립을 쟁취하는 투쟁은 그런 이스라엘에 위협이 된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하면서 이스라엘 정치가 계속 우경화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신과 나란히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허용할 수 없다. 그런 국가를 허용하려면 적어도 서안지구의 일부를 포기해야 할 텐데 그곳에는 이미 이스라엘 시민 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배타적 국가

그러나 이스라엘은 단일한 국가 안에서 팔레스타인인에게 동등한 민주적 권리를 허용할 수도 없다. 그것은 유대인만의 국가라는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스라엘의 어느 주요 정치 세력도 정착촌을 포기하겠다거나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못한다. 정착촌을 유지하기 위한 무자비한 폭력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갈수록 이스라엘 정치를 지배하게 됐다.

반면, 미국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아랍 동맹국들의 지배자들을 안심시키려고 미래의 팔레스타인 소국가를 약속하는 “두 국가 방안”을 이용한다. 이는 여러 해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에서 몇몇 갈등을 낳았다. 그러나 역대 이스라엘의 어느 정부도 이번 이스라엘 정부처럼 미국의 전략과 갈라서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서안지구에서 확대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출처 Tess Scheflan / Activestills.org

2017년, [극우] 정당 ‘유대인의 고향’ 대표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을 위한 “과감한 계획”을 작성했다. 스모트리치는 시온주의와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이 공존할 수 없고 한 쪽이 다른 한쪽에게 “자발적으로든 힘을 통해서든” 굴복해야 한다고 썼다.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이 모든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영구적 소유권을 선언하고 서안지구에 “깊숙이 들어가” 새로운 도시와 정착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으로 스모트리치가 제시한 것은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이스라엘 사회에서의 삶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일정한 돈을 받고 살던 곳을 떠나는 것이다. 아니면 투쟁을 계속하다 살해당하는 것이다. 스모트리치는 이 모든 것이 국가 작동 방식에 관한 “널리 인정되는 원리에서 일탈하는”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런 전망을 따른다면 이스라엘은 미국이나 “국제 사회”의 지시를 더는 따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나머지 세계가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스모트리치는 이제 이스라엘의 재무장관이 됐고, 사태가 대체로 계획대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미국은 아직까지는 이스라엘 정부를 다잡을 수 있었다. 네타냐후는 미국의 비판과, 이스라엘 국가와 사회의 상당한 일부의 반발에 직면해 사법 개혁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조처는 위기의 근원, 즉 시온주의의 내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

스모트리치와 벤그비르는 — 그리고 갈수록 네타냐후도 — 모든 팔레스타인 영토를 차지해야 할, 시온주의의 필요를 표현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에 맞서는 반대파와 이스라엘 국가의 상당한 일부는 미국 제국주의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시온주의의 필요를 표현한다.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그 위기는 유혈 충돌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위기

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제국주의와 단절하고 팔레스타인인을 민주적인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인정하는 단일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그의 반대자들 모두 이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맞서서는 그들 모두 이스라엘 국가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호를 제공하기는커녕 점령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는다.

최근 이집트 카이로 언론회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출처 Marwan Awad (페이스북)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에 항의해 소집에 불응했던 예비군들은 지난주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하려고 동원령을 내리자 군말 없이 거기에 응했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이 “민주주의”를 상실하면 점령지를 통제할 능력이 약화돼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은 이스라엘 내부로부터 나올 수 없다. 이 인종차별 국가는 저항으로 분쇄돼야 하고, 이스라엘이 의존하는 제국주의 질서는 중동 전역의 반란을 통해 무너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