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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영수회담:
윤석열의 위기 탈출용 시간 벌기에 응해 주는 이재명

윤석열이 4월 19일 오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하 직책 생략)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만나 국정을 논의하자”고 했다. 이재명은 감사하다며 즉각 응했다.

윤석열은 총선 패배 뒤, ‘국정 방향은 옳았는데, 국민에게 전달이 잘 안 됐다’며 대중의 변화 염원을 정면으로 무시했다. 또한 이재명이 요구한 생필품 물가 인상에 대한 긴급 보조금 성격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방안을 “전체주의”라고 격하게 반대했다.

이러한 반성 부재 때문에 총선 일주일 만에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의 지지도는 20퍼센트대로 추락했다.

2023년 10월 윤석열의 2024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앞두고 국회에서 만난 윤석열과 이재명. 윤석열은 이재명과의 대화를 2년간 거부해 왔다 ⓒ출처 대통령실

그러자 이재명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정치적 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단 시간을 벌어 보려는 책략을 부리는 것이다.

윤석열의 진짜 속내는 22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정진석을 임명한 데서 드러난다.

정진석은 윤석열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킨 원조 윤핵관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지난해 1월 그는 이재명이 영수회담을 요구하자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가 아니다”라고 앞장서 반대했던 자다.

세월호와 이태원 유가족에 대못을 박는 막말로도 유명한 정진석은 전두환 정권 시절 내무부 장관을 지낸 아버지의 지역구(충남 공주)를 대물림해 5선까지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런 자가 금세 정권 실세로 돌아온 것은 권력 누수를 막겠다는 것으로, 윤석열의 국정 운영 방향은 안 봐도 비디오다. 국회에서의 국민연금 개악 프로세스가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윤석열은 검찰을 관리할 법률수석을 신설하려고 한다.

정진석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직후,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을 위한 사전 실무 협의를 파투냈다.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 원 지급, 채수근 상병 사망 관련 의혹이나 김건희 특검 등을 회담 의제로 올리려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윤석열의 영수회담 제안이 ‘쇼통’ 책략에 불과함을 또다시 보여 준다.

어이없게도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라도 야당 대표를 만나 협치를 논의하는 것은 비록 그 의중이 무엇이든 환영할 일”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노총의 메이데이 핵심 슬로건인 “윤석열 정권 퇴진”을 무색하게 만드는 논평이다.

대정부 투쟁

윤석열의 속내를 모를 리 없는 이재명이 “정치를 복원해야 할 때”라며 곧바로 영수회담에 응한 것은, 국정 운영에 책임감 있는 정치인임을 지배계급에게 보여 주며 차기 대선을 향한 입지를 강화해 보려는 계산인 듯하다. 총선에서 “3년도 길다”며 윤석열 탄핵을 강하게 시사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윤석열에게 “나도 만나달라”고 요청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불가피한 ‘전술’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지지자들을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전술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변화 염원 대중이 민주당에게 의석을 준 것은 차선/차악을 택해서라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회 탄핵 추진을 공약한 조국혁신당의 약진이나 윤석열이 총선 민의를 거스르려고 하자 지지율이 폭락한 것이 그 방증이다.

따라서 이재명이 영수회담 제안에 응한 것은 자신이 총선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 “책임을 묻고, 말로 해서 안 되면 내쫓아야 한다” 등 윤석열 탄핵까지 암시하며 지지자들에게 대정부 투쟁을 약속한 것을 쉽게 뒤집는 것이다.

한편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22일 “반노동 정책 폐기 없이 ... 야당과의 협치도 어렵다”며 “양회동 열사에 대한 사과는 ... 정부의 쇄신 의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의 영수회담 응낙을 사실상 측면 지원한 것이다.

다시 핵오염수 방류하는 일본, 민주당은 이번엔 뭐하나?

4월 19일부터 일본은 도쿄전력 핵오염수의 2차년도 방류를 시작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1차년도인 지난해 네 차례 방류된 핵오염수는 2만 톤이 채 안 된다. 아직도 130만 톤이 남아 있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 규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1년 전과 달리 별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이재명 대표는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안보 동맹 강화를 동시에 규탄하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동원해 도심 대중 집회들을 열었다. 진보당계도 함께했다.

그런데 핵오염수 방류가 다시 시작된 날, 민주당이 영수회담에 합의하면서 이에 대한 항의는 소규모 기자회견에 그쳤다.

총선 승리로 이재명과 민주당의 공식정치 내 위상이 오르고 대권에 유리한 듯한 상황이 되자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런 일을 보면, 국민연금 개악에 민주당이 협력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