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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의 112·119 신고 전화 차단
보호소 내 공중전화 요금도 크게 올라

법무부가 외국인보호소 내 공중전화의 112, 119 등 긴급통신용 전화 서비스를 차단했다. 또한 공중전화 운영 업체 변경 이후 통화료가 크게 올라 구금된 이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잠시 머물다 출국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체불 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의 경우 장기 구금되곤 한다.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법률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내년 5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보호소 내에서는 일부 ‘개방형’ 여성동을 제외하면 핸드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인터넷 사용도 한 주에 20~40분으로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구금된 이주민이 가족이나 지인과 소통하거나, 난민 심사와 각종 법률 절차를 위해 변호사나 지원 단체와 연락하는 데 공중전화가 필수적이다.

외국인보호소 내부의 쇠창살과 공중전화, 매점 가격표. 가격표 하단에 전화카드도 보인다 ⓒ제공 이집트인 S씨

그런데 올해 1월 기존 공중전화 운영 업체였던 KT가 사업을 철수하고 ‘원포유’라는 새 업체로 바뀌면서 긴급통신용 전화가 차단되고 통화료가 올랐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과 여수보호소 방문 활동을 해 온 정병진 목사는 구금된 이주민들한테서 이 소식을 접했고, 정병진 목사가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렇게 답변했다. “보호외국인의 빈번한 긴급전화 사용으로 보호소의 업무 수행뿐 아니라 경찰과 소방서의 업무 수행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있어 긴급전화를 제한하게 되었[다.]” 고의로 긴급통신용 전화 서비스를 차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출입국관리공무원이 24시간 동안 보호 근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답변이다. 구금된 이주민들은 행정적 절차를 위반했을 뿐 범죄자가 아니다. 신체의 자유와 통신을 가로막는 것도 부당한데, 위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도움을 청할 수단마저 빼앗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위험하고 무책임한 짓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긴급통신용 전화 서비스를 전기통신사업자의 보편적 역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법무부가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 조항을 미등록 이주민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위급 상황에서 보호소 직원이 구금 이주민의 안전을 우선할 것이라고 믿을 수도 없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이를 비극적으로 보여 준 사례였다.

당시 화재 발생 직후 구금된 이주민들이 다급하게 보호소 직원을 불렀지만, 보호소 직원들은 당직실에서 자다가 10여 분이나 지나서 도착했다. 보호소 직원들은 쇠창살을 한꺼번에 열어 주지 않고 차례대로 이동시키려다 참사를 키웠다. 구금된 이주민의 생명보다 도주를 우려한 것이다. 결국 구금된 이주민 55명 중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생명과 안전

구금된 이주민들이 경찰과 소방서에 자주 신고한다면, 그 이유는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과 보호소 직원의 괴롭힘을 달리 호소할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쇠창살이 쳐진 보호실 안 방은 1인당 공간이 평균 1.84평에 불과하고, 15명가량이 한 방에서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창문이 없어 햇빛과 바람이 들지 않는데, 야외 운동 시간은 월~금 하루 30분 내외로 주어진다. 2022년 기준 한 끼 식비는 약 180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온갖 질병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주민이 적지 않다. 2019년에는 1년 가까이 구금된 이란인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2022년 기준 구금 인원이 100~300명에 이르는 화성보호소는 상근 의사와 간호사가 각 1명뿐이고, 구금 인원이 100여 명 내외였던 여수보호소는 간호사와 심리상담사만 있었다. 외부 병원 방문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2021년에는 화성보호소 당국이 구금 중이던 모로코인 난민에게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도 폭로됐다.

2022년에는 여수보호소 직원들이 구금돼 있던 이집트인 난민 S 씨의 소지품을 임의로 폐기 처분하고, S 씨가 이에 항의하자 폭력을 가한 일도 있었다. S 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올해 2월 여수보호소에 구금 중인 나이지리아인이 긴급전화 차단과 공중전화 요금 폭등에 항의하는 문구를 적은 A4용지 여러 장을 벽에 붙이자 보호소 직원들이 이를 강압적으로 제지했다. 해당 나이지리아인은 보호소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물론 경찰은 이런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구금된 이주민들로서는 경찰 신고가 몇 안 되는 항의 수단 중 하나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조차 거추장스럽다며 아예 신고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다.

1만 원에 6분

통화료 대폭 인상도 외부와 단절된 구금 이주민들을 더욱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법무부는 거리가 먼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 국제전화 요금이 비싼 경우가 있으나 그 외에는 대부분 새 업체의 통화료가 더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중’이 구금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아프리카, 국내 전화 모두 요금이 올랐고, 비용 대비 통화 시간이 평균 7배가량 짧아졌다고 한다.

한 응답자는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예전에는 [1만 원짜리] 전화카드 한 장으로 2~3일은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 6분 정도 사용한다. 이 시간으로는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사만 전하는 것이 전부다. … 여러 장의 카드를 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정병진 목사는 긴급전화 차단에 대해서 국가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외국인보호소 공중전화에서 긴급통신용 전화 서비스를 즉각 재개하고 요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 구금된 이주민들의 자유로운 핸드폰 소지와 사용, 인터넷 사용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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