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짐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을 떠받칠 수밖에 없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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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밀당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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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유엔 안보리에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이 매우 뚜렷이 드러나게 됐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예정돼 있던 대표단의 방미 일정을 취소시켰다. 그 대표단이 논의하려던 주제도 바이든에게는 또 다른 골칫거리였는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더한층의 학살을 벌이지 않으면서 공세에 나설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갈등은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 두 국가가 본질적으로 한 몸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그런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거나, 이스라엘의 강력한 로비가 미국 대외 정책을 주름잡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둘 다 진실이 아니다.
이 둘은 이해관계가 서로 수렴되고, 한 국가
이스라엘은 식민 정착자 국가로, 시온주의 정치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이스라엘을 건국한 인사들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만의 배타적 국가를 건설하려면 현지 주민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점과 그러려면 중동에서 패권을 행사하는 세력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다.
1917년까지 팔레스타인을 지배한 오스만 제국은 시온주의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종전 무렵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세계의 동쪽 지역을 차지한 영국은 시온주의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의 예루살렘 군정사령관을 지낸 로널드 스토스는 냉소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시온주의 무장 단체들은 영국을 팔레스타인에서 철수시키려고 각종 테러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 국가는 1947~1949년 나크바
1951년 ‘자유주의적’ 시온주의 일간지
바로 이에 기초해 이스라엘은 쇠락하던 식민 제국인 영국·프랑스와 공모해 1956년 10월 이집트를 침공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우리가 아랍 세계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침공국들에 철군을 강요했다. 이제 미국이 중동에서 새로운 패권국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에서 철군하기를 거부하자 아이젠하워는 지원을 모두 끊고 UN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벤구리온을 위협했다.
그러나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시리아와 전쟁을 치른 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심 무기 공급자가 됐고, 그 덕에 이스라엘은 중동 최강 군대를 가진 국가의 지위를 확고하게 굳혔다.
그렇다고 양국 간 충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982년 8월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이스라엘 총리 메나힘 베긴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무차별 폭격하는 데에 “분노”를 표했다.
레이건은 그런 민간인 학살이 “홀로코스트”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베긴은 미국에 전화를 걸어 전투 전면 중지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레이건은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으로 중동 전체가 불안정해질까 봐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지금 자행되는 인종학살은 그보다 더 끔찍하다.
최근에 잡지 《포린 폴리시》에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략에 짐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러나 바이든이 네타냐후를 꾸짖은 것은 모두 상징적인 것에 그쳤다. 최근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패키지를 또다시 승인했는데, 그 안에는 가자지구에서 대학살을 일으킨 2000파운드짜리 대형 폭탄 MK84가 1800개 이상 포함돼 있다.
십중팔구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 제국주의가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이스라엘 경제가
미국 제국주의는 수세에 처해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관리자들은 지금 위험에 노출된 자신의 교두보를 — 유럽의 우크라이나, 태평양의 대만, 중동의 이스라엘 — 떠받치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고 느낀다. 앞으로 재난이 더 많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