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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급진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다

요르단에서 전투적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보름 넘게 연일 계속되고 있다.

수도 암만에서는 매일 3000~5000명이 타라위(라마단 기간 야간 특별 예배) 직후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 대사관을 포위하고 시위를 벌였다. 무슬림의 휴일인 금요일에는 암만 외에도 10여 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요르단은 시위가 흔한 나라가 아닙니다. 시위가 대개 불허되기 때문에 행동이 조직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연일 많은 사람을 거리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 특히 청년들의 분노가 거세다. 4월 7일 시위에 나온 32세 청년 아흐메드 알투베이기는 외신에 이렇게 전했다. “속 편히 이드 알피트르[라마단의 끝을 기리는 무슬림 명절]를 쇨 수는 없어요. 그런다면 수치스런 일이겠죠.

“이 시위는 가자지구 동포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입니다.”

자국 정권에 맞선 아랍 대중의 저항이 커져야 한다. 3월 말 요르단 수도 암만

시위대는 요르단 왕가를 정면 비판하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알자지라에 이렇게 전했다.

“지금 우리는 국왕에게 제대로 한마디 하고 있어요. ‘후세인[국왕]의 아들 압둘라[왕세자]야, 우리는 두 국가 해법을 원치 않는다!’ 같은 구호가 나오죠.

“저희 부모님 세대는 국왕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고 배우며 자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국왕에 대한 비판이 훨씬 흔하게 들립니다.”

시위대는 요르단 정권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고 지금도 진행 중인 대(對)이스라엘 교역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요르단 정권이 대미(對美) 관계를 재고하라는 요구도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알자지라 특파원 보도).

왕가

이런 전개는 미국의 충실한 동맹인 요르단 왕가를 매우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간 요르단 정권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말을 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하는 시늉을 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스라엘을 지키는 미군이 요르단 영토에 대규모로 주둔하도록 허용하며 그런 미국에게서 지난해에만 4억 2500만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요르단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계여서 팔레스타인 연대 정서가 강력하고, 이스라엘의 학살에 대한 분노가 특히 크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권은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으려 위선을 떨어 왔다. 암만에서 주 1회 금요일에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허용하고, 국왕 자신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는 ‘쇼’를 벌이는 등 몇몇 조처를 취했다.

동시에 정권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드는 것은 불허하고, 시위대에 공안 첩자를 침투시켜 공작을 펴고, 새벽까지 계속 시위하는 소규모 대열을 폭력 연행하는 등 탄압도 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구소 ‘아랍 센터’의 소장 이마드 하르브는 알자지라에 이렇게 전했다. “그간 폭력 진압이 여러 차례 있었다. 요르단의 무크하라바트(공안 경찰)는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무크하라바트는 도를 넘는 강경 진압을 꺼리고 있으며, 줄타기를 하면서 적정 수위를 찾고 있다. 이것이 가자지구에 연대하는 시위임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강온 양면책에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시위가 지속되자, 이제 정권은 이 시위가 하마스의 사주에 놀아난 것이라고 비방한다.

4월 2일 요르단 정부 관계자 한 명은 현지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요르단 밖의 하마스와 협력하는 요르단 내 ‘이슬람주의 운동’ 지도자들이 요르단인들을 가자지구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

상원의장 파이살 알파예즈는 4월 4일 의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국론 분열의 장이 되는 것, 요르단 국가에 대한 비방·반역·범죄를 획책하는 외세의 앞잡이들이 공론장에서 활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이들은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메샬이 3월 말에 아랍 대중에게 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대규모 연대 시위를 벌여 달라고 호소한 것을 문제 삼는다.

사주

이런 상황에서 유감스럽게도, 하마스는 지난주에 요르단 정권을 감싸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하마스는 요르단 국왕이 팔레스타인에 연대해 준 데에 감사를 표하고 요르단 무슬림형제단과의 연계를 부인하며 “우리 안의 오해와 이견을 모두 불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마스는 요르단 정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 열강이 중무장시킨 이스라엘을 패퇴시키려면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저항을 지속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기대고 있는 중동 제국주의 시스템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관련 기사 본지 493호 ‘[이렇게 생각한다]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의 세 기둥’)

그러려면 요르단 등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자국의 친제국주의 통치자들 모두에 맞서는 노동계급의 대중적 저항이 꼭 필요하다. 그런 저항은 어떤 총칼보다도 더 심각하게 이스라엘을 위협할 것이다.

요르단 정권을 적대하기를 회피하는 입장은 그런 저항을 건설하는 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낸다. 그보다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는 투쟁을 각국 통치자들에 맞서는 대중 반란과 연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요르단의 시위가 계속 굳건히 이어지고 더 심화돼, 중동을 휩쓰는 항쟁의 마중물 구실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