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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년, 어떤 교훈을 남겼나

인양된 선체 10년 전, 304명의 희생자들이 여기 갇힌 채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았다 ⓒ출처 목포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곧 10주기를 맞는다.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흘렀지만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의 슬로건이었던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외침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이 점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라는 대형 비극으로 가슴 아프게 상기됐다.

겉보기에 멀쩡하던 배가 안에서 쌓이고 곪은 적폐들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가라앉아 버린 세월호 참사는 겉보기에 멀쩡한 줄 알았던 이 사회가 사실은 완전히 뒤집힌 우선순위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 순간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우연이나 음모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직접적인 참사의 주범은 비용 절감과 규제 완화를 앞세운 세월호의 선박 회사 청해진해운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였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친제국주의 정책 또한 핵심 배경에 있었다.

참사 당일 세월호에는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이 승객 5000명 해당하는 무게인 400톤 이상, 그것도 부실하게 묶인 채 과적됐다. 이것이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쏟아져 내려 복원성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요인이었다.

참사 직후 보인 정부와 경찰의 우선순위 또한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사회 질서 통제(억압)에 있었다. 세월호 침몰과 동시에 시작된 유가족 감시, 항의 운동에 대한 사찰과 탄압은 사람들을 더욱 울분 터지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 전반에 대한 분노와 ‘국가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저변에서, 특히 학생과 청년층 사이에서 일깨웠다.

그런 분위기는 더 큰 정치 투쟁이나 사회경제적 투쟁들로 이어질 잠재력 또한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은 박근혜 퇴진 요구를 가장 처음으로 내건 운동이었다. 세월호 운동은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선 여러 투쟁들에 영향을 미쳤고, 이 운동들은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으로 모였다.

그래서 기득권 세력은 세월호 참사가 낳았던 파장을 악몽처럼 기억한다.

사실 세월호 참사 주범 정당 새누리당의 후신인 국민의힘은 2021년 참사 7주기부터 공식 추모 행사에 지도부가 참석하며 유가족 위로 운운, 더 안전한 대한민국 운운해 왔다.(아마 올해도 참석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자 그들의 본색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와 우파들은 세월호의 ‘악몽’에 몸서리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고 참사를 어떻게든 지우려 들었다.

책임자 처벌

참사 문제의 정의 실현은 책임자 처벌부터이건만, 아직도 세월호 구조 방기 혐의로 처벌된 사람은 123정장 단 한 명뿐이다.

책임자 처벌 등 세월호 참사의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참사 이후 10년 중 문재인 정부 5년에 해당하는 기간의 문제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검찰 재수사에서도 유가족이 처벌하라고 요구한 책임자 78명(황교안, 우병우 등 청와대 책임자와 해경 지휘부 등) 대부분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1심에서 불구속 기소된 해경 지휘부 10명은 법원에서 전원 무죄 및 집행유예를 받았다.

결국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에 이 책임자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다.

문재인 정부는 원 수사의 핵심적인 책임이 있는 검사들을 대거 승진시키기도 했다.(관련 기사: 현 정부 최고 요직에 앉은 세월호 적폐 검사들 — 알고 보니 노무현 정부 출신, 문재인 측근)

문재인 정부는 유가족이 원하는 대통령 직속 진상 규명 기구를 설치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삭발을 하고 단식 농성을 하며 싸워야 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배경인 친기업적 신자유주의 정책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계속됐다. 그래서 인재형 재난과 참사 또한 반복됐다.(관련 기사: ‘산재, 화재, 가스 누출 ...: 왜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비극적 사고가 계속되나’)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 배경이 된 친기업·친제국주의 국가 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세월호 항의 운동을 돌아보건대,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중시하는 주류 정당 또는 그 정부에 의존해서는 참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안전 사회 건설을 할 수 없다. 이 교훈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체제의 우선순위

세월호 참사는 그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인 이윤 경쟁과 비용 절감 논리, 그에 따라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내팽개치는 체제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한 해에 산업재해 사고로만 500~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그 중 대다수는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지키는 투자만 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을 것이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기업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대중 안전, 공공의료, 방역 체계에 투자할 책임과 능력은 국가에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 하에서 국가와 자본은 공생과 상호의존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공황·화재 등 대형 사고·감염병 유행 등 위기의 순간에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사정부터 걱정한다. 또, 국가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사회 질서에 대중이 쉽게 항의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억압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막을 수 있는 참사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윤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사회와 그런 사회를 억압적으로 유지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우선순위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런 우선순위에 맞서 정치·경제적 투쟁들이 성장해야 하고 연결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당연히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 등 정부의 악행이 낳은 참사들을 덮어 버리려 하고, 경제 위기의 비용을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떠넘기고 있다.

열 번째 4월 16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으로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