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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응징을 라파흐 공격의 빌미 삼으려는 이스라엘

4월 14일 새벽 2시(이하 현지 시각) 이란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대한 응징이다.

이란은 “통제되고 비확장적”으로 공격했다. 무인기 170기, 순항미사일 30발, 탄도미사일 120발 등 약 320개의 무기를 발사했다.

같은 날 레바논 헤즈볼라도 골란고원에 있는 이스라엘군 기지를 향해 로켓포 수십 발을 발사했다.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래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란의 응징은 모두 이스라엘 탓이다.

이스라엘은 4월 1일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군 장성 등 13명을 살해했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도 계속 폭격해 왔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숨진 헤즈볼라 대원과 민간인은 371명이다.

이스라엘은 4월 7일 아예 “방어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을 준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북부 전선에서 헤즈볼라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또 다른 조처를 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에 대한 세계인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긴밀하게 만들기 위해 가자지구를 넘어 확전을 시도해 왔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그동안 말로는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전면전을 피하려 애써 왔다. 자국의 “국익”을 위험에 빠뜨릴까 봐 “전략적 인내”를 하며 “저강도” 대응을 해 왔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과 부패한 아랍 정권은 이스라엘을 편들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 때도 미국 등 서방(“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전혀 규탄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소집에도 반대했다.

그래 놓고는 이란이 응징 공습을 하자 미국·영국‍‍·‍‍프랑스‍‍·‍‍유럽연합은 신속하게 이란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도 서방에 장단을 맞춰 이란 규탄 성명을 냈다.

서방은 아예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다. 이스라엘군은 미국·영국·프랑스와 요르단의 지원을 받아 이란의 무기들을 “99퍼센트”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지금 이스라엘은 보복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14일 오후 회의를 한 결과 다수가 보복에 찬성했다. 그러나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 추후에 다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로이터 통신).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목표를 성취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은 핵보유 국가인데, 이란의 응징이 있기 며칠 전에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는 모의 훈련을 했다(아랍권 매체 〈엘라프 뉴스〉, 4월 8일 자).

긴장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을 둘러싼 전술적 이견 때문에 다소 긴장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기본적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그 학살이 중동에서 자국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아랍 정권들의 안정을 해칠까 봐 두려워한다.

안 그래도 미국의 중동 통제력이 약화돼 온 틈을 타고 서로 경쟁하는 지역 강국들(이란·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스라엘 등)이 부상한 것 때문에 미국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가자에서 전쟁을 확대해 바이든 정부와 다시 밀착되고 싶어 한다.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단체들(헤즈볼라 등)을 공격하면 미국 등 서방과 일부 아랍 정권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란의 응징 이후 미국 등 서방은 가자지구의 학살이 아니라 이란으로부터 응징을 받은 이스라엘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가자지구 구호 활동가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격을 비난했다.

물론 바이든과 네타냐후 사이의 전술적 긴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가 미국을 좀 더 큰 전쟁으로 끌고 들어가려 한다는 우려를 사석에서 표명했다(미국 NBC 뉴스).

한 백악관 고위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말했다.

“바이든이 총력전을 벌인다면 그 경제적 여파, 유가 등 대혼란이 있을 것이고” 그의 재선 노력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긴장이 존재할지라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것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한 우리의 안보 공약은 철통같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란이 공격한 다음 날 미국 연방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 예산안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공화당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요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타냐후 정부는 이란의 응징을 빌미로 가자지구 총력전을 벌이려 한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총력을 다해 가자지구에서의 목표를 추구할 것이다.”(이스라엘 총리실)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지상전을 벌이겠다고 위협해 온 라파흐가 위험하다.

CNN은 이렇게 지적했다(4월 6일 자). “그들 앞에 놓여 있는 현실적 옵션들은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가자지구를 무기한 계속 점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자지구에서 철수해 하마스를 (표면상 가자지구의 공식 통치 세력이든 아니든) 현지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반네타냐후 시위에 참여하는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도 네타냐후와 마찬가지로 출구 전략이 없다고 한다.

“베니 간츠는 이번 주에 조기 총선을 촉구했고 이스라엘인들이 투표하면 다음 총리가 될 것으로 널리 여겨지고 있는데, 그는 네타냐후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다.

“가자지구, 이스라엘의 미래, 팔레스타인 또는 팔레스타인인의 주권에 대한 간츠의 구상도 별로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