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에 “자중”을 촉구하는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를 자극하는 언행과 군사행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둘 다에 (평화주의적인) 양비론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단순히 공평무사한 양비론인 것도 아니다. 이란의 공습이 중동 확전을 부를 주된 원인인 양 서술하는 대목도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 인해 중동 지역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현 상황의 본질을 그릇되게 파악하고 있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응징 성격이었다. 이스라엘이 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의 공격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 가자지구의 전쟁 범죄로부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하마스와의 전투를 소위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과 벌이는 투쟁의 일환처럼 만들려 했다.

둘째, 가자지구에 대한 폭력을 다소 완화하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다시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하도록 만들려 했다.

미국의 보수 언론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렇게 썼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서방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적어도 바이든과 그의 동료 민주당 의원들이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의 냉전을 끝내고 이것이 실은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했다.”

네타냐후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듯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공약은 철통 같다”고 거듭 확인했다.

미국 등 서방 지배자들은 이란 대중이 1979년 혁명을 일으켜 친서방 팔레비 왕정을 타도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 지역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든 책임은 오히려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에 있다.

참여연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동의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어 이란까지 3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하는 게 버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시사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중재자 구실을 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에서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편들고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공격했으면 … 유엔 안보리에서 먼저 규탄 성명을 발표해 줬어야 돼요. … 영국과 미국이 당연히 앞장서서 해 줬어야 했는데 그걸 안 한 거거든요. …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전쟁에 대해서 오히려 이스라엘 편을 들다 보니까 … [이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걸 막지 못한 건 미국의 큰 실책이죠. 그래 놓고 지금 확전을 막겠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사실 모순적인 겁니다.”(YTN, 4월 14일 자)

바이든의 “모순”돼 보이는 행보는 중동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지키는 데서 이스라엘이 결정적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기대를 거는 것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색을 보지 못하고 위선적 분식(飾)에 순진하게 미혹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