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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본 입장 ①:
노동자들이 부를 생산하고, 부자들은 이를 훔쳐간다

미국 ‘소울 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이미 가진 것들이 가져가는 거지.” 정말 그렇다.

그래서 세계 최대 기업 148곳은 2023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자그마치 2600조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도 대비 52퍼센트가 는 것이다. 그 순이익 중 82퍼센트는 큰손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레이 찰스가 꼬집었듯, “뭐라도 얻으려면 그 전에 가진 게 있어야지. 애초의 종잣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는 아직 내게 수수께끼라네.”

열심히 일하고 직업이 좋으면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부자가 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약탈한 부를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것이다.

또 다른 신화는 당신도 “부를 창출하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 오디션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심사위원들은 그런 식의 신화를 부추긴다.

(왼쪽)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는 쿠팡 경영진 (오른쪽)쿠팡 배송 센터 노동자들 ⓒ출처 쿠팡

하지만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자본주의에서 부는 이런저런 사물, 즉 상품의 모음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품은 오로지 시장에서 교환할 목적으로 생산되는 재화이다. 이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사물과 사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말이다.

지배계급은 공장·사무실 등 “생산수단”(혁명가 카를 마르크스의 표현)을 통제한다. 많은 경우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한다. 국민국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임금을 받는 대가로 남을 위해 일해야만 생계를 꾸릴 수 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유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일터에서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

미국 사회주의자 유진 뎁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가들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도구를 소유하고, 노동자들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도구를 사용한다. 노동계급이 사용하는 도구를 소유한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이 생산한 것을 차지한다. 바로 이 때문에 수많은 서민들이 가난하고 무시받고 홀로 서지 못하는 반면 한 줌의 자본가들은 엄청나게 부유해지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야말로 핵심적인 “부를 창출하는 자”다. 그리고 모든 노예들이 알고 있었듯, “부를 창출하는 자”라고 해서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장들이 차지한다.

바로 이 상품 생산 과정에서 노동계급은 자본가들의 부도 재생산한다.

노동자들의 몫으로는 그들이 일터로 다시 출근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만 주어진다. 임금으로 지불되는 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가치(마르크스는 이를 “잉여가치”라고 불렀다)는 자본가들이 가져간다.

착취

이것이 바로 착취다. 노동자들은 막대한 잉여가치를 생산하지만, 이 가치는 노동자들을 지배하는 자들의 손에 떨어진다.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할수록 그들을 착취하는 자들이 더 부유하고 강력해진다. 관리자와 경찰처럼 이런 강도질을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 계층들이 존재한다.

공장주, 다국적기업의 수장, 대지주가 단지 “나쁜 사람”이라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본가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기업의 소유주는 수시로 바뀐다. 사장과 관리자도 잘리고 교체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들이 행동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부를 생산해야 한다는 체제의 압력이다. 마르크스가 묘사했듯, “축적하라, 축적하라! 이것이 모세와 예언자의 말씀이니라.”

각각의 자본가들이 그렇게 움직인다. 하지만 다른 모든 자본가들도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노동자에 맞서서는 힘을 합칠 수 있어도 그들끼리는 언제나 서로 경쟁한다.

이 체제 전반을 보면 체제를 굴리는 동력은 두 가지다 ─ 축적의 필요, 자본가들끼리의 경쟁. 이 때문에 불안정이 발생한다. 변치 않는 것 하나는, 부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자들은 언제나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다.

방적기나 컴퓨터 같은 신기술이 생산을 가속화하고 개별 자본가가 다른 자본가들에 견줘 일시적 우위에 서도록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개별 노동자들이 목숨을 부지하는 데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일을 쥐어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묶어 둔 채 그들이 더 힘든 조건에서 더 오래 일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노동계급의 노동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 체제가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 때문에 계급투쟁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노동계급이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계급인 이유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