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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제국주의자들은 지구의 미래를 놓고 도박을 벌이고 있다

4월 20일 미국 하원에서 6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법안이 마침내 통과되자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우크라이나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동시다발적 도전들에 대적해 위험 키우는 미국 군사 지원 법안 통과 후 환호하는 미국 의원들 ⓒ출처 미국 하원 서기실

그러나 오랫동안 계류돼 있던 이 법안이 통과된 데에는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훨씬 큰 목적이 있었다. 같은 날 다른 세 법안이 함께 통과돼 이스라엘에 260억 달러 규모와, 대만을 비롯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에 8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어처구니없게도, SNS 플랫폼 ‘틱톡’의 중국 소유주가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면 틱톡을 금지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이 표결에 대한 서방 자유주의자들의 견해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이 법안들을 모아서 보면 미국 ─ 과 미국의 유럽·아시아 핵심 동맹국들 ─ 이 현재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총체적으로 이 모든 지원금에는,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크리스토퍼 카볼리 장군이 ‘대적(對敵)의 축’이라고 지칭한 네 나라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을 밀어낸다는 의도가 있다.”

여기에는 나토뿐 아니라 일본·한국·오스트레일리아도 연루돼 있다. 래크먼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에서 오늘날 ‘서방 동맹’은 서로 연결된 일련의 지역 쟁투들에 관여하는 세계적 동맹 네트워크다.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핵심 대적자다. 이란은 중동에서 질서를 가장 많이 위협하는 강국이다. 북한은 아시아에 상존하는 위험이다. 중국은 점점 공격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러시아나 이란이 동원할 수 없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대적의 축”은 정확히 어떤 질서를 위협하는가? 바로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구축한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 질서”다. 미국은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들을 자기 지도하에 한 블록으로 통합시켰으며, 1989~1991년 소련이 붕괴한 후에는 이 블록을 세계화하려고 애써 왔다.

미국이 지배하는 이 질서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반대한다는 것은 분명 참말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자신들의 대안을 “다극화”라고 규정하는데, 다극화는 중심이나 헤게모니를 쥔 강대국이 없는 국제 질서를 뜻하는 말이다.

다극화의 이점이 무엇일지 논해 보자. 수감된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 보리스 카갈리츠키는 “다극화”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는 논평을 쓴 바 있다. 현실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반발을 부추기는 경쟁적 제국주의 블록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되고 있다.

“규칙 기반 질서”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참말이다. 부분적으로 이는 현재 미국이 중국이라는 진짜로 강력한 도전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 기반 질서”를 정당화하는 주장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사람들을 학살하고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동안에도 자유주의적인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지지는 자신들이 “독재적인” 경쟁국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밝히 보여 준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빈국에서뿐 아니라 서방의 자국민들 사이에서도 서방 강대국들에 대한 역겨움이 팽배하다.

이번 미국 하원 표결의 진정한 중요성은 이 표결에서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자들의 대응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만만찮은 타협을 찾기보다는 어려움을 불사하고 싸우기를 택했다. 이를 두고 “전쟁 자유주의”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여기에는 예컨대 미일 안보 협정을 강화하고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데에 미국·영국·프랑스가 협력하는 것 같은 군사적 조처가 있지만 그런 것만 있지는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의 수출과 투자에 맞서 보호무역주의 조처들을 점점 더 많이 취하고 있다.

래크먼은 바이든이 전쟁을 적극 도모하고 있지는 않다고 옳게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이 대적의 축 국가들 중 어느 누구와의 전쟁에도 직접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억지력을 키울 방법을 두고 부심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구현에서 이는 대개 미국이 전선에 있는 동맹국에 군사 지원을 추가 제공하는 동시에 그들의 대응을 억제하려고 애쓰는 것을 뜻했다.”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촉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말리는 데에 미국이 외견상 성공한 것이 그 한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적 대응 증대는 위험 부담이 엄청나게 크고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그렇다. 지루한 소모전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더 유동적이고 심지어 더 치명적인 전쟁으로 쉽사리 변모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패망 가능성이 보이면 양측 모두 모험적 대응의 유혹을 크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지구의 미래를 놓고 도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