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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경쟁과 교육 불평등 심화할 ‘3불 정책’ 폐지 반대한다

지난 3월 21일,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 장호완은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이 “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암초”라며 비난했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한나라당 대선 주자 이명박과 박근혜의 3불 정책 폐지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대 전 총장이자 대선 ‘범여권 후보’로 언급되는 정운찬은 아예 “교육부는 고등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조선일보〉는 “‘3불’ 이후 사교육이 더 늘었”다면서 “평준화 아래선 가난한 집 아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교육이 늘어난 것은 3불 정책 탓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교육 시장화 정책 때문이다. 노무현은 최근 “3불 정책 흔들기”를 두고 “공교육을 버리자는 것이냐”고 비난했지만, 그 자신이 자립형사립고, 국제학교, 공영형혁신학교 등 ‘귀족학교’를 양산해 사실상 평준화를 근간부터 흔든 장본인이다. 또 교육부는 이제껏 ‘일류 대학’들이 ‘통합형 논술’을 도입해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키고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해 온 것도 묵인해줬고, 그 결과 입시 경쟁은 더욱 강화됐다.

3불 정책 폐지는 지금의 지옥 같은 입시 경쟁을 더욱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만들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초등학교·중학교부터 조금이라도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고교 입시경쟁을 부활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미 특목고 진학 경쟁은 최근 여러 대학 당국이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시행해왔음이 밝혀진 뒤부터 더 불이 붙은 상태다.

본고사는 소위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극악의 난이도로 출제되는 ‘아무리 대비해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험이다. 그래서 1994~96학년도까지 본고사가 다시 시행되는 동안, 사교육비는 엄청나게 폭등했다.

지난 2004년 발표된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 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강남 8학군의 입학률이 다른 학생들보다 2.5배나 높고, 고소득직업군 자녀가 다른 자녀보다 입학률이 16배나 높다. 사교육비 게임에서 확률적으로 누가 승리할 수 있는지가 명백한 상황에서, 고교 등급제와 본고사 실시는 가뜩이나 심각한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뻔하다.

기여입학제는 이런 교육의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을 더 노골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일 뿐이다. 사실상 “돈 주고 입학증을 사는 것”인 기여입학제 도입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환상마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박탈해갈 것이다.

서울대 곽수근 경영대 학장이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기여입학제 실시와 매년 18%의 등록금[기성회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3불 정책 폐지 시도는 신자유주의 대학 개혁의 일부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학은 누구나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지옥 같은 입시 사교육비 경쟁에서 살아남고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학생들을 받아 획일적 교육을 하는 곳이 되고 있다.

입시 지옥과 교육 불평등을 심화할 3불 정책 폐지 시도는 좌절되어야 한다. 나아가 교육 시장화, 대학 서열화 정책으로 인한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이 완전히 끝날 수 있도록, 입시 경쟁 자체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대학평준화와 같은 대안 위에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가능하다.

3불 정책 폐지 반대한다! 교육 불평등, 입시 경쟁 해소하라!

‘대학생’ 다함께 정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