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입장]
이명박의 ‘재벌 천국’ 시대와 투쟁의 과제

2008년 2월 21일

신자유주의와 전쟁의 불도저, 이명박 정부가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은 노무현처럼 왼쪽 깜박이 켜고 우회전하는 게 아니라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그대로 우회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이명박에게 부패 청산, 평화, 진보 등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어떻게든 경제는 조금이라도 살리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다. 이명박 자신이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라고 약속해 왔다. 문제는 누구의 경제를 어떻게 살리냐는 것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서민들의 움츠러진 살림살이를 펴는 것을 ‘경제 살리기’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의 ‘경제 살리기’는 이런 기대와 어긋난다.

이명박은 자신의 ‘경제 살리기’가 ‘재벌 살리기’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재벌 총수들을 만나 “제가 친기업적임은 분명하다”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은 재벌 기업과 외국 자본 들의 자유로운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와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두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다.

특히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노동자적 성격이 분명하다. “노조 활동과 과격 파업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는 이명박 정권의 계급적 기반에서 비롯한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한국의 전통적인 대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정치인이고 정당이다. 돈, 조직, 인력이 여기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군사독재와 정경유착 구조 속에서 주로 영남 출신의 정치인, 관료, 군인, 재벌들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정당이고 이명박은 현대그룹 CEO 출신이다.

대선에서도 기업주들과 주식·땅 부자, 투기자본가 등 기득권 세력들은 압도적으로 이명박을 지지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실천은 대자본가와 고위 관료, 투기 자본, 건설족, 주식·땅 부자들의 이해관계와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5대 국정지표, 43개 핵심과제, 1백92개 국정과제’도 이것을 잘 보여 준다. 여기에는 ‘FTA 체결 다변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감세, 공공부문 사유화’ 등이 ‘핵심과제’로 포함돼 있다. 반면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는 1백92개 국정과제 중 ‘핵심과제’는커녕 ‘중점과제’에서도 밀려나 ‘일반과제’로 끄트머리에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노동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 고용 경직성, 고임금 등을 모두 ‘경제 살리기’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의 ‘재벌 살리기’는 곧 ‘서민 죽이기’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착취율 강화로 재벌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시도는 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 지배계급은 또한 세계경제 11위권이라는 ‘국격(國格)’에 걸 맞은 소제국주의적 개입을 원한다. 경제적 경쟁과 자원 확보 경쟁을 뒷받침할 군사력을 원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2012년까지 1천 명 수준의 PKO 상비군을 육성해 세계 10위권의 소제국주의적 파병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이명박의 ‘재벌 경제 살리기’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연초부터 벌어진 세계적 주가 폭락이 보여 주듯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불안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도 지난해 12월부터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주가 폭락 등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의 정책은 불안정한 세계경제에 한국경제를 더 깊숙이 연관시키고 경제 위기에 대한 국가의 개입 능력을 더 약화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중동에서 더욱 커지는 미제국주의의 실패와 위기는 이명박의 파병 등 친제국주의 정책도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대북’ 문제에서도 중동에 발이 묶여있는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유화 국면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의 이면에서 모순된 힘들이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안정이 커질수록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은 격화할 수 있고, 이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이명박의 친미적 대북 강경 노선은 대중적 불만의 타겟이 될 수 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이명박은 무엇보다 조직 노동자 운동을 약화시키고 싶어한다. 고용 유연화와 사유화를 가로막는 가장 단단한 장벽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도 “노조의 이렇고 저렇고 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좌우되는 나라”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우파와 보수적 지배자들은 이명박이 불도저처럼 조직 노동자 운동을 공격해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최근 이명박은 민주노총 지도부와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이런 이명박에 맞서 “기차와 전기와 가스를 끊는 투쟁”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과 민주노총은 지금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보인다.

물론 이명박도 조직 노동자 운동이 가진 막강한 잠재력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면 공격을 시도하기보다 각개격파하려 할 것이고, 일시 봉합 시도도 있을 수 있다. 양극화가 심각할수록 양 쪽 모두에서 그것을 중재·봉합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계급투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격화할 계급투쟁에 대비하기 위해 이명박은 민주주의적 권리를 제한하려 한다. 노무현 정부가 ‘묻지마 파병’과 ‘묻지마 FTA’를 추진하며 보여 줬듯이 친제국주의·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선 언론·표현·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

이명박 시대의 국회도 자신들을 선출해 준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들을 내릴 것이고, 진정한 결정권은 삼성 같은 선출되지 않는 자들이 가질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도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 의원들은 “좌파 적출 수술을 할 단계”, “간첩 잡는 실적이 부진하다”며 발톱을 드러낸 바 있다.

노무현은 그나마 포퓰리즘적 기반과 성격이 있었지만, 군사독재 정부의 계승자인 한나라당의 지도자이며 분명한 우파인 이명박 정부의 반동 시도는 더 심각할 것이다.

민주적 권리를 갉아먹으려는 이런 시도를 방치할 경우, 운동의 기반과 힘은 잠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시대에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우리의 핵심적 과제의 하나가 돼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이명박의 시도는 강력한 반발과 격렬한 투쟁을 불러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히 두드러질 문제는 부패 문제다. 김대중·노무현의 당과 정부가 부패의 계승자들이라면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부패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털면 쓰레기가 쏟아지는’ 수준의 비리 의혹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는 부패의 저수지인 삼성 이건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미 인수위 구성, 정부 조각을 둘러싸고 벌어진 줄대기와 제 사람심기, 나눠 먹기 등도 치열했다. 더구나 지연·학연 등을 통한 이명박의 코드 인사도 만만치 않다.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부패를 감시·처벌하긴커녕 부패를 은폐하고 부패의 일부가 되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통치기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깊게 할 것이다.

현재 이명박 특검과 삼성 특검도 면죄부 재발급 수순을 밟고 있지만, 부패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서 폭발을 기다릴 것이다.  

정치 위기와 양극화

격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 이명박의 ‘재벌 살리기’와 ‘부자 성공시대’, 노동 탄압, 민주주의 파괴, 부패 스캔들 등은 정치 위기와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이명박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벌써 이명박의 지지율은 50퍼센트 대로 하락했는데 이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범 직전과 비교하면 30~40퍼센트나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 인수위가 잘했다는 여론은 36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명박은 “요즘 웃기는 웃지만 걱정이 태산”이며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했다. 

이런 추세가 더 커지면 총선 압승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명박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커지면 통합민주당이나 창조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도 ‘왼쪽 깜박이’를 켜며 대중의 환상과 기대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물론 손학규의 ‘짝퉁 한나라당’과 자중지난에 빠져 무너지고 있는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얼마나 반사이익을 얻을지는 의문스럽다. 더구나 근본적으로 친제국주의·신자유주의를 반대하지 않는 자유주의적 자본가들에 기반한 통합민주당이나 창조한국당은 이명박 불도저의 브레이크가 될 수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명박 계와 박근혜 계의 아귀다툼은 격렬한 공천 갈등으로 드러났다. 만약 정치 위기가 더 심화하면서 박근혜 계가 탈당하거나 이회창 쪽과 힘을 합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 보수 우파 지배자들의 분열을 뜻할 것이다.

엔진이 약한 불도저

이명박 불도저의 엔진은 강력하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크게 작동한 정서는 ‘이명박이 좋아서’보다는 ‘노무현이 싫어서’ 이었다. 이명박이 얻은 표는 전체 유권자 대비 30퍼센트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명박이 부패하고, 반민주적이고, 친재벌·친미적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살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 ‘경제 살리기’가 좌초하면, 경제도 살리지 못하면서 ‘더구나’ 부패하고, 반민주적이고, 친재벌·친미적인 이명박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민중 운동은 한나라당 정권에 맞선 거대하고 강력한 투쟁의 경험이 있다. 노태우 정부에 맞선 1991년 5월 투쟁, 김영삼 정부에 맞선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항의 민주노총 파업 등이 그것이다. 특히 1997년 민주노총 파업은 김영삼 정부를 ‘사망’케 했다. 2004년 탄핵 반대 투쟁도 한나라당의 ‘역사 거꾸로 돌리기’를 분쇄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아직 결정적 패배를 경험한 바 없는, 잠재적으로 막강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춘 조직 노동자 운동이 존재한다.

따라서 실망스런 선거 결과를 패배주의적으로 평가하며 비관주의에 빠지고 온건화를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민주노동당도 지금의 분열과 위기를 시급히 극복하고 이명박의 위기와 정치적 양극화 속에 급진화하는 대중을 쟁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급진적 대안과 요구를 고수하면서도 개방적인 자세로 대중에게 다가가 광범한 세력을 포괄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의 신자유주의와 반동에 맞서는 강력한 정치 대안과 선거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공동전선과 변혁 정치조직

노동자·민중 운동은 이명박 시대의 경제 위기와 정치 위기,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양극화에 대비하며 급진적 대안과 강력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 연장과 PKO 상비군화, 한미FTA 등에 맞서 강력한 투쟁과 국제적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노동자·민중 운동은 경제 위기의 원인, 책임, 대안에 대한 논쟁에서도 분명하고 좌파적인 주장을 제시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온갖 주장들을 논박해야 한다. 공공부문·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온갖 논리들에 맞서야 한다.

이미 <조선일보>는 기아차노조에게 “임금과 대우의 일부를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나눠 [주라]”며 이간질을 시작했다. 우리는 공공부문·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제나 양보가 아니라, 그들의 선도적 투쟁을 적극 지원하며 그 힘을 전체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위한 투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런 투쟁에서 이명박 정부와 가망 없는 협상과 대화에 연연하다가 투쟁 건설의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통합민주당이나 창조한국당과의 ‘개혁 공조’에 발목이 잡혀 독립적 투쟁 건설이 늦춰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의 공격에 맞선 계급적 단결과 공동 대응이다. 이명박은 막강한 잠재력이 있는 노동자·민중 운동을 한꺼번에 공격하기보다 각개격파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한 부문에 대한 공격이 전체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격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고 부문의 벽을 넘는 계급적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의 개악과 반동 시대에 대중의 분노와 불만은 개량주의의 성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유주의 개혁 세력이 다시 부활을 시도할 수 있고, NGO류의 개량주의도 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을 더 온건한 개량주의 정당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개량주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이명박의 반동에 맞서 일관되고 효과적인 투쟁 전략을 제시할 수 없다.

사회주의자들은 개량주의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고 개량주의 지지자들과 공동전선 속에 함께 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은 최근 “어떤 모습으로 퇴임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을 지금부터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명박은 노무현보다 빨리 위기에 빠지고 심지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변혁적 좌파는 이명박의 친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민주주의 파괴와 부패에 맞서는 공동전선에 날카로운 정치를 무기로 적극 개입하면서 변혁 정치조직 건설이라는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지윤

이 글은 <맞불> 7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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